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鐵佛… 그리고 황병기

입력 : 2016.11.10 00:55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서 황병기 名人 가야금 음악회 열려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대형 불상 6점이 무대를 감싸 안고 있었다. 경주 감산사(甘山寺) 터에서 옮겨온 통일신라 석조 미륵보살과 아미타불 입상(立像), 높이 2.88m에 달하는 고려 10세기 철불(鐵佛), 온 누리에 가득 찬 진리의 빛을 형상화한 통일신라 비로자나불 사이로 황병기(80) 명인의 가야금 선율이 울렸다. 1974년 그가 신라의 부처를 떠올리며 만든 곡 '침향무(沈香舞)'다.

9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서 열린 음악회. 사방은 어둑한데 불상과 무대에만 조명이 떨어져 깊고 오묘한 사색의 분위기가 주위를 압도했다. 명인은 손가락으로 가야금 열두 줄을 튕기고 긁고 누르며 관람객들을 1300년 전 신라의 어느 숲으로 인도했다.

9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서 황병기 명인의 음악회가 열렸다. 거대한 불상 6점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명인이 김웅식의 장구 반주에 맞춰 ‘침향무’를 연주하고 있다. /고운호 객원기자
9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서 황병기 명인의 음악회가 열렸다. 거대한 불상 6점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명인이 김웅식의 장구 반주에 맞춰 ‘침향무’를 연주하고 있다. /고운호 객원기자

연주를 끝낸 그는 "신라의 부처님이 춤추는 느낌을 생각하며 쓴 곡인데 오늘 부처님 조각 앞에서 연주하니 감개가 무량하다"고 했다. "1974년 유럽 순회독주회의 마지막 공연이 파리 기메박물관이었습니다. 동양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동양미술 전문 박물관에서 이 곡을 연주해 영광이었지요.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앞에서 연주하는 건 처음이라 의미가 더 깊습니다."

사회를 맡은 배우 전무송씨가 "전시실 한쪽에서 신라의 아름다운 여인이 나와 춤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150여 명의 관람객이 몰려 전시실 바닥에 앉아 음악을 감상했다. 올해 여든 살이 됐다는 황병기 명인은 "늙는 맛이 황홀하다"며 "여러분도 빨리 나이를 잡수셔서 저처럼 팔십 대가 되면 황홀하실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음악회는 한 시간 넘게 계속됐다. 조선 후기 화가 심전 안중식(1861~1919)의 '성재수간도(聲在樹間圖)'에서 악상을 얻어 작곡한 '밤의 소리'와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를 명인의 제자인 지애리씨가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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