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면서 강한 웅녀, 주원이의 발레 만나 깊어져"

입력 : 2016.10.26 03:19

국수호가 안무 맡은 춤극 '신시'
김주원, '웅녀' 역으로 27일 무대

무용수 수십 명이 한국무용 군무를 펼치는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 토슈즈를 신은 발레리나 김주원(38)이 나타났다. 우아한 자태로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처연한 표정을 짓더니 무용수 이정윤의 팔에 들려 허공을 돌았다. 단군신화를 바탕으로 한 춤극 '신시(神市)'에서 그의 발레 몸짓은 다른 무용수들과 잘 어울렸다. 안무를 맡은 한국무용가 국수호(68)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대형 춤극‘신시’에서 안무가와 주역 무용수로 만나는 한국무용가 국수호(왼쪽)와 발레리나 김주원. 두 사람은“춤의 세계에는 경계가 없다”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대형 춤극‘신시’에서 안무가와 주역 무용수로 만나는 한국무용가 국수호(왼쪽)와 발레리나 김주원. 두 사람은“춤의 세계에는 경계가 없다”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국 선생님이 출연하라고 하실 때 별 고민 하지 않고 '네'라고 했어요."(김주원) "신화를 통해 미래 한국의 모습을 제시하는 춤극인데, 당연히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수가 출연해야죠."(국수호) 국수호와 김주원, 각각 한국무용과 발레의 대표 얼굴 격인 두 무용가가 춤극 '신시'에서 만났다. 출연진 80명이 깊이 40m의 회전 무대에서 펼치는 보기 드문 대형 무용 공연이다. 김주원은 27일 공연에서 여주인공 '웅녀' 역을 맡는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8년으로 올라간다. 국립발레단에 갓 들어간 김주원이 장충동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늦게까지 연습하고 있었다. "밤 11시 넘어서 국립무용단 쪽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뭔가 해서 가봤더니 남자 한 분이 거울을 보면서 무용 동작을 연구하고 계셨어요." 당시 국립무용단장이었던 국수호였다. 이후 국수호는 김주원을 항상 "지젤(발레 주인공 이름)아"로 부르며 친근하게 대했고, 김주원은 2007년 국수호 춤극 '사도세자'에서 혜경궁 홍씨로 출연했다.

국수호는 '신시'의 김주원 출연 회차에선 안무에 발레를 응용했다. 그는 "발레 몸짓은 갈등 구조를 첨예화하고 극적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김주원이 말했다. "웅녀는 순종적이고 가녀린 듯 보여도 자신과 후손을 지키려는 정신이 아주 강한 캐릭터라 쉽지 않아요. 순수하면서도 강한 모성애를 표현해야 하고…." 발레 동작이라 해도 한국무용의 호흡을 녹여 넣어 이질감을 줄였고, 그러고 나니 발레에서도 훨씬 깊은 표현이 나오더라는 것이다. 최근 '봄의 제전' '한여름 밤의 꿈' 등에 출연했던 김주원은 연말 뮤지컬 '팬텀'을 거쳐 내년 초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올 예정이다.

▷서울시무용단 춤극 '신시' 27~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399-1766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