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가로지른 극적 상상력

입력 : 2016.11.24 00:25

[제10회 차범석희곡상 심사평] 썬샤인의 전사들

김은성은 연극이 당대의 현실에 대한 발언임을 잊지 않는 작가다. 2006년 '시동라사'를 시작으로 '순우삼촌' '연변엄마' '뺑뺑뺑' 등의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우리의 현재, 그 이면을 탐색해 왔다.

'썬샤인의 전사들'에서 현재의 고통, 그 뿌리에 대한 김은성의 탐색은 더욱 치열한 동시에 정교해졌다. 정교하게 다져놓은 구체성 위에서 작가의 극적인 상상력은 우리의 근현대사를 가로질러 장대한 시공간을 분방하게 넘나든다. 이 분방함은 절박함에서 온다. 그 넘나듦은 허공에로의 자유로운 비행이라기보다 어두운 갱도를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몸부림에 가깝다. 몸부림치다 아득히 정신을 놓으며 작가는 스스로 흩어진다. 저 먼저 흩어지지 않고서는 어둠 속에 흩어진 저 목소리들을 들을 수 없다. 그렇게 작가는 여전히 '갇혀 있는 아이들' 앞으로 간다. 그는 그 이름들을, 부끄러운 제 이름을, 우리의 현재를 호명한다. 더 이상은 도망치지 않기 위해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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