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레계 신사' 김용걸 "수치심, 같이 공유하고 느꼈으면"

입력 : 2016.10.11 11:20
“안무가는 속된 말로 잔머리 쓰는 것을 싫어해요. 1차원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이죠. 최근에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정의롭지 못한 일들에 대한 불편함이 저를 그대로 찔렀어요. 그러니까 다시 그대로 토해지더라고요.”

‘한국 발레계의 신사’로 통하는 안무가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가 신작 ‘수치심에 대한 기억들’로 점잖지만 따끔한 안무를 선보인다. ‘2016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를 통해 발표하는 작품으로 14, 15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왕따, 성직자 비리, 성매매, 동물 학대 등 우리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날 것으로 그린다. 실제 사건 관련 영상 등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도 도입된다.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자 만든 ‘빛 침묵 그리고…’의 연장선상이다.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김 교수는 “자연스럽게 이번 주제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간 귀찮다고, 시간이 지났다고 모른 척 했었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우리 사회에 같이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죠. 그런 마음을 함께 느꼈으면 해요.” 제목에 사용된 ‘수치심’이라는 단어는 요즘 사람들이 잘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다. “책에서 봤는데 동물과 사람이 가장 다른 점은 수치심의 유무라고 하더라고요. 그 수치심에 대해 느끼고 있는 것만으로 괜찮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 그걸 잘 안 느끼려고 하잖아요. 방관 때문에 아무런 수치심을 안 느끼는 건데 이번에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같이 나눠보자는 거죠.”

몸의 언어가 한계가 있지만 이번에는 특히 메시지를 둘러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뉴스 보도 등의 영상을 활용하는 이유다. 뉴스 클립의 앵커 멘트가 그대로 삽입된다.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끔찍한 사건과 관련해 한 마디 들었을 때 느낌을 우리 일처럼 느끼길 바랐죠. 그런 공감은 회의실 등 일상에서는 힘들잖아요.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는 시간이 됐으면 해요. 바로 우리 이야기잖아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중요시 하는 건 ‘도덕적으로 바른 사람’이다. “무용은 기본이에요. 그와 함께 옳은 생각을 하고 바른 생각을 하고 정의로운 생각을 해야죠. 그런 것이 없으면 춤을 췄을 때 감동을 줄 수가 없어요. ‘네가 신나고 잘난 걸 뽐내기 위한 춤이라면 그만두라’고 하죠.”

예술가는 시대를 표현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시대가 아름답다면 아름답게 공유하고, 반대로 그 시대가 어둡다면 어둡게 표현할 수 있어야죠.”

김용걸은 한국 발레리노의 역사로 통한다. 국립발레단을 거쳐 2000년대 아시아인 최초로 파리 오페라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최근 그의 뒤를 이어 젊은 무용수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졌다. “젊은 시기에 도전하라고 전해주고 싶어요. 성공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위해서죠. 도전하는 방법에 무엇이 있는지 더 알게 되는 거예요. 겁 먹고 한국에 있으면 더 다양한 길이 무엇인지도 모르죠.”

2009년 귀국 후 한예종에서 후배를 양성하며 ‘김용걸 댄스 씨어터’를 만들고 안무가로도 활약 중이다. 국립발레단 의뢰로 만든 ‘여행자들’을 최근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바쁜 스케줄로 예전보다 활동이 뜸해졌지만 현역 무대 역시 떠난 건 아니다.

“다 함께 하는 이유는 제가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무대 위 생활도 좋으니까 제가 나이가 들었다고, 아프다고 해도 놓을 이유가 없는 거죠. 다리가 부러지지 않는 한 다양하게 제 템포를 유지하고 싶어요.”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