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9.06 09:47
국립창극단'오페라+창극 오르페오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3일부터 공연
< “작품 안에서 연관성, 관계성을 중요하게 여겨요. 인연은 약속을 통해 이어지죠. 근데 그 약속을 이행 못하거나 맹세가 어그러지는 상황에 대해 궁금해 하면서 살아왔어요.”
‘2016-2017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개막작’으로 신작 ‘오르페오전’을 선보이는 이소영 연출은 “그 이후에도 약속이나 맹세가 사리지는 것이 아니라 대물림되는 것이고, 우주 안에 기록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방패연’으로 해오름 무대를 채우는 이유다. 연은 예로부터 인간의 꿈과 소망을 담는다. 실은 인연·관계성을 상징하고 얼레는 근원을 품고 있다.
이 연출은 “꿈을 실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좌절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엄마의 마음처럼 끌어안고자 하다 보니 연관성과 관계성에서 치유의 근원을 찾게 됐죠”라고 설명했다. 실과 얼레에 상징성이 가득한 셈이다. 방패연을 뜻하는 직사각형 기본 무대에는 곡선 경사가 가득하다. 그 중심의 거대한 원형 공간은 방패연의 배꼽 연상시키는 구멍이 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반영한 구조다. 오르페우스는 지하의 세계에서 지상의 문턱으로 나아가는 도중 뒤돌아보지 말라는 명령을 어겨,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놓친다.
지난해 역시 ‘2015~2016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을 열었던 이 연출의 첫 창극 ‘적벽가’의 미니멀리즘과 맞닿아 있는 무대 압축미가 기대를 모은다. ‘적벽가’는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 주최 '2015 문화공간상’을 받기도 했다.
“미니멀리즘은 서양의 시대적 산물이 아니에요. 우리 민족도 미니멀리즘을 추구해왔죠. 사방탁자, 이조백자가 예죠. 연이라 것도 단순해보이지만 얼마나 과학적이고 개념적이에요? 특히 방패연은 우리나라만 갖고 있는 귀중한 자산이에요. 세계의 수많은 연 가운데 구멍이 뚫린 것 우리나라밖에 없죠. 그 구멍은 배꼽인데, 실제 탯줄과도 연결이 되지 않나요. 사후 세계를 나가는 출입구로 상징될 수밖에 없죠.”
‘오르페오전’은 그리스 신화이자 대표적인 오페라인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원전으로 삼았다. 가장 오래된 오페라인 몬테베르디 ‘오르페오’(1607), 오페라 음악의 개혁을 이룬 글루크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1762)로 유명하다. 오페라뿐 아니라 연극·무용 등 여러 장르로 꾸준히 재탄생됐으나 창극으로 옮겨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출신이자 우리나라 여성 오페라 연출가 1호인 이 연출이 창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적벽가'다. 송순섭 명창이 완창한 ‘적벽가’를 듣고 지난해 첫 창극 '적벽가'를 연출했다. '우리 소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였다. “창자(唱者)와 성악가가 무대를 만들어가는 개념과 소리가 놀랄 정도로 똑같다”고 봤다.
“모든 노래가 말에서 시작하죠. 모음의 발음은 굴려야 합니다. 입안에 공간감을 가지고 잇어야 하죠. 숨, 울림 등의 문제가 다 똑같아요. 기법의 차이가 조금은 있을지언정 음악이 세계 공통어라는 걸 느꼈어요.”
다양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 연출은 “연출자는 첫 번째 관객이 돼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해요. 제가 음악극이라는 장르에서 평생 놀고 있는 이유가 생명력 때문이에요. 숨과 시간의 예술인데, 그건 결국 생명과 관련이 있죠. 음악극이 다른 장르보다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죠.”
이 연출은 수식에 ‘여성’이 붙지 않은 몇 안 되는 여성 연출가이기도 하다. “어떤 장르든 여성으로서 나름의 길을 가는 것이 쉽지가 않죠.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에요”라고 봤다.
“창조하는 것 자체가 고통에서 출발하죠. 작품 하나하나는 새로 태어나는 거예요. 그 만큼 작품을 만들어갈 때 철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 부분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제한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공감될 수 있도록 작품 안에 체계적으로 자리 잡히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 만큼 스태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죠. 그 만큼 빚도 있고요.”
이 연출은 그간 드물게 공연되던 ‘적벽가’를 성공적으로 올리면서, 정형화돼 있던 창극의 구조를 확장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창극은 창이 드러나야 해요. 판소리에서 출발해야 하죠. ‘적벽가’를 했던 이유는 동편제의 강한 남성 소리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피가 끓었기 때문이죠.”
그녀는 ‘적벽가’ 작업이 창극의 바다에서 수직적인 깊이를 끄집어내는 것에 비유했다. 이번 ‘오르페오전’을 통해서는 창극의 범위를 수평적으로 넓히기를 바랐다. “평생 오페라를 해온 사람으로서 창극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를 바랐습니다. 수직에 이어 수평 구조마저 뚫리면 모든 장르가 창극에 들어올 수 있는 판이 열릴 것으로 봐요.”
한편 원전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각각 올페와 애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는데 국립창극단 간판들이 대거 맡는다.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 3’,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김준수와 ‘국악 신동’으로 올해 1월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유태평양이 올페 역이다. 국립창극단 인기 레퍼토리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타이틀롤을 맡아 프랑스와 한국을 오갔으며 지난해 뮤지컬 ‘아리랑’에도 출연한 이소연이 애울이다. 23~26일 해오름극장.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3일부터 공연
< “작품 안에서 연관성, 관계성을 중요하게 여겨요. 인연은 약속을 통해 이어지죠. 근데 그 약속을 이행 못하거나 맹세가 어그러지는 상황에 대해 궁금해 하면서 살아왔어요.”
