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국보급 밴드' 시규어 로스 "희망어는 치유"

입력 : 2016.11.18 09:49
3년반만에 내한공연...22일 잠실 실내체육관
아이슬란드 풍광을 빼닮은 아름다우면서 몽환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포스트록 밴드 '시규어 로스'는 영어도 종종 사용하지만 한글로 표기도 어려운 아이슬란드어로 노래를 부른다.

3집 '[( )]' 대부분의 곡들을 비롯해 상당수는 '욘시'로 통하는 프런트맨 욘 소르 비르기손가 의미 없이 만든 '희망어'(hopelandic)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기존 곡도 멜로디와 리듬만 익숙할 뿐 매번 들을 때마다 새롭기는 매한가지다. 3년 전 첫 내한공연 역시 희망어를 들려줬는데 치유의 시간이었다. 아이슬란드의 국보급 밴드로 통하는 이 팀이 3년 반만인 오는 22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공연한다. 현대카드의 '컬처프로젝트'의 24번째 주인공이다.

내한 전 현대카드를 통한 뉴시스와 e-메일 인터뷰에서 시규어로스는 희망어에 대해 "노래 자체를 해방시켜준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자신만의 이미지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는가?"라고 답했다.

아이슬란드어로 '본(Von)'은 명사로 '희망'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따온 아이슬란드어 '본랜스카(vonlenska)'가 영어로 번역돼 '호프란딕(hopelandic)'이 됐고 그를 번역해 한국에서는 희망어로 통한다.

시규어 로스는 대부분 아이슬란드어로 노래를 부른다. [( )] 외에 1집(Von), 2집(agætis byrjun), 4집(takk)에서의 몇곡을 희망어로 불렀다.

"어휘나 문법 같은 체계는 없어요. 멜로디는 완성이 됐지만 그에 맞는 가사를 붙이기가 어려울 때, 그 곡의 무드에 맞는 악기나 사운드 같은 용도로 쓰여진 것이죠."

아무도 뜻을 알지 못하지만 그 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예를 들어 영어로 노래를 부르면 그 곡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가 심어지게 마련이죠."

1997년 데뷔한 이 팀은 몽환적이면서도 서정성 있는 음악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장르를 규정짓기 힘든 밴드다. 굳이 크게 나누면 드림팝, 슈게이징, 앰비언트 등으로 범주화할 수 있으나 자신들 만의 독특한 멜로디와 사운드를 내세운다.

특히 2008년 내놓은 5집 '아직도 귀를 울리는 잔향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연주한다'라는 앨범 제목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규어로스의 사운드는 북유럽에 위치한 아이슬란드의 광활한 대지를 떠올리게 하는 등 끊임없이 시각적인 연상 작용을 일으킨다. 영화와 TV 감독들이 이들의 음악을 스크린에 옮기고자 숱한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시각성은 노래를 만드는 데 영감이 되기도 하죠. 그 중요성은 밴드를 하면서 더 커졌고, 최근에는 우리 스스로 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해요."

시규어로스는 지난 6월 발매한 새 싱글 '오베르(Ovedur)'의 정식 공개에 앞서 1332㎞를 가로지른 아이슬란드 로드 투어의 풍경이 담긴 24시간 분량의 '슬로 티비(Slow TV)' 프로그램 '루트 원(Route One)'을 아이슬란드 국영 TV와 밴드 공식홈, 유튜브를 통해 방영했다.

'오베르'가 배경 음악으로 사용된 이 영상은 6월 21일 오전 6시(한국시간)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방영됐고, 세계 도합 약 5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이 비디오는 유튜브에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하면 360도로 촬영현장을 살펴볼 수 있는 비디오로 게재됐다.

"예전과 방식도 달라졌어요. 자주 일상에서 카메라를 들고 외출하고 우리가 연주하는 음악과 연결이 되는 것을 촬영하고 있어요. '오베르' 슬로우 TV 비디오 루트 원를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죠."

1994년 결성된 밴드의 이름은 팀이 결성된 날에 태어난 비르기손의 여동생 이름인 '승리의 장미'(Sigurros)'에서 따왔다. 비르기손을 비롯해 드럼의 오리 파울 디러손, 베이시스트 기오르크 홀름 등으로 구성됐다. 건반 등을 담당하는 캬르탄 스베인손은 2013년 이 팀을 떠난 뒤 3인조로 재편됐다.

한국에는 2004년 미국의 세계적인 안무가 머스 커닝햄(1919~2009) 무용단의 내한공연 때 처음 왔다. 그러나 당시 내한 목적은 영국의 세계적인 얼터너티브 록밴드 '라디오 헤드'와 함께 음악을 담당한 커닝햄의 2003년 작 '스플리트 사이즈(Split Sides)'의 라이브 연주를 맡기 위해서다.

욘시가 2010년 11월 한국에서 솔로 공연했으나, 시규어로스 멤버들 모두가 자신들의 음악을 선보이는 것은 2013년이 처음이다. MBC TV '무한도전'에 대표곡 '호피폴라(Hoppipolla)'가 삽입되는 등 한국에서도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내한은 이전과 다르다고 했다. "지난해 투어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 첫 아이디어가 셋이서만 온전히 무대를 꾸며 보자는 거였어요. 알다시피 우리의 예전 앨범에는 많은 현악 파트가 들어갔고 그에 맞는 복합적인 편곡 작업이 필요했죠. 모든 것을 트리오 구성으로 간결하게 정리하고자 했는데 정말 쉽지 않았죠."

가끔은 모든 것을 단순화 시키는 작업이 더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덕분에 셋이서 완전히 몰입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투어 첫 공연은 올해 6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프리마베라 페스티벌이었다. '아이슬랜드어로 노래를 부르고 싱얼롱(떼창)도 불가능한 우리가 2만 명이 넘는 관객 앞에서 공연을 잘 마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전날에는 너무 긴장해서 잠도 오지 않을 정도였지만 "잘 끝났고 지금껏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요. 아주 정교하고 테크니컬한 공연이었죠. 수많은 세션들이 있던 자리에는 공을 들인 조명과 비디오들이 함께 해요. 이번 공연에서는 우리가 오랫동안 투어에서 선보인 적이 없는 노래들이 연주 될 겁니다."

라디오헤드 등 음악계는 물론 라이언 맥긴리, 머스 커닝햄 등 당신들은 문화 전방위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세계적 가수 겸 배우인 비요크는 "시규어 로스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신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음악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영향을 끼친다. "당연하다. 음악은 더 이상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으로도 승화됩니다. 우리 또한 그 사실을 아주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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