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이발사? 오늘부터 매력적인 바람둥이랍니다

입력 : 2016.09.20 00:41

['카사노바 길들이기' 바리톤 김주택]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役 단골… 유쾌한 성격 살려 바람둥이 도전
"중1때 도밍고 보고 노래 꿈꿨죠"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주택은 구김이 많이 간 셔츠를 입고 있었다. “카사노바답지 않다”고 했더니 “준비한 옷을 깜빡 잊고 놓고 왔다. 인간적인 모습의 바리톤 김주택을 만났다고 생각해달라”며 넉살을 부렸다. /고운호 객원기자

바리톤 김주택(30)은 별명이 '서울의 이발사'다. 2009년 잔도나이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이탈리아 유명 오페라극장의 캐스팅 디렉터로 이름난 잔니 탕구치를 만나면서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주인공 피가로 역을 단골로 맡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만 스무 번이나 피가로를 소화할 만큼 인기 만점 피가로로 자리를 굳혔다. 그것도 로마 국립오페라극장과 베네치아 라 페니체극장, 피렌체극장 등 이탈리아 최고 극장들을 섭렵했다. 오페라 본고장이라며 콧대 높은 현지 언론과 음악팬들마저 "이탈리아의 국보급 바리톤 레오 누치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다"고 호평했다. 지난달 말 롯데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시몬 보카네그라'를 공연할 때 김주택은 평민 지도자 파올로 역을 맡아 단단하고 풍부한 성량으로 눈길을 끌었다.

20일부터 사흘간 그가 도전할 배역은 바람둥이다. 기획사 아트앤아티스트가 제작하는 창작 오페라 콜라주 '카사노바 길들이기'에 30대 바람둥이 영화감독 준 역으로 선다. '피가로의 결혼' '사랑의 묘약' 등 유명 오페라에서 아리아와 듀엣·합창 등 성악곡과 오케스트라곡들을 골라 이야기를 엮었다.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들을 모은 뮤지컬 '맘마미아!'를 떠올리면 된다. 소프라노 정혜욱과 양제경이 김주택을 길들이는 여인들로 출연한다.

3년 전 기획 단계부터 주인공은 김주택이었다. 스스로를 "유쾌 발랄한 분위기 메이커"라고 얘기할 만큼 유들유들한 바람둥이 역할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선 누구보다 매력 넘치고 사랑스러운 남자가 돼야 하니깐 마음을 굳게 먹었어요.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미남 장교 벨코레를 모델로 삼았죠. 대개 카사노바는 온갖 신분, 갖가지 생김새, 별별 연령층의 여자를 다 '꼬시는' 돈 조반니처럼 화려한 테너들이 맡잖아요. 저는 좀 색다르게 여자 앞에선 멋진 척하다가도 혼자 있을 땐 덜떨어진 사내가 되기로 했어요. 그래야 제목처럼 여자들 손에 길들여질 수 있잖아요."

심사위원 만장일치 최고 점수로 2010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졸업했다. 실력이 뛰어나지만 출발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중 1 때 플라시도 도밍고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아빠! 나 저 사람처럼 될래' 하고 외쳤어요. 테너가 되고 싶었죠. 하지만 곧 변성기가 왔어요. 반년 넘게 끙끙대고서야 제 소리는 바리톤임을 받아들일 수 있었죠."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극장 전속 가수를 꿈꾸지 않는다. 정글 같은 음악계에 자신을 내몰고 오디션을 봐서 1순위 캐스팅을 따낸다. "천천히 정확하게 가고 싶어요. 바리톤으로 음역을 낮춰서라도 노래하겠다며 열정을 불사르는 전설의 테너 도밍고처럼." 김주택은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어떻게든지 음악을 하고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카사노바 길들이기=20~22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02)201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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