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련·김성국 "상주작곡가제 통해 살험과 융합 배웠어요"

입력 : 2016.10.17 18:12
“실내악 단체하고 친하게 지내는 일은 자주 있지만 관현악과 친하게 지내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죠. 그런 면에서 상주작곡가 제도를 통해 많이 배웠고 토론도 했어요. 이런 기회가 좋죠.”(정일련 작곡가)

“작곡가 입장에서는 이기적인 생각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상주작곡가 제도를 통해 몰랐던 악기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연주자의 심리와 개인적인 특성을 통해서도 음악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걸 새삼 새롭게 느꼈죠. 좋은 공부가 되고 있어요.(김성국 작곡가)

지난 1월부터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임재원)의 상주작곡가로 활동한 정일련·김성국 작곡가가 그간 일궈낸 창작의 결실을 선보인다.

29일 오후 3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지는 ‘2016 상주작곡가: 김성국·정일련’에서 위촉 초연곡 ‘센터’(정일련)와 ‘영원한 왕국’(김성국)을 선보인다.

정일련 작곡가는 공연에서 앞서 17일 오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국악관현악을 한 악기라고 생각하고, 그 한 악기 안에 악기들이 어떻게 스며들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정일련은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국악에 바탕을 둔 치열한 실험을 추구하는 현대음악 작곡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부채꼴 형태의 새로운 악기 배치를 시도하는 ‘센터(Centre)’를 초연한다. 악기 배치 변화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탄생한 곡이다.

각 파트별 솔리스트를 중심원에 두고 그 뒤에 각 파트의 악기 연주자들을 동심원으로 위치, 중심에서 부채꼴 모양으로 퍼지는 형태의 악기 배치를 국립국악관현악단 사상 최초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날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의 지휘로 진행한 시연에서는 리듬과 박자가 동글게 동글게 맞물리며 탱글탱글한 소리를 냈다.

정일련은 “실내악처럼 가까이 서로 호흡하고 그 소리를 들으면서 만들어가는 것이 최고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구성을 관현악 편성에서도 적용해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기존 국립국악관현악단 배치에 대금이 뒤에 있어 마음에 걸렸죠. 대금의 ‘청소리’(청공에 청이라는 얇은 막이 붙어 있는데, 높은 음 등을 낼 때 나오는 날카롭고 약간은 거친 음색)가 매력적인데 타악기 옆에 있으니 이 소리가 잘 안들리는 거예요. 그게 마음에 걸렸죠. 또 아쉬운 악기는 거문고였어요. 그런 소리를 내는 악기가 드문데 관현악에서는 소리가 잘 안 들려 큰 역을 못했죠.”

지난해 국악관현악 ‘천(天) - 해븐’을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초연하는 등 이 단체와 작업을 지속해온 정일련은 “어느 단원이 이 부분을 연주할 지 상상을 하고 썼다는 것이 전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성국은 현대적인 어법을 선보이면서도 전통음악의 깊은 맛을 놓지 않는 국악 작곡가다.
그는 이번 음악회에서 고구려 벽화를 소재로 한 ‘영원한 왕국’을 초연한다.

고구려 벽화 ‘사신도’에 담긴 에너지, 고구려인의 민족적 기상과 예술적 혼을 네 개의 주제선율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날 최수열 지휘자와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빠른 부분을 연주했는데 장구와 북과 드럼, 해금 등이 어우러지며 조성하는 긴박감이 일품이었다. 신비스런 소리도 스며들었다.

“사신도를 우연히 본 뒤 아시아의 중심이 됐던 고구려의 기상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지금 사람들은 눈치를 보거나 무엇인가에 좇기고 피해의식을 느끼고 있죠. 좀 더 진취적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곡입니다.”

사신도인 만큼 이 작품의 키워드는 숫자 4다. 네 가지 주제의 선율과 사운드가 모여 큰 양식을 갖게 된다. “4가지 음악적 형태를 통해서 진행되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죠.”

이들은 지난 3월부터 총 네 차례 개최된 워크숍에 참여, 단원들과 교휴하며 작곡·악기음향·편성 등을 면밀히 연구해 왔다.

김성국은 “피리라도 단원들 스스로 개량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로 인해 연주 테크닉 등이 모두 달라요”라며 “워크숍 덕분에 이런 부분들을 좀 더 심사숙고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갈 수 있게 됐죠”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리 음악에 대해 매력을 더 절감했다. 정일련은 “국악이 서양음악을 따라가는 것보다, 더 잘하 수 있는 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금의 청음을 비롯해 가야금에서 왼손이 줄을 누르면서 내는 소리, 다른 곳에는 없는 거문고 그 자체 소리 등을 포함시키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클래식음악계에서 현대음악 전문가로 정평이 난 최수열 지휘자는 “정통 국악의 관점이 아닌 현대음악의 한 부분으로 새로운 음악을 접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악보에 기재된 것 외에 숨겨진 것이 많더라. 그렇게 국악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있다. 이걸 발견해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재원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은 “우리 악기의 핸디캡이라고 한다면 기계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는 소리가 멀리 퍼져나가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라며 “두 작곡가 분과 악기 편성을 다르게 하면서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실험을 해보고 있다”고 전했다.

안호상 국립극장 극장장은 “국립극장이 레퍼토리 시즌을 진행할 때 국악관현악은 공유할 레퍼토리가 거의 없어 힘들다”며 “상주작곡가 제도는 이런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효율적인 제도”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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