‘2016-2017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개막작’으로 신작 ‘오르페오전’을 선보이는 이소영 연출은 “그 이후에도 약속이나 맹세가 사리지는 것이 아니라 대물림되는 것이고, 우주 안에 기록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방패연’으로 해오름 무대를 채우는 이유다. 연은 예로부터 인간의 꿈과 소망을 담는다. 실은 인연·관계성을 상징하고 얼레는 근원을 품고 있다.
이 연출은 “꿈을 실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좌절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엄마의 마음처럼 끌어안고자 하다 보니 연관성과 관계성에서 치유의 근원을 찾게 됐죠”라고 설명했다. 실과 얼레에 상징성이 가득한 셈이다. 방패연을 뜻하는 직사각형 기본 무대에는 곡선 경사가 가득하다. 그 중심의 거대한 원형 공간은 방패연의 배꼽 연상시키는 구멍이 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반영한 구조다. 오르페우스는 지하의 세계에서 지상의 문턱으로 나아가는 도중 뒤돌아보지 말라는 명령을 어겨,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놓친다.
지난해 역시 ‘2015~2016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을 열었던 이 연출의 첫 창극 ‘적벽가’의 미니멀리즘과 맞닿아 있는 무대 압축미가 기대를 모은다. ‘적벽가’는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 주최 '2015 문화공간상’을 받기도 했다.
“미니멀리즘은 서양의 시대적 산물이 아니에요. 우리 민족도 미니멀리즘을 추구해왔죠. 사방탁자, 이조백자가 예죠. 연이라 것도 단순해보이지만 얼마나 과학적이고 개념적이에요? 특히 방패연은 우리나라만 갖고 있는 귀중한 자산이에요. 세계의 수많은 연 가운데 구멍이 뚫린 것 우리나라밖에 없죠. 그 구멍은 배꼽인데, 실제 탯줄과도 연결이 되지 않나요. 사후 세계를 나가는 출입구로 상징될 수밖에 없죠.”
‘오르페오전’은 그리스 신화이자 대표적인 오페라인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원전으로 삼았다. 가장 오래된 오페라인 몬테베르디 ‘오르페오’(1607), 오페라 음악의 개혁을 이룬 글루크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1762)로 유명하다. 오페라뿐 아니라 연극·무용 등 여러 장르로 꾸준히 재탄생됐으나 창극으로 옮겨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출신이자 우리나라 여성 오페라 연출가 1호인 이 연출이 창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적벽가'다. 송순섭 명창이 완창한 ‘적벽가’를 듣고 지난해 첫 창극 '적벽가'를 연출했다. '우리 소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였다. “창자(唱者)와 성악가가 무대를 만들어가는 개념과 소리가 놀랄 정도로 똑같다”고 봤다.
“모든 노래가 말에서 시작하죠. 모음의 발음은 굴려야 합니다. 입안에 공간감을 가지고 잇어야 하죠. 숨, 울림 등의 문제가 다 똑같아요. 기법의 차이가 조금은 있을지언정 음악이 세계 공통어라는 걸 느꼈어요.”
다양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 연출은 “연출자는 첫 번째 관객이 돼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해요. 제가 음악극이라는 장르에서 평생 놀고 있는 이유가 생명력 때문이에요. 숨과 시간의 예술인데, 그건 결국 생명과 관련이 있죠. 음악극이 다른 장르보다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죠.”
이 연출은 수식에 ‘여성’이 붙지 않은 몇 안 되는 여성 연출가이기도 하다. “어떤 장르든 여성으로서 나름의 길을 가는 것이 쉽지가 않죠.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에요”라고 봤다.
“창조하는 것 자체가 고통에서 출발하죠. 작품 하나하나는 새로 태어나는 거예요. 그 만큼 작품을 만들어갈 때 철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 부분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제한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공감될 수 있도록 작품 안에 체계적으로 자리 잡히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 만큼 스태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죠. 그 만큼 빚도 있고요.”
이 연출은 그간 드물게 공연되던 ‘적벽가’를 성공적으로 올리면서, 정형화돼 있던 창극의 구조를 확장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창극은 창이 드러나야 해요. 판소리에서 출발해야 하죠. ‘적벽가’를 했던 이유는 동편제의 강한 남성 소리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피가 끓었기 때문이죠.”
그녀는 ‘적벽가’ 작업이 창극의 바다에서 수직적인 깊이를 끄집어내는 것에 비유했다. 이번 ‘오르페오전’을 통해서는 창극의 범위를 수평적으로 넓히기를 바랐다. “평생 오페라를 해온 사람으로서 창극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를 바랐습니다. 수직에 이어 수평 구조마저 뚫리면 모든 장르가 창극에 들어올 수 있는 판이 열릴 것으로 봐요.”
한편 원전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각각 올페와 애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는데 국립창극단 간판들이 대거 맡는다.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 3’,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김준수와 ‘국악 신동’으로 올해 1월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유태평양이 올페 역이다. 국립창극단 인기 레퍼토리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타이틀롤을 맡아 프랑스와 한국을 오갔으며 지난해 뮤지컬 ‘아리랑’에도 출연한 이소연이 애울이다. 23~26일 해오름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