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9.26 00:23
[역전의 한국 대중문화] ③가요
댄스 중심의 1세대 아이돌 이후 'K팝' 브랜드 통해 세계로 진출
6년간 10%씩 매출·수출 증가
힙합·트로트 등 장르 폭 넓히고 한국 가요 거부감도 최대한 줄여
서울 강남구 SM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는 매주 신곡이 100곡씩 쌓인다. 국내 작곡가의 곡만이 아니다. 스웨덴·덴마크·네덜란드·영국·프랑스·미국 등 세계 음악계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700~800명이 신곡을 보내온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가수 발굴과 신곡 채택을 전담하는 4팀 30명이 이 곡들을 놓고 3차례에 걸쳐 심사를 벌인다. 최종 심사에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도 참여한다.

SM엔터테인먼트는 국내외 유명 작곡·작사가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들과 협업을 통해 신곡을 만드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른바 'SM 송라이팅 캠프(Songwriting Camp)'다. 올겨울 발매 예정인 인기 아이돌 그룹 EXO 음반에 담기는 재즈풍 신곡은 스웨덴 작곡가와 작업하고, 리듬 앤드 블루스(R&B) 스타일의 노래는 미국 작곡가와 협업하는 식이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싱본부장은 "매년 4000~5000곡을 듣고 평가하다 보면, 폭넓은 음악적 색채를 만드는 데 톡톡히 도움이 된다"면서 "최근에는 일본·중국 작곡가 발굴이나 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1996년 데뷔한 H.O.T.와 1997년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 그룹'이 탄생한 지도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빠르고 화려한 댄스음악과 역동적인 군무(群舞) 중심의 아이돌 음악이 대중음악계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4차례에 걸쳐 일본 드라마와 만화, 가요 같은 대중문화 규제를 풀었다. 당시에는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하면 한국 가요 시장은 'J팝'으로 불리는 일본 가요에 침식되고 말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국 가요계는 2010년 이후에도 매출액과 수출액에서 매년 10% 이상씩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일본·중국·동남아는 물론 미국과 중남미, 유럽까지 세계로 무대를 넓힌 역발상 덕분이었다.
1996년 데뷔한 H.O.T.와 1997년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 그룹'이 탄생한 지도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빠르고 화려한 댄스음악과 역동적인 군무(群舞) 중심의 아이돌 음악이 대중음악계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4차례에 걸쳐 일본 드라마와 만화, 가요 같은 대중문화 규제를 풀었다. 당시에는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하면 한국 가요 시장은 'J팝'으로 불리는 일본 가요에 침식되고 말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국 가요계는 2010년 이후에도 매출액과 수출액에서 매년 10% 이상씩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일본·중국·동남아는 물론 미국과 중남미, 유럽까지 세계로 무대를 넓힌 역발상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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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요계가 'K팝'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세계 진출에 성공한 비결로는 '세계화 전략'이 첫손으로 꼽힌다. 중국인(에프엑스의 빅토리아, 미쓰에이의 페이 등)과 일본인(M.I.B의 강남 등), 태국계 미국인(2PM의 닉쿤) 등 아이돌 멤버들의 국적(國籍)만이 아니라 작곡·작사가들까지 철저하게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 것이야말로 세계 진출의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규탁 조지메이슨대 인천글로벌캠퍼스 교수는 "미국에서 파는 떡볶이에는 고추장 대신 간장을 쓰는 것처럼 해외 수용자들이 한국 가요에서 느낄 수 있는 거부감을 최대한 지우는 다국적 전략"이라고 말했다.
제작 과정부터 세계화를 지향하다 보니, '아이돌 음악은 댄스 뮤직뿐'이라고 생각했던 고정관념도 흔들리고 있다. 발라드와 록, 힙합과 R&B, 심지어 트로트까지 아이돌 음악의 장르도 다양해졌다. 예컨대 SM엔터테인먼트는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페스티벌을 10월 1~2일 서울 난지 한강공원에서 연다. 아이돌 음악 전문 비평 웹진인 '아이돌로지'의 문용민(필명 '미묘') 편집장은 "힙합을 강조한 방탄소년단이나 록 그룹을 표방한 데이식스처럼 아이돌 음악의 범위가 넓어졌다"며 "이런 추세라면 '포크 아이돌'이나 '재즈 아이돌'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돌 음악이 급속하게 팽창하다 보니, 자작곡을 노래하는 포크·발라드 계열의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나 인디 음악의 상대적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난해 콘텐츠 산업통계 보고서가 대표적인 예다. 이 보고서는 "실제로 SM과 YG로 대표되는 대형 기획사와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업체들이 음악 시장을 50% 이상 장악한 채 독점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규탁 교수는 "아이돌 중심의 대형 기획사와 인디 음악의 독립 기획사들이 적절한 공존·협력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작 과정부터 세계화를 지향하다 보니, '아이돌 음악은 댄스 뮤직뿐'이라고 생각했던 고정관념도 흔들리고 있다. 발라드와 록, 힙합과 R&B, 심지어 트로트까지 아이돌 음악의 장르도 다양해졌다. 예컨대 SM엔터테인먼트는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페스티벌을 10월 1~2일 서울 난지 한강공원에서 연다. 아이돌 음악 전문 비평 웹진인 '아이돌로지'의 문용민(필명 '미묘') 편집장은 "힙합을 강조한 방탄소년단이나 록 그룹을 표방한 데이식스처럼 아이돌 음악의 범위가 넓어졌다"며 "이런 추세라면 '포크 아이돌'이나 '재즈 아이돌'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돌 음악이 급속하게 팽창하다 보니, 자작곡을 노래하는 포크·발라드 계열의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나 인디 음악의 상대적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난해 콘텐츠 산업통계 보고서가 대표적인 예다. 이 보고서는 "실제로 SM과 YG로 대표되는 대형 기획사와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업체들이 음악 시장을 50% 이상 장악한 채 독점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규탁 교수는 "아이돌 중심의 대형 기획사와 인디 음악의 독립 기획사들이 적절한 공존·협력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