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환 연출 "임종 앞두고 왜 이모도 아닌 고모를 찾을까요?"

입력 : 2016.10.20 10:36
“왜 엄마, 이모도 아닌 고모일까요? 고모는 친척 중에서도 관계가 멀다고 느껴지는데 작가가 이 모습을 통해 가족이 해체되고 구성원이 고독하고 고립화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캐나다의 국민 작가 모리스 패니치의 대표작인 ‘고모를 찾습니다’가 예술의전당 기획 공연 시리즈 ‘SAC 큐브’를 통해 한국초연한다.

30년 간 연락이 없던 고모 ‘그레이스’로부터 곧 세상을 뜰 것 같다는 편지를 받은 조카 ‘켐프’가 그녀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 제목은 ‘임종’(vigil)이다.

구태환 연출은 19일 오전 서울 정동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고모를 찾습니다’ 제작 발표회에서 “고모의 유일하게 남은 혈육이 조카이고 그가 임종을 기다린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마, 이모의 모계 중심인 대한민국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구 연출의 전작인 ‘사랑별곡’을 비롯해 백일섭과 김지숙 출연으로 주목 받은 ‘장수상회’, 국립극단의 ‘아버지’ & ‘어머니’, 윤대성 작가의 ‘첫사랑이 돌아온다’ 등 노년의 삶을 다룬 작품이 많이 올랐다.

‘고모를 찾습니다’과 이들 작품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켐프의 삶에도 돋보기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켐프는 가족의 붕괴로 삶이 순탄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켐프 역을 맡은 하성광 배가 성격장애에 대해 공부를 했어요. 성장 환경에서 고립된 상태로 양육이 됐거든요. 그런 아픔은 성인이 돼서도 간직하게 돼 있죠. 노년의 고독한 삶과 함께 정 켐프의 힘들었던 삶도 드러나죠. 둘의 공통점은 대화할 상대가 없었다는 거죠. 둘이 소통해나가는 과정이 그래서 중요해요.”

연기 경력 48년의 베테랑으로 첫 2인극에 도전하는 정영숙이 대사가 거의 없는 그레이스를 맡는다. 그녀는 “소외된 삶에서 외로움은 굉장히 크죠. 젊은이들도 바쁜 생활 속에서 외로움을 갖고 있어요. 남녀노소 현실을 되짚어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국립극단과 고선웅 연출이 협업한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거머쥔 하성광이 철 없는 조카 켐프를 연기한다. 그는 “켐프가 성격적인 결함을 다채롭게 갖고 있는데 제 안에 그 면면이 겹친다”며 “그것을 극대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모를 찾습니다’는 이와 함께 유럽에 쏠린 한국 번역극 판에서 보기 드문 캐나다 작품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패니치는 캐나다의 올리비에상으로 통하는 ‘거버너 리터러리 어워드 포 드라마’를 두 번이나 거머쥔 거목이다. 삶의 사소한 문제들로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따듯한 시선으로 그리며 ‘유쾌한 허무주의자’로 통한다. 죽음을 다룬 ‘고모를 찾습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묵직한 주제지만 유머도 스며들어 있다.

에릭 월시 주한캐나다대사는 “캐나다의 국민 작가를 한국에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전해웅 예술의전당 본부장은 “유럽이 아닌 아메리카 대륙 작품을 꾸준히 소개해 연극계에 다양성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11월22일부터 12월1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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