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아이 낳고 보니 명성황후 마음 절실 공감"

입력 : 2016.09.19 09:54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10월 공연
2년만의 복귀 '명성황후'역 맡아 맹연습
"아이를 위해 작품 계속 하고싶은 욕심"
“결혼 이후 아기를 낳고 삶이 180도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혼자 오래살아 제 몸만 건사하는데 집중했거든요. 이제는 혼자만의 삶이 아닌 누구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죠. 배우로서 개인으로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많이 고민하던 시점에 명성황후를 만나게 된 거예요.”

뮤지컬스타 김선영(42)이 세 번째 공연을 앞둔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극본·작사 장성희, 각색·연출 이지나)에서 명성황후 역을 맡아 배우와 사람으로서 새 막을 연다.

지난해 단독 콘서트를 제외하고 2014년 ‘위키드’ 이후 2년 만의 복귀다. 그간 남편인 뮤지컬배우 김우형(35) 사이에서 낳은 아들 온유(1)의 출산과 육아로 공백기를 가졌다. 명성황후의 얼굴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이러한 미스터리 드라마 속에 가상인물과 픽션을 가미한 팩션극이다. 2013년 초연 당시 99.6%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재공연 요청으로 지난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

서울예술단이 오랜 기간 추구해온 창작가무극의 대표 레퍼토리다. 명성황후의 삶과 죽음을 기존의 역사관과 다른 새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조선판 잔 다르크’와 ‘나라를 망하게 한 악녀’라는 극명하게 엇갈리는 평가 속에 놓인 명성황후가 아닌 역사의 격동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여성으로서 그린다.

초연, 재연에서 명성황후를 맡았던 차지연에 이어 바통을 이어 받은 김선영은 자식을 피눈물로 먼저 떠나보낸 어미의 마음에 절실히 공감이 됐다고 했다.

“제가 그동안 누구를 위해 살아본 적이 없어요. 명성황후는 자신의 주변 사람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더 강해지고 더 집요해지죠. 사실 그동안 배우로서 큰 욕심은 없었어요. 근데 온유를 낳고 아이를 위해 작품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명성황후에 대해 정치적, 역사적인 말이 많지만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이유다. “한 여자, 나아가 한 사람을 둘러싼 것들을 투영해서 스스로를 볼 수 있게요.”

‘잃어버린 얼굴 1895’를 지배하는 전반적인 정서는 어두움이다. 명성황후가 느꼈을 내면적인 무게감과 이를 반영하는 극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아이를 낳고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조금 더 쉬운 작품을 할까 싶었어요. 그런데 명성황후는 제가 그전에 했던 역의 내면 깊이보다 더 들어가면 들어갔지, 못하지가 않거든요. 특히 실제적인 상황을 배제할 수가 없어서 더 힘들어요. 그 당시를 그려가며 마음으로 이입하는 과정에 있죠.”

앞서 김선영은 이달 첫 야외 뮤지컬 축제 ‘2016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본격적인 복귀에 앞서 팬들을 먼저 만났다. 특히 또 다른 뮤지컬스타 조정은과 함께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 듀엣 무대를 선보여 뮤지컬계 주 흐름인 ‘브로맨스’(브러더(brother)+로맨스(romance)) 대신 ‘시로맨스’(시스터(sister) + 로맨스)를 뽐냈다.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고 여러 가지를 먹는 관객들을 편하게 만나는 자리라 너무 좋았어요. 정은이는 참 아끼는 후배에요. 같이 노래를 부르는데, 고별 무대도 아닌데 ‘찡’하더라고요. 호호.”

김선영은 이번에 객원으로 참여한 서울예술단과 인연도 있다. 1999년 뮤지컬 ‘페임’으로 데뷔한 그녀는 2001년 서울예술단에 입단했다. 이후 ‘태풍’ ‘바람의 나라’ 등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다. 2002년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서울예술단과 14년 만에 재회다. 조정은 역시 이 예술단 출신으로 2014년 ‘소서노’에로 9년 만에 재회한 바 있다.

“김백현. 금승훈 등 동기들이 아직 있어 반갑더라고요. 후배들은 다들 잘 생기고 예뻐요. 먼저 찾아와서 인사를 해주니 고맙죠. 서울예술단처럼 창작뮤지컬을 연이어 만드는 곳은 드물어요. 힘이 닿는 데까지 돕고 싶어요.”

‘지킬 앤 하이드’의 처연하면서도 강렬한 ‘루시’, ‘에비타’의 정열적이면서도 총명한 ‘에비타’, ‘조로’에서 섹시함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집시 ‘이네즈’, ‘엘리자벳’에서 자유분방한 삶과 사랑을 꿈꾸는 비운의 황후 ‘엘리자벳’, ‘살짜기 옵서예’에서 관능과 지혜를 겸비한 ‘애랑’ 등 김선영은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그 어느 하나 똑같은 캐릭터가 하나 없었다. 대신 강렬한 인상과 카리스마를 남긴 건 공통점이다.

도도하고 강한 인상과 달리 털털하고 소박하기로 유명한 김선영은 “캐릭터의 강렬함은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세게 부른다고 해서 생기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사람의 삶 이야기가 정확하게 드러날 때 자연스레 나오는 거죠. 강약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죠. 이야기의 상황만 정학하면 인물도 명확해진다고 봐요.”

따라서 당위성이 중요하다고 봤다. “단 한 번도 제 스스로가 설득이 안 된 상황에서 연기한 적은 없어요. 매력 없는 역할은 없어요. 매력 없는 배우는 있을 수 있지만. 저는 내세울 건 없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배우로 되고 싶어요.” 10월 11~23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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