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1.03 00:57
[최나경, 9일 예술의전당 독주회]
19~20세기 파리 작곡가 곡들, 다이아 박힌 14K 플루트로 연주
"내 연주 기다리는 단 한사람의 마음 보듬어줄 수 있다면 충분"
2013년 여름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의 호수 위 유람선에서 음악회가 열렸다. 그녀의 금빛 플루트가 해 질 녘 노을 아래 눈부셨다. 석양을 바라보던 순간, 그녀는 곁에 있던 선장에게 말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행복한 사람들만 만나니 좋겠어요." 그는 "내 직업을 사랑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브레겐츠의 노을은 날마다 다르다"며 손수 찍은 사진도 보여줬다. 지난 5월 열 살 연상의 오스트리아인 선장과 웨딩마치를 울린 플루티스트 최나경(33)이 독주회 '파리의 연인'으로 돌아왔다.
독주회는 드뷔시의 '시링크스'와 고베르, 풀랑크, 포레 등 19~20세기 초 프랑스 작곡가들의 곡으로 넘실댄다. 가장 플루트다운 게 뭘까 고민해보니 그 당시 파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고 했다. "음악 미술 문학 모든 게 화려했던 나날들. 작곡가들도 앞다퉈 플루트 곡을 썼어요. 파리 콘서바토리에선 학기마다 실기시험용 곡을 위촉했는데 너무 어려웠답니다. 100년 전 학생들이 그런 곡들을 소화한 게 놀라울 정도였다죠."
2012년 경쟁률 241대1을 뚫고 113년 전통의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플루트 수석주자로 선발됐으나 단원 투표를 통과 못해 1년 만에 오케스트라를 떠났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유럽 음악계가 논쟁에 휩싸였다. '어린 나이에 수석을 꿰찬 동양 여성'을 향한 일부 단원들의 질투가 문제였다. 속상한 기억이지만 그녀는 "덕분에 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이젠 감사하다. 그 사람들 욕을 단 한 번도 안 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고"라고 했다.
고전에서 현대를 아우르는 레퍼토리와 맑고 깨끗한 음색이 최나경 플루트다. 2011년 신시내티 심포니 플루트 부수석일 때 30년 경력의 플루트 제작자 데이비드 스트라빙거를 만나 얻은 14K 골드 플루트와 함께한다. 눈앞에 1000가지 천연 물감이 담긴 팔레트를 떠올리게 해주는 악기여서 꼭 사고 싶었는데 값이 4만달러(약 4500만원)에 달했다. 10년 할부로 약정하고 6개월쯤 지불했을 때 스트라빙거에게서 편지가 왔다. "악기를 써줘서 자랑스러우니 더 이상 돈 내지 말라, 낸 돈도 이미 돌려보냈다"는 내용이었다.
5년 전 슬럼프에 빠졌다. 원인은 뜻밖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재임(再任) 기념 초청 연주회에서 만난 그는 전쟁과 기아처럼 다른 차원을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뭐지? 플루트를 아무리 잘해도 아프리카에 밥 한 공기 못 주는데…." 반년간 앓다가 떠올린 사람이 명(名)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과 호로비츠였다. "그 대가들 덕에 제 삶이 좋아졌어요. 그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제 연주를 기다리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준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최나경은 그렇게 다시 올라갔다.
▷파리의 연인=5일 오후 7시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8일 오전 11시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1577-5266
2012년 경쟁률 241대1을 뚫고 113년 전통의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플루트 수석주자로 선발됐으나 단원 투표를 통과 못해 1년 만에 오케스트라를 떠났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유럽 음악계가 논쟁에 휩싸였다. '어린 나이에 수석을 꿰찬 동양 여성'을 향한 일부 단원들의 질투가 문제였다. 속상한 기억이지만 그녀는 "덕분에 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이젠 감사하다. 그 사람들 욕을 단 한 번도 안 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고"라고 했다.
고전에서 현대를 아우르는 레퍼토리와 맑고 깨끗한 음색이 최나경 플루트다. 2011년 신시내티 심포니 플루트 부수석일 때 30년 경력의 플루트 제작자 데이비드 스트라빙거를 만나 얻은 14K 골드 플루트와 함께한다. 눈앞에 1000가지 천연 물감이 담긴 팔레트를 떠올리게 해주는 악기여서 꼭 사고 싶었는데 값이 4만달러(약 4500만원)에 달했다. 10년 할부로 약정하고 6개월쯤 지불했을 때 스트라빙거에게서 편지가 왔다. "악기를 써줘서 자랑스러우니 더 이상 돈 내지 말라, 낸 돈도 이미 돌려보냈다"는 내용이었다.
5년 전 슬럼프에 빠졌다. 원인은 뜻밖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재임(再任) 기념 초청 연주회에서 만난 그는 전쟁과 기아처럼 다른 차원을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뭐지? 플루트를 아무리 잘해도 아프리카에 밥 한 공기 못 주는데…." 반년간 앓다가 떠올린 사람이 명(名)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과 호로비츠였다. "그 대가들 덕에 제 삶이 좋아졌어요. 그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제 연주를 기다리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준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최나경은 그렇게 다시 올라갔다.
▷파리의 연인=5일 오후 7시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8일 오전 11시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