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비틀스 멤버 링고 스타 내한 공연
친숙한 명곡대신 '노란 잠수함' 등 직접 참여한 곡 위주로 무대 꾸며
이날 공연은 정확하게 말하면 링고 스타와 음악 동료들이 함께 구성한 '링고 스타와 그의 올스타 밴드(Ringo Starr & His All-Starr Band)' 내한 공연이라고 불러야 옳았다. 토토와 산타나, 유토피아 등 1970~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록그룹 출신 멤버들이 이 밴드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링고 스타는 알코올중독에서 헤어난 1989년부터 이 밴드 명칭으로 공연을 벌이고 있다. 올스타의 철자는 '스타(star)'가 맞지만, 링고 스타의 이름을 따서 장난스럽게 R자를 하나 더 붙였다.
이날 공연에서 '예스터데이(Yesterday)'와 '렛 잇 비' 등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의 목소리로 친숙한 비틀스의 명곡들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레넌과 매카트니가 작곡하고 링고 스타가 불렀던 '노란 잠수함(Yellow Submarine)'과 '친구들의 도움 덕분에(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링고 스타가 직접 작곡하고 불렀던 '나를 지나치지 마(Don't Pass Me By)' 같은 노래들 위주로 공연은 진행됐다.
비틀스 시절에 밴드 뒤편에서 드럼을 쳤던 링고 스타가 마이크를 잡고 무대 전면(前面)에서 열창하는 모습은 낯설었다. 두 번째 곡부터 음정이 살짝 불안했지만 링고 스타가 기교파 보컬리스트였기 때문에 그를 사랑했던 건 아닐 것이다. 코맹맹이 기운이 감도는 특유의 중저음은 70대 중반에도 여전했다. '나를 지나치지 마'를 부르기 전에는 "내가 작곡한 수많은 노래 가운데 하나다. 비록 녹음한 곡은 거의 없었지만"이라고 위트 있게 소개했다. 드럼과 보컬에 이어서 이 곡 도입부를 부를 때는 건반 연주 솜씨도 살짝 보여줬다.
비틀스 시절의 옛 곡들 사이에 들려준 토토와 산타나의 명곡들은 '음악적 별미(別味)'였다. 토토의 기타리스트였던 스티브 루카서는 '로재너(Rosanna)'와 '아프리카(Africa)' 같은 토토 히트곡에서 정교하면서도 매끈한 기타 솜씨를 선보였다. 구수한 색소폰과 밴드 멤버들이 코러스를 열창하는 모습까지 '로큰롤의 7080' 무대를 보는 느낌이었다. 링고 스타가 '노란 잠수함'을 부를 때는 한국 비틀스 팬클럽 회원들이 미리 준비한 노란 잠수함 피켓을 펼쳐 보였다.
2시간을 꼬박 채운 이날 내한 공연은 비틀스의 명곡 '친구들의 도움 덕분에'로 끝났다. 레넌과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까지 어쩌면 링고 스타야말로 로큰롤 역사상 가장 '친구 복'이 많았던 음악인이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날 공연은 먼저 세상을 떠난 레넌과 해리슨을 기리는 자리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