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손숙 "50년만에 부부로 만났지만 편하네요"

입력 : 2016.09.07 17:21
“저는 그렇게 거친 사람(가부장적인 남편)이 아니에요. 공손하게 잘 표현을 못하지만, 그렇게 못하죠. 마누라에게 꽉 잡혀 꼼짝도 못하거든. 허허.”(이순재)

“섹시한 왕비(연극 ‘햄릿’의 거트루드)를 연기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흰 머리에 아낙을 하려고 하니까. 좀 그렇긴 한데. 지금 모습이 편해요. 본래 내 모습 같아 편하게 연기하고 있죠.”(손숙)

‘노년계 아이돌’로 통하는 배우 이순재(81)와 손숙(72)이 강화도 시골 장터를 배경으로 한 많고 정 많은 우리네 이야기를 담은 ‘사랑별곡’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장터 골목에 검은 우산 하나를 세우고 나물을 파는 ‘순자’와 그런 아내를 위해 민들레꽃을 따는 ‘박씨’, 순자가 한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온 ‘김씨’의 이야기다. 이순재는 김씨를 잊지 못하는 순자가 미워 젊은 시절 무던히도 속을 썩인 남편 박씨, 손숙은 남편과 자식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인 동시에 죽는 순간까지도 김씨를 잊지 못하는 순자다.

이순재는 7일 오후 서울 장충동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열린 ‘사랑별곡’ 프레스콜에서 “박씨는 사실 아내를 쟁취한 사람이죠. 강력한 라이벌이 있었는데 반강제로 순자와 부부 인연을 맺어요. 그러니 표현 방식이 대개 거칠 수밖에 없죠”라고 해석했다.

이순재는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1992)에서 자신이 맡았던 완고하고 전통적인 가부장 ‘대발이 아버지’를 떠올렸다. “대발이 아버지 같은 아버지가 일반화 됐을 때 아버지죠. 게다가 농촌이니까 사랑 표현이 거칠고 투박하고. 하지만 내심, 깊은 사랑을 갖고 있어요. 아내가 죽은 다음에 아쉬워하고 진한 고백을 하지만요.”

손숙 역시 순자를 우리네 어머니로 해석했다. “딸이 울고불고 하는데 세월을 견디라고 해요. 우리 엄마, 할머니가 늘 하셨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죠. 세월이 지나면 뭉툭해지나봐요.”

이순재와 손숙은 1960년대부터 동년배 배우들과 어울리면서 약 50년 간 친분을 쌓아왔지만 같은 작품에 함께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손숙은 “무대는 처음이지만 오래 전부터 가족처럼 지낸 사이라 친하고 편하다”고 했다. 이순재는 그녀를 마주 보며 웃었다.

손숙은 원캐스트지만 이순재는 배우 고인배와 박씨를 나눠 맡는다. 이순재보다 스무살 가량이 어린 고인배는 “배역에 맞는 나이대도 그렇고, 연기 역량도 그렇고 선생님에 비할 바가 안 된다”며 “강화도 사투리의 시적인 대사를 일상적으로 쉽게 푸시는 부분이 대단하다”고 봤다.

2010년 ‘마누래 꽃동산’이라는 이름의 초연, 지난 2014년 재연에 이어 이번까지 이끈 극단 수의 구태환 연출은 “노인의 고립 등 우리사회 이야기”라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했지만 이야기를 아름답게 풀어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10월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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