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①] 신춘수 "뮤지컬 콘텐츠 세계화 반드시 필요"

입력 : 2016.12.08 09:44
"한국 뮤지컬 시장은 정점에 이르렀어요. 콘텐츠의 세계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과 공동제작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월드투어를 개막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7일 오후 대구 계명대학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월드 투어를 목표대로 이뤘다"며 이 같이 밝혔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원작이다. 상반된 두 가지 인격을 지닌 주인공과 그를 사랑하는 두 여인의 비극적 로맨스가 더해졌다. '지금 이 순간' 등 프랭크 와일드혼의 감미로우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1997년 브로드웨이 입성했을 당시에는 성공적으로 평가 받지 못한 작품이다. 2004년 국내에서 초연 이후 특히 한국 프러덕션이 인기를 끌었다. 이야기 수정은 물론 편곡, 의상, 세트 수정이 가능한 '넌 레플리카'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통한다. 원작의 그로테스크한 하이드와 루시 이미지를 보다 인간적으로 부각시킨 것이 주효했다.

조승우, 류정한 등 뮤지컬스타들이 거치며 주목 받았다. 오디컴퍼니는 2006년 한국 프로덕션으로 일본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번 프로덕션은 이전의 성과에 힘 입어 오디 컴퍼니가 월드 투어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다. '렌트' '신데렐라' '맘마미아!' 등을 선보인 워크 라이트 프로덕션이 파트너사로 합류했다.

신 대표는 한국에서 사랑을 받은 작품을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선보이는데 긴장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기존 프로덕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공연할 프로덕션이라는 측면을 봐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기존 한국 프로덕션과 비교해 무대, 의상, 조명뿐 아니라 드라마적인 모든 걸 바꿨다고 했다. "한국 프로덕션의 대본은 우리나라에서는 공감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부분을 삭제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추가했죠. 한국 대본은 은유적이었어요. 관객분들에 맞게 표현을 직선적으로 가지 않게 했죠. 반면 이번 작품에서 좀 더 정확하게 표현을 합니다. (런던 클럽에서 일하는 무용수로로 밑바닥 삶을 사는) 루시의 환경 등이 더 명확하게 드러나죠."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한국에서 통하는 '신파'라는 정서가 배제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루시가 지킬과 헤어질 때 부르는 '어 뉴 라이프'에서 등에서 정서적인 차이가 있죠. '지킬앤하이드'는 스펙터클한 뮤지컬은 아니에요. 드라마 중심이죠. 그 안에서 표현이 다를 겁니다."

이번 프로덕션에서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에 걸친 브로드웨이 오디션을 통해 뽑힌 배우들이 참여한다. 대구 공연에서는 지킬 역에 브래들리 딘, 루시 역에 다이애나 디가모, 엠마 역에 린지 블리븐이 함께 한다.

"한국 배우들과 브로드웨이 배우들과 표현의 차이가 있어요. 좋고 나쁨이 아니에요. 영어가 가능한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연기에 초점을 맞춘 거죠. 기존 한국 배우들과 비교를 하실 수 있지만 캐릭터에 대한 동일한 리액션을 줘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일 계명아트센터에서 돛을 올린 뒤 순항하고 있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투어를 출발한 것이 특기할 만하다. 대구 지역의 공연제작사인 파워엔터테인먼트, 이 지역 방송사인 TBC가 함께 한다. 이달 25일까지 공연한 이후 내년 3월10일~5월21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을 거쳐 월드 투어에 돌입하게 된다.

"2004년 처음 작품을 만들었을 때와 긴장감은 똑같아요. 대구 공연을 통해 수정, 보완해서 서울에 갔을 때는 완전히 정리된 프로덕션을 선보일 겁니다. 근데 사실 프리 프로덕션이 잘 돼 크게 수정, 보완할 부분이 많지는 않습니다. 다만 투어를 돌 지역의 극장 환경이 더 중요하죠."

내년 여름 이 프로덕션을 중국에서 중국어로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도입, 중국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진행한 한류금지령(限韓令·한한령)의 영향을 받는 건 아닐까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직 정확히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내년 여름 중국어 공연이 확정은 됐어요. 그 중심에는 한국 크레이티브팀이 있죠. 오디션도 이미 끝났어요. 순수 창작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새로운 프로덕션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서 그 나라 언어로 공연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라고 봐요. 공연 시장의 확대를 위한 거죠."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뮤지컬에 대한 산업적인 측면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국보다 뮤지컬에서는 앞서 있으니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잘 접목하면 시장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현지에서 오디션을 보니까 2000년도 우리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크레이티브 팀이 아직 완성이 안 됐지만 잠재력은 충분해요."

신 대표는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등의 작품을 성공시켰다. 탄탄한 프로덕션 덕도 있지만 조승우, 류정한 등의 스타 캐스팅이 한몫했다. 반면 '스팸어랏' '뉴시즈' 등 작품성이 있음에도 스타가 출연하지 않은 작품은 흥행에 실패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스타에 의해서 모든 것이 좌우가 되는데 장르적으로나 새로운 배우를 앞세우면 흥행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죠.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스타가 공연에서 너무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작품의 완성도로 관객을 불러모으는 것도 중요하죠. 이번 '지킬앤하이드' 배우들은 브로드웨이에서 정상의 배우들이지만 한국에서는 스타가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이 작품으로서 온전히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뮤지컬계 돈키호테'로 통하는 신 대표는 꾸준히 '꿈의 무대'인 브로드웨이 문을 두드려왔다. 2009년 미국과 합작해 '드림걸즈'를 내놓은 것을 신호탄으로 2014년에는 힙합의 전설 투팍의 노래를 엮어 만든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에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 브로드웨이에 진입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브래들린 딘이 참여한 '닥터 지바고'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또 미국에서 영화 '과속 스캔들'이 바탕인 뮤지컬 '스핀'의 워크숍 공연, 암을 앓고 있는 여자 몸속의 적혈구와 백혈구를 로봇으로 상징화한 '요시미 배틀스 더 핑크 로보츠'의 트라이아웃 공연도 진행햇다.

2001년 오디컴퍼니는 설립한 신 대표는 "뮤지컬을 막 시작했을 때 목표는 제가 만든 뮤지컬이 본고장(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레 미제라블' 같은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는 꿈도 있었고, 2009년 한미 합작을 하면서 그 꿈을 위해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죠. 미국에서 작업들로 이해도가 더 높아졌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완성도죠. 배우와 스태프가 사랑하는 작품은 흥행을 떠나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관객들이 찾는 공연은 완성도와 상업성을 다 확보하지 못하면 힘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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