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필 살아있는 역사' 라이너 퀴힐 "악장 은퇴후 한국 첫 공연"

입력 : 2016.09.09 10:23
“45년이나 이어온 관계를 하루 이틀에 끝낼 수 있을까요? 아직도 감정적으로는 오케스트라를 떠나지 않은 기분입니다.”

45년간 세계 정상급 악단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필)를 이끈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라이너 퀴힐(65)은 9일 뉴시스와 e-메일 인터뷰에서 은퇴의 여운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빈필의 전설적인 악장으로 통한 퀴힐은 지난 달 30일 연주를 마지막으로 공식 은퇴했다. 앞서 같은 달 23일 동료인 에크하르트 자이페르트, 요한 힌들러와 함께 은퇴식을 가졌다.

퀴힐은 불과 만 20세의 나이로 빈필의 악장이 됐다. 1992년부터 제1악장으로 임명돼 카를 뵘, 레너드 번스타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게오르그 솔티, 정명훈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들과 함께 연주했다.

특히 상임지휘자를 두지 않고 객원 지휘자를 포디엄에 올리는 빈필은, 악장이 오케스트라의 정체성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 역할이 절대적이다. 퀴힐이 가치를 인정받아온 이유다. 이 오케스트라의 유려한 연주에 한 축이 됐다. “45년간 빈 필 단원으로서 지내며 보낸 시간은 그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함께할 수 있었음이 매우 행복합니다.”

악장으로서 가장 보람된 것, 아쉬운 것을 꼽아달라는 물음에 “대답이 너무 어려워요. 빈 필을 통해 잊을 수 없는 귀중한 추억들을 너무 많이 얻었기에, 하나만 꼽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빈필 멤버들과 실내악 앙상블로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퀴힐은 수많은 후배 연주자들의 롤모델로 통한다. “훌륭한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연주한다는 것은, 젊은 연주자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과 놀라운 기회를 제공해요. 수많은 명지휘자들과 솔리스트들과 함께 작업하며 아주 귀한 경험을 얻었습니다.”

조언을 부탁하자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연주를 할 때에는 “항상 동료 연주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원들 간의 화합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이다.

퀴힐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통해 21일 오후 8시 서울 연세대 내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빈 필하모닉의 살아있는 역사, 라이너 퀴힐 바이올린’을 펼친다. 은퇴 후 첫 한국 공연인 셈이다.

자신이 아끼는 곡들을 들고 나선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32번, 베토벤 바이올린 작품을 대표하는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를 연주한다. 빈의 모차르트 소사이어티로부터 모차르트 해석상을 받을 만큼 기대를 모은다.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 대표적인 바이올린 소품인 우울한 세레나데 b단조와 왈츠 스케르초 C장조,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의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작품인 ‘비외탕의 열정 환상곡’을 연주한다. 퀴힐과 1999년부터 호흡을 맞춰온 일본 피아니스트 가토 히로시가 함께 한다.

빈필 내한공연이 아닌 리사이틀로는 1986년 이후 30년 만이다. “지난 한국 독주회가 30년 전이었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바로 얼마 전 일같이 느껴집니다. 한국 관객들은 매우 정중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 청중에 대해서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관객들이었다”고 기억했다. “앞으로도 한국에서의 공연을 통해 자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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