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9.23 10:28
“‘곤 투모로우’는 10년 전 쯤에 생각하고 있었던 작품이에요. 개화기 시대의 인물들은 아직까지 확실히 평가를 내리기 힘들죠. 그 시대의 혼돈 상황이 지금과 닿아 있는 것이 있어요. 지금이 공연하기 적기라고 판단했죠.”
연극계 거장 오태석 원작의 ‘도라지’가 바탕인 창작 초연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이지나 연출가는 21일 오후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뮤지컬 콘텐츠가 다양했으면 좋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도라지’는 1994년 오태석 연극제에서 초연됐다. 조선 말 젊은 개혁가였던 김옥균과 홍종우의 파란만장한 삶을 표현주의 방식으로 그렸다.
지난해 창작산실 최우수 대본상을 받은 뒤 우란문화재단 프로젝트 박스 시야에서 리딩 공연을 진행했다. 이지나 연출, 최종윤 작곡이자 김수로프로젝트 19탄으로 선보인다.
이지나 연출의 작품으로 2013년과 지난해 서울예술단에서 공연한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10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세 번째 공연을 앞둔 이 작품은 강력한 카리스마의 명성황후의 인간적인 고뇌를 다룬다. 이 작품에서 조연이었던 김옥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조선 말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나라를 구하려는 혁명가 김옥균, 그를 암살하려는 조선최초 불란서 유학생 홍종우, 그리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왕 고종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창작됐다.
“명성황후가 버티고 있으면 다른 이야기가 묻히는 것이 있어요, 명성황후의 캐릭터를 약화시키고 새로운 장르의 뮤지컬을 싶었죠. (제작사 측에서 표방하고 있는) 느와르라는 장르에 대해서는 아직 조심스러워요. 반 역사극, 반 판타지 등이 섞였죠. 이런 새로운 장르가 많아지면 뮤지컬계가 발전할 거라 생각해요.”
김옥균은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지금까지 주로 친일파로 평가됐으나 ‘곤 투모로우’에서는 혁명적인 인물로 가깝게 그려진다.
“역사를 고증하는 건 다큐멘터리의 몫이죠. 뮤지컬은 제3의 창작을 만들어야 하는 장르에요. 고증에 집착하면 다큐, 영화, 드라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죠. 오태석 선생님의 원작 자체가 역사를 비틀었어요.”
화려한 쇼 장르라는 인식이 강한 뮤지컬에서 보기 드문, 진지하며 그로테스크한 역사물이다. 몇몇 밝은 장면도 있지만, 원작과 달리 홍종우도 죽는 등 전반적으로 암울한 정서가 깔려 있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이 연출가를 비롯해 작곡가 최종윤 등 창작진이 본래 ‘네거티브’한 성격이라고 이 연출은 너스레를 떨었다.
“다들 열심히는 살지만 ‘내일은 없다’는 생각이죠. 홍종우가 총을 쏴도 ‘이완’(이완용 등 악한 성격의 인물들을 혼합해서 만든 가상의 인물)은 안 죽어요. 우리를 역사적으로 힘들게 한 세력들이 계속 있죠. 내일은 없다라는 생각을, 은유적인 제목 ‘곤 투모로우(Gone Tomorrow)’로 표현한 거예요.”
애매모호하고 은유적인 제목은 강렬한 한방을 추구하는 ‘뮤지컬스런’ 제목이 아니다. “이 작품의 정체가 웨스턴이냐, 역사물이냐, 위인전이냐 등의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 역사 이야기지만 포장은 컨템포러리 장르적으로 풀고 싶었습니다.”
이지나 연출은 뮤지컬계에서 현재 가장 핫한 연출가다. 무엇보다 최근 창작 뮤지컬 두 편을 동시에 선보이는 저력을 뽐냈다. ‘곤 투마로우’에 앞서 이달 초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뮤지컬스타 김준수와 박은태를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를 개막했다.
이뿐만 아니다. ‘잃어버린 얼굴 1895’ 세 번째 공연도 앞두고 있다. 최근 SM과 함께 지난해 국내 라이선스 초연한 뮤지컬 ‘인 더 하이츠’의 일본 공연도 선보였다. 상반기에는 ‘샤이니’ 멤버 키가 나와 화제가 된 연극 ‘지구를 지켜라’를 연출하기도 했다.
“‘곤 투모로우’와 ‘도리안 그레이’가 극장 사정으로 비슷한 시기에 개막했지만, 테크 리허설 말고는 창작 과정이 겹치지 않았어요. 창작은 몇년전부터 준비하기 때문이죠. ‘도리안 그레이’는 미장센에 신경 쓴 뮤지컬이에요. ‘곤 투모로우’는 연기 잘하고 멋있고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비주얼보다는 이들의 내면과 주제를 보여주고 싶었죠. 두 작품에 대한 애정은 솔직히 엄마의 마음으로 같아요. 하지만 현재는 표가 덜 나가는 작품(‘곤 투모로우’)에 애정이 가죠. 호호.”
