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안무가 필립 드쿠플레 "융복합 공연 기준은 언제나 즐거움"

입력 : 2016.11.11 10:05
■신작 '콘택트'로 2년만에 내한
LG아트센터 11~13일 공연

프랑스 안무가 겸 연출가 필립 드쿠플레(56)는 융복합 공연의 선두주자로 통한다. 춤, 연극 , 서커스 , 마임 , 비디오 , 영화 , 그래픽 , 건축 , 패션 등을 뒤섞은 화려한 비주얼과 멀티미디어 효과로 무용의 미래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 '크레이지 호스 파리' 등 멀티 쇼에 적합한 연출가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록에 전자음악을 섞은 신스팝으로 1980년대를 풍미한 영국 밴드 '뉴 오더'의 '트루 페이드' 뮤직비디오로 미국에서까지 대히트를 기록했다. 결국 '프랑스 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드쿠플러리(Decoufleries)', 즉 '드쿠플레 방식의'란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9일 오전 LG아트센터에서 한국 기자들은 만난 필립 드쿠플레는 "융복합 공연을 만들 때 완성도의 기준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나 즐거움을 선사하려고 한다"면서 "퀄리티가 높은 엔터테인먼트 형태를 추구한다"고 했다. 다양한 장르의 융합에 대해서 그는 "늘 실험을 한다"고 귀띔했다. "해보면 나아집니다. 그러면서 해답을 찾죠. 여러 장르를 섞는 것이 재미있어요. 융합이 잘 돼 있는 공연이 많아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영화적이기도 하고 오케스트라 같기도 하죠."

신작 '콘택트'(11~13일)로 2년 만에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2014년 첫 선을 보인 '콘택트'는 '파우스트'라는 가상의 뮤지컬을 리허설하는 동안 벌어지는 다양한 해프닝을 그린다.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와 거래하는 등 원작 내용이 일부 등장하지만 명확한 스토리 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인종, 나이, 체격, 개성이 개성이 모두 다른 출연진이 15명이 서커스, 마술 , 고전 뮤지컬, 그림자극, 발리우드 등 온갖 요소를 요소를 뒤섞어 '기상천외한 쇼'를 펼친다. 변화무쌍한 공연은 뮤지컬 또는 카바레 또는 무용 등으로 큰 구분이 가능하지만 세밀한 장르로는 규정이 힘들다.

"제가 만든 작품 중에 가장 풍성하다고 할까요. 뮤지션들이 음악 연주를 하고 댄스와 연극이 다 혼합 돼 있죠. 서울 공연이 '콘택트'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에요. 작품을 올리면 계속 손을 보는데, 3년을 손 봤으니 가장 무르익었을 때죠. 서울 관객은 작품이 최상에 있을 때 보게 되는 겁니다."

'콘택트'에는 2009년 세상을 뜬 세계적인 안무가 안무가 피나 바우쉬에 대한 존경을 담은 오마주도 포함됐다. 공연 중반, 인종과 체형이 각각인 무용수들이 비슷한 동작을 취하며 무대 위를 천천히 걷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우쉬의 대표작 대표작 '콘탁트호프'(1978·Kontakthof)'를 연상시킨다. '콘택트' 제목 역시 이 작품의 타이틀에서 영향을 받았다.

"바우쉬 작품은 관객들이 댄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앞에 있구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그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그 분의 인연과 추억이 떠올랐죠."

'파우스트'는 전지적인 지식의 성취를 통해 신과 대등한 위치에 서려는 인간의 욕망을 바탕에 깔고 있다. 드쿠플레 역시 "파우스트는 행복하기 위한 조건을 모두 다 갖춘 인물인데 더 무엇인가를 바라죠. 악마의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입니다. 현대에도 마찬가지죠. 사람들은 더 행복해지고 더 강해지기를 바라죠. 이런 모습들을 투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스타일리시한 연출가로서 무대 예술에 대한 전망도 쿨하게 내놓을 법한데 "미래는 예측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제 아버지가 사회학자에요. 1970년대에 2000년대를 예측하셨는데, 예측한 일 중 일어난 것이 없어요. 하하.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역시 많은 사람들이 힐러리 클린턴이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죠."

드쿠플레는 또 19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개막식 연출로도 유명하다. 거대한 나팔에서 무용수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기괴한 의상을 입은 퍼포머들이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국기를 휘날렸다. 53m 철제 기둥 사이에서는 새의 움직임을 연상케 하는 공중 발레가 펼쳐졌다. 이 동화 같은 쇼는 개막식 사상 가장 아름다운 연출로 회자된다.

시국과 맞물려 각종 의혹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을 준비하는 이들이 그의 말을 새겨들어도 될 법하다. "1992년 당시 네 가지 명제가 있었죠. 색채, 젊음, 역동성 그리고 순수한 스포츠 정신. 제가 당시 이미 세 가지는 가지고 있었는데 '스포츠의 순수함'은 없었죠. 거기에 집중을 했어요. 늘 하는 이야기지만 젊은 아티스트에게 표현할 기회를 줘야 해요."

드쿠플레의 작품은 대체로 즐겁고 밝은 긍정의 에너지로 넘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는 어둡고 사색이 많은 사람이다. 프랑스가 이방인을 받아들이지 않고 역시 자국의 이익만을 강조할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금의 어두움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까.

"당연히 영향을 받아요. 하지만 그런 걸 보여주는 것은 제 일이 아닙니다. 그 반대 지점을 보여주는 것이 제일이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자유의 색칠을 선사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TV의 상업적인 색채와는 달라요. 사람들의 즐겁고, 자유로운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요."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