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복수 드라마를 밀어낸 '햄릿 심리' 주목"

입력 : 2016.09.09 10:24
“‘햄릿’을 여러 차례 읽으면서 재미가 있었던 건 희곡에 없는 부분을 상상하는 것이었어요. 내용이 비어 있는 이 부분에서 햄릿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추적해가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여자 햄릿’을 내세우는 서울시극단 연극 ‘함익’의 대본을 쓴 극작가 김은성(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은 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연습동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극작 의도를 이 같이 밝혔다.

김 작가는 체홉의 ‘갈매기’가 바탕인 ‘뻘’, 역시 체홉의 ‘바냐 아저씨’에서 모티브를 따온 ‘순우 삼촌’, 시모비치의 대표작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을 재해석한 ‘로풍찬유랑극장’ 등을 통해 각색의 귀재로 통한다.

“어느 골방에 웅크리고 앉아 주저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떠올렸어요. 햄릿이 가진 여성성에 주목하고 싶었죠. 복수 드라마를 밀어내고 햄릿의 심리에 주목해보자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현대판 여성 햄릿의 이름이 ‘함익’이다. 연극 ‘봉선화’로 얼굴을 알린 서울시극단 간판 최나라가 맡는다. 30대의 재벌 2세이자 대학교수로 완벽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은 고독과 아픔으로 점철돼 있다. 웅장한 서사를 후로 밀어내고 행간에 숨어 있는 햄릿의 심리에 주몰 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객원으로 참여하는 대학로 스타 윤나무가 맡은 ‘연우’가 함익의 고독한 내면을 흔드는 연극청년으로 등장한다.

“햄릿은 삼촌이 어머니와 결혼해 왕이 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알고 보면 굉장히 금수저죠. 많은 고민은 안고 있지만 사실 ‘줄리엣’처럼 사랑을 하고 싶은 겁니다.”

‘함익’은 이상한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마음에 병이 든 어떤 여성이 대단히 건강하고 젊은 남성을 만나면서 어떤 꿈을 갖게 되죠. 그 꿈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펼쳐가지 못해, 주춤거리면서 슬픔으로 빠져 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햄릿’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큰 이야기를 떠올리는데 “햄릿을 가지고 되바라진 반역을 해봤어요. 그런 느낌으로 봐주셨으면 해요”라고 바랐다.

미니멀리즘의 귀재로 통하는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은 ‘여자 햄릿’이라고 해도 연출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여태까지 해왔던 연출방법 그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년 만에 모집한 서울시극단의 신입단원 오디션에서 56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신입 단원 이지연이 함익의 분신을 연기한다. 30일부터 10월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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