[IMG 수석 부사장 해럴드 클라크슨]
"30대 관객·젊은 연주자 많아… 한국, 떠오르는 클래식 시장
윤이상·바다 활용한 통영처럼 개성 살린 인프라 구축이 우선"

"한국은 인구 5000만의 작은 나라인데 국제무대에서 이름난 음악가를 4~5명이나 보유하고 있으니 잘하고 있는 겁니다. 흥미로운 건 20년 전만 해도 콘서트와 발레 등 클래식 공연의 99%가 수도권에서만 열렸는데, 지금은 대구·대전·인천·부산 등지에서도 골고루 펼쳐지고 있다는 거예요. 역동적인 시장입니다."
세계 정상급 음악 매니지먼트 회사인 IMG의 수석 부사장 해럴드 클라크슨(Clarkson·67)은 45년간 문화예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음악가이자 행정가다.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과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 등 음악가 422명을 보유한 IMG는 연간 70~80회 투어와 300회 공연을 총괄하면서 2500만유로(3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도 소속돼 있다.
최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한 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는 "유럽은 클래식 시장이 포화 상태인 데 반해, 한국은 떠오르는 젊은 시장"이라고 했다. "한국은 경제력도, 연륜도 매혹적인 국가입니다. 서초동 예술의전당 관객의 평균 연령이 30~32세일 만큼 활기차고요." 그는 "조성진처럼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젊은 연주자도 많으니 수치보단 깊이를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데뷔해도 살아남는 음악가는 극소수예요. 국제무대에서 경력을 얼마나 잘 쌓아가는가가 핵심이죠. 나이 어린 독주자를 현명하게 이끌어줄 지휘자를 만나고, 좋은 공연장에 자주 서서 클래식에 정통한 청중으로부터 애정 어린 피드백을 받는 거예요. 그런 길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게 저희 역할이에요."
영국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 빈 음대를 졸업하고 첼로를 연주했던 그는 2005년 IMG와 연을 맺었다. 그는 수준 좋은 공연을 늘리려면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고 했다. "실력 있는 연주자는 최소 2~3년 전 스케줄을 확정 짓는다. 한국의 공연장이 계획과 예산을 미리 세워 뛰어난 아티스트들을 많이 불러들여야 한다"는 것. "한 줄기 음악, 한 편의 오페라는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좀 더 나은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오염된 정치, 혼탁한 사회를 정화해줄 효능 좋은 백신은 예술밖에 없어요."
예술에 돈을 투자하면 수익으로 돌아올까. 그는 "돌아온다. 사회의 경쟁력으로 바로 이어진다"고 했다. "도시 브랜드가 올라가면서 사람들이 더 몰리지요. 음악축제로 유명한 잘츠부르크는 레드불 등 성공한 기업이 많아지면서 유럽 내 교역 중심지가 됐어요. 경남 통영을 보세요. 통영국제음악제를 여니까 한국에 안 올 것 같던 사람들도 찾아와 관광하잖아요." 그는 "작곡가 윤이상과 짙푸른 바다를 십분 활용한 통영처럼 한국 음악가, 한국 축제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개성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