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합창단 아닙니다, 오케스트라입니다

입력 : 2016.10.12 00:59

- 지휘자 이반 피셔·BFO 내한 공연
앙코르 연주 대신 단원들 합창… 체코 민요 이어 '아리랑' 불러

세계 오케스트라 순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는 악기 리허설 후 합창 연습까지 하는 모양이다. 지난 10일 예술의전당에서 이반 피셔(65) 지휘 아래 공연을 마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악기를 내려놓고 전문 합창단 못잖은 화음으로 독특한 앙코르를 들려줬다.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는 당신을 위해서 드보르자크의 '모라비안 듀엣'을 들려드리겠습니다." 피셔가 또렷한 한국말로 곡 소개를 마치자, 자리에서 일어선 여성 연주자들이 남성 단원들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드보르자크가 1876년 체코 동쪽 모라비아 지방의 민요를 씨실 삼아 새롭게 곡을 붙인 '모라비아 이중창'이었다. 목가적인 선율과 온화한 음색이 선선한 가을밤과 어울렸다. 두 번째 앙코르는 '아리랑'. 이번엔 남녀 단원 70명 전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낭랑한 음색으로 "나~를 버리고 가신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고 노래했다. 인사도 허리를 깊숙이 숙여 우리식으로 했다.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피셔는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10일 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우리 민요‘아리랑’을 합창하는 지휘자 이반 피셔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앙코르로 악기 연주 대신 다함께 노래를 불러 열띤 박수를 이끌어냈다. /빈체로
10일 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우리 민요‘아리랑’을 합창하는 지휘자 이반 피셔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앙코르로 악기 연주 대신 다함께 노래를 불러 열띤 박수를 이끌어냈다. /빈체로
앙코르로 합창을 할 줄은 기획사 빈체로도 몰랐던 일. 공연 당일 아침, 4성부로 된 '아리랑' 악보를 찾길래 급히 구해다준 게 전부라 했다. 1983년 BFO를 결성하고 34년째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피셔는 이날 본 연주에서도 각 악기의 '목청'을 제대로 뽑아냈다. 장기인 베토벤 '마술피리' 서곡부터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까지 물 흐르듯 유연한 현(絃)의 흐름 속에 지휘자 바로 앞에 전진 배치한 목관악기 바순과 플루트, 클라리넷의 매력이 샘솟았다. 피셔는 지난해 4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와 내한해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을 연주할 때에도 목관악기를 앞세워 생동감 있는 음색을 살렸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협연자로 나선 마리아 주앙 피르스(72)는 "예쁘고 단단한 음색 안에 쉼표 간 뉘앙스를 탄력있게 처리해 맑고 투명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매력적이었다. 40년 이상 이 곡을 다뤄온 내공을 드러내는 연주"(피아니스트 김주영)라는 호평을 받을 만큼 인상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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