이 연출은 ‘곤 투모로우’에 힘든 현실에 대한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지 말고, ‘도라지 처럼 다 같이 일어서자’라는 주제 의식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현재 우리는 지역감정, 무슨 파, 어디 당 등으로 힘들어하죠. 이완이라는 사람은 애국심의 잘못된 상징이에요. 권력만 탓할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밑에서부터 협력해 일어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뮤지컬이라는 쇼비지니스에 어두운 주제를 녹여내기에는 덜커덩거리는 것이 있죠.”
이런 주제를 뮤지컬로 옮겨도 되나고 망설인 이유다. 하지만 이제 해도 되는 시기로 판단했다. “어두운 주제지만 인생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죠. 뮤지컬도 생각할 거리, 불만을 표현할 수 있는 장르가 돼야 해요. 배우들과 음악의 힘으로 하고 있어요.”
인물들의 안타깝고 어두운 정서를 반영하듯, 최종윤 작곡의 넘버들은 서정성을 품고 있다. 탱고, 왈츠 등의 밝은 풍의 곡도 그러한 성격이 깃들어 있다.
최 작곡가는 “어두운 사건이 많은데, 음악이 그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 뮤지컬 넘버의 책임과 기능”이라며 “가장 큰 중점을 둔 것은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사람들의 노래다. 그 개연성에 집중했는데 그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마음 속에는 무엇을 품었는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페스트’ 등 강렬한 록 편곡으로 유명한 김성수 음악감독도 최 작곡가의 마음에 따라 록 편곡을 덜어내는 대신 일렉트로닉, 가상 악기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극의 정서를 대변했다고 설명했다.
강한 리더십의 소유자 김옥균은 강필석, 임병근, 이동하가 나눠 맡는다. 김옥균의 사상에 매료돼 그에게 접근하는 조선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는 김재범, 김무열, 이율이 번갈아 연기한다. 자신의 의지를 거세당한 비운의 왕 고종은 김민종, 조순창, 박영수가 맡았다. 데뷔 28년 만에 처음으로 왕 역을 해본다는 김민종은 “‘삼총사’ ‘보니앤클라이드’에 이은 세 번째 뮤지컬인데 내가 에너지를 쏟는 만큼 받는 장르라 힘이 난다”고 밝혔다. 10월23일까지.
연극계 거장 오태석 원작의 ‘도라지’가 바탕인 창작 초연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이지나 연출가는 21일 오후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뮤지컬 콘텐츠가 다양했으면 좋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도라지’는 1994년 오태석 연극제에서 초연됐다. 조선 말 젊은 개혁가였던 김옥균과 홍종우의 파란만장한 삶을 표현주의 방식으로 그렸다.
지난해 창작산실 최우수 대본상을 받은 뒤 우란문화재단 프로젝트 박스 시야에서 리딩 공연을 진행했다. 이지나 연출, 최종윤 작곡이자 김수로프로젝트 19탄으로 선보인다.
이지나 연출의 작품으로 2013년과 지난해 서울예술단에서 공연한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10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세 번째 공연을 앞둔 이 작품은 강력한 카리스마의 명성황후의 인간적인 고뇌를 다룬다. 이 작품에서 조연이었던 김옥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조선 말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나라를 구하려는 혁명가 김옥균, 그를 암살하려는 조선최초 불란서 유학생 홍종우, 그리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왕 고종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창작됐다.
“명성황후가 버티고 있으면 다른 이야기가 묻히는 것이 있어요, 명성황후의 캐릭터를 약화시키고 새로운 장르의 뮤지컬을 싶었죠. (제작사 측에서 표방하고 있는) 느와르라는 장르에 대해서는 아직 조심스러워요. 반 역사극, 반 판타지 등이 섞였죠. 이런 새로운 장르가 많아지면 뮤지컬계가 발전할 거라 생각해요.”
김옥균은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지금까지 주로 친일파로 평가됐으나 ‘곤 투모로우’에서는 혁명적인 인물로 가깝게 그려진다.
“역사를 고증하는 건 다큐멘터리의 몫이죠. 뮤지컬은 제3의 창작을 만들어야 하는 장르에요. 고증에 집착하면 다큐, 영화, 드라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죠. 오태석 선생님의 원작 자체가 역사를 비틀었어요.”
