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화 연극 '마스터클래스' 테너 가수역 맡은 배우 양준모]
"클래식 노래 부를 수 있고 제대로 연극 연기 해볼 기회"
오페라 꿈꾸던 바리톤 성악도… '금강' 평양공연 후 뮤지컬에 빠져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반 헬싱 박사(드라큘라), 장발장(레미제라블), 스위니 토드처럼 강렬하게 포효하던 무대 위와는 달리, 양준모는 가까이서 보니 무척 온화하고 때로는 수줍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윤석화 선배와 함께 제대로 연극 무대에 설 기회라고 생각했고요, 또 클래식 노래를 무대에서 부를 수 있다는 점이었죠." 그는 이 연극에서 푸치니 '토스카'의 아리아를 관객에게 들려주게 된다.

양준모는 오페라 무대를 꿈꾸던 바리톤 성악도였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2004년 우연히 뮤지컬 '금강'에 출연했는데, 당시 이 작품은 남북 문화교류 사업의 하나로 평양에서 공연됐다. 뻣뻣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공연 내내 웃고 울던 북한 관객들의 표정에서 그는 생각지도 못한 뮤지컬의 힘을 발견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르구나!" 그로부터 12년, 양준모는 '명성황후' '이블 데드' '영웅'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하며 주연급 뮤지컬 배우로 우뚝 섰다.
그것으로 충분했던가? 아니다. 그는 6년째 일주일에 한 번씩 성악 레슨을 받고 있다. 여전히 오페라의 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 소규모 오페라 '리타'의 연출에 나선 것도 바로 그 꿈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도 켈리 오하라 같은 뮤지컬 스타가 오페라에 출연해 '브로드웨이와 메트 겸업'을 하는 사례가 있다. "모든 바리톤의 꿈인 '리골레토'에 나오고 싶어요. 그래도 아직 제가 오페라에 나오기는 많이 부족한데…. 이때 이 작품이 나타난 거예요."
연극 '마스터클래스'의 토니 역할에서 양준모는 현재의 자기 자신을 봤다. "토니는 이제 막 떠오르는 스타입니다. 한마디로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인물이죠." 은퇴한 오페라 여왕 칼라스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자신만만하게 노래를 부르지만, 결국 칼라스의 질책에 스스로 껍데기뿐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예술에 느낌을 불어넣고 진심으로 노래하는 법을 깨닫게 되는 거죠."
연극 연습 과정에서 그것은 '연기의 껍데기를 벗으라'는 칼라스 역 윤석화의 지도와 고스란히 겹친다. "윤석화 선배하고 연습하면서 제가 딕션(대사 발음)이 얼마나 안 좋은지 깨달았다"는 얘기다. 옆에 있던 윤석화가 말했다. "준모씨는 정말 자세가 좋고 진지한 배우에요. 앞으로 자신의 우주가 더욱 커질 테니 두고 보세요."
▷연극 '마스터클래스' 27일부터 10월 1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3672-3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