화려한 쇼 장르라는 인식이 강한 뮤지컬에서 보기 드문, 진지하며 그로테스크한 역사물이다. 몇몇 밝은 장면도 있지만, 원작과 달리 홍종우도 죽는 등 전반적으로 암울한 정서가 깔려 있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이 연출가를 비롯해 작곡가 최종윤 등 창작진이 본래 ‘네거티브’한 성격이라고 이 연출은 너스레를 떨었다.
“다들 열심히는 살지만 ‘내일은 없다’는 생각이죠. 홍종우가 총을 쏴도 ‘이완’(이완용 등 악한 성격의 인물들을 혼합해서 만든 가상의 인물)은 안 죽어요. 우리를 역사적으로 힘들게 한 세력들이 계속 있죠. 내일은 없다라는 생각을, 은유적인 제목 ‘곤 투모로우(Gone Tomorrow)’로 표현한 거예요.”
애매모호하고 은유적인 제목은 강렬한 한방을 추구하는 ‘뮤지컬스런’ 제목이 아니다. “이 작품의 정체가 웨스턴이냐, 역사물이냐, 위인전이냐 등의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 역사 이야기지만 포장은 컨템포러리 장르적으로 풀고 싶었습니다.”
이지나 연출은 뮤지컬계에서 현재 가장 핫한 연출가다. 무엇보다 최근 창작 뮤지컬 두 편을 동시에 선보이는 저력을 뽐냈다. ‘곤 투마로우’에 앞서 이달 초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뮤지컬스타 김준수와 박은태를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를 개막했다.
이뿐만 아니다. ‘잃어버린 얼굴 1895’ 세 번째 공연도 앞두고 있다. 최근 SM과 함께 지난해 국내 라이선스 초연한 뮤지컬 ‘인 더 하이츠’의 일본 공연도 선보였다. 상반기에는 ‘샤이니’ 멤버 키가 나와 화제가 된 연극 ‘지구를 지켜라’를 연출하기도 했다.
“‘곤 투모로우’와 ‘도리안 그레이’가 극장 사정으로 비슷한 시기에 개막했지만, 테크 리허설 말고는 창작 과정이 겹치지 않았어요. 창작은 몇년전부터 준비하기 때문이죠. ‘도리안 그레이’는 미장센에 신경 쓴 뮤지컬이에요. ‘곤 투모로우’는 연기 잘하고 멋있고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비주얼보다는 이들의 내면과 주제를 보여주고 싶었죠. 두 작품에 대한 애정은 솔직히 엄마의 마음으로 같아요. 하지만 현재는 표가 덜 나가는 작품(‘곤 투모로우’)에 애정이 가죠. 호호.”
이 연출은 ‘곤 투모로우’에 힘든 현실에 대한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지 말고, ‘도라지 처럼 다 같이 일어서자’라는 주제 의식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현재 우리는 지역감정, 무슨 파, 어디 당 등으로 힘들어하죠. 이완이라는 사람은 애국심의 잘못된 상징이에요. 권력만 탓할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밑에서부터 협력해 일어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뮤지컬이라는 쇼비지니스에 어두운 주제를 녹여내기에는 덜커덩거리는 것이 있죠.”
이런 주제를 뮤지컬로 옮겨도 되나고 망설인 이유다. 하지만 이제 해도 되는 시기로 판단했다. “어두운 주제지만 인생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죠. 뮤지컬도 생각할 거리, 불만을 표현할 수 있는 장르가 돼야 해요. 배우들과 음악의 힘으로 하고 있어요.”
인물들의 안타깝고 어두운 정서를 반영하듯, 최종윤 작곡의 넘버들은 서정성을 품고 있다. 탱고, 왈츠 등의 밝은 풍의 곡도 그러한 성격이 깃들어 있다.
최 작곡가는 “어두운 사건이 많은데, 음악이 그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 뮤지컬 넘버의 책임과 기능”이라며 “가장 큰 중점을 둔 것은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사람들의 노래다. 그 개연성에 집중했는데 그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마음 속에는 무엇을 품었는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페스트’ 등 강렬한 록 편곡으로 유명한 김성수 음악감독도 최 작곡가의 마음에 따라 록 편곡을 덜어내는 대신 일렉트로닉, 가상 악기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극의 정서를 대변했다고 설명했다.
강한 리더십의 소유자 김옥균은 강필석, 임병근, 이동하가 나눠 맡는다. 김옥균의 사상에 매료돼 그에게 접근하는 조선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는 김재범, 김무열, 이율이 번갈아 연기한다. 자신의 의지를 거세당한 비운의 왕 고종은 김민종, 조순창, 박영수가 맡았다. 데뷔 28년 만에 처음으로 왕 역을 해본다는 김민종은 “‘삼총사’ ‘보니앤클라이드’에 이은 세 번째 뮤지컬인데 내가 에너지를 쏟는 만큼 받는 장르라 힘이 난다”고 밝혔다. 10월2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