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9.01 10:10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이 ‘2016-2017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개막작’으로 신작 ‘오르페오전’(9월 23~26일 해오름극장)을 선보인다.
그리스 신화이자 대표적인 오페라인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원전으로 삼아 눈길을 끈다. 오페라·연극·무용 등 여러 장르로 꾸준히 재탄생됐으나 창극으로 옮겨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다뤘다. 지하의 세계에서 지상의 문턱으로 나아가는 도중 뒤돌아보지 말라는 명령을 어겨,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놓친 오르페우스의 안타까운 이야기다. 가장 오래된 오페라인 몬테베르디 ‘오르페오’(1607), 오페라 음악의 개혁을 이룬 글루크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1762)로 유명하다.
'오페라의 창극' 시도는 국립창극단의 외연 확장이다. 이를 위해 ‘공연계 어벤저스’로 통하는 창작진들이 대거 뭉쳤다. 지난해 ‘적벽가’로 호평 받은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 전 국립오페라 단장이 다시 전면에 나서고 국립창극단의 김성녀 예술감독, 안호상 극장장이 손을 잡았다.
31일 오전 연출가와 출연자들을 만나 오르페우스가 ‘오르페오전’으로 어떻게 변화는지를 들어봤다.
◆ 이소영 연출 “창극의 혼, 동서 경계 넘겠다”
“창극의 혼이 동서의 경계를 넘나드는 쪽으로 시도하려 한다. 제목에 ‘전(傳)’자를 붙인 이유는 판소리 마당에 덧붙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르페우스를 선택한 계기는, 우주 돛단배를 띄운다는 기사를 봤다. 마침 같은 날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도 봤다. 인간의 꿈과 좌절 안에서 건강한 일상의 회복은 이룰 수 없는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소영 연출은 오르페우스 신화가 한국의 전통 설화와 근원적 정서의 맥이 맞닿아 있음을 발견했다. 작품의 주제인 ‘뒤돌아봄’이 그것이다. 한국의 ‘장자못 설화’가 그 예인데, 뒤에서 아우성치고 있는 식구가 걱정이 된 며느리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스님과의 약속을 어기고 뒤를 돌아보자 돌이 됐다는 이야기다.
2007년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국내 초연하는 등 ‘오르페오’ 관련 세번의 프로덕션을 선보인 이 연출은 “삶과 죽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 주제”라고 했다. 다만 “저승을 천국과 지옥으로 나누지 않는다. 이승과 저승을 위아래라는 물리적 관념적으로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이 연출은 앞서 ‘적벽가’로 수평선을 연상케 하는 무대와 병풍 같은 스크린의 조합, 덩그러니 놓인 부채 모양의 구조물로 미니멀리즘 무대 미학을 선보였다. 이번에도 또 다른 세계를 선보인다. 해오름 무대가 곧 방패연의 형상을 갖는다. 연의 배꼽(방구멍)에 해당하는 무대 중앙은 국내 최대 규모의 원형 회전무대를 지닌 해오름극장의 특징을 살린다.
이 연출은 “방패연은 우리나라만 갖고 있는 귀중한 자산”이라며 “세계의 수많은 연 가운데 가운데 구멍이 뚫린 것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 구멍은 배꼽이라 부르는데 실제 탯줄과도 연결이 되지 않나. 사후 세계를 나가는 출입구로 상징된다”고 설명했다.
◆황호준 작곡가 “장단 해체하겠다”
황 작곡가과 국립창극단과 작업하는 건 이번이 네 번째. 이 연출가는 두 번째다. 그녀가 국립오페라단 단장으로 재직 당시 창작 오페라 ‘아랑’을 함께 했다. 당시 작업을 한국적 오페라의 양식화에 대한 제안이었다고 돌아본 황 연출은 ‘오르페오전’이 이전의 오페라와는 분명한 다른 지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창극은 창극적 서사로 일컫어지는 특유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 있다. 과잉되다시피 확장하고 그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다시 과장된 이야기를 하는. 이야기꾼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역량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창극적 서사다. 반면 오르페오는 오페라적 서사, 즉 이야기 확장을 자제하고 압축적이고 은유적인 것으로 표현한다. 창극은 말맛과 운율을 살리는 등 장단의 지배를 받는 필연적 구조인데 ‘오르페로전’은 내적 정서 위주로 간다. 그러니까 장단을 해체하는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
◆김보람 안무가 “몸짓으로 사후 세계 구현”
‘오르페오잔’ 개막날인 9월23일 이튿날 결혼한다는 김 안무가는 “결혼 때문에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고전이 심도가 깊더라. 창극과 만나 어떤 작품이 나올 지 궁금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예비 아내에게 허락을 받고 이번 작업에 참여했다고 웃은 그는 “노래를 하시는 분들이 몸짓까지도 사후 세계나 현실을 구현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애울 이소연 “사랑을 넘어선 연을 그린 작품”
이소연은 “표면적으로 보면 남녀 사랑이 아닌가 생가했는데 연습하면서 남녀간의 사랑을 넘어선 연을 그린 작품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봤다. 본인은 원캐스트로 상대역인 김준수는 로맨틱함, 유태평양은 남성적인 리더십이 강하다고 여겼다. 이와 함께 판소리에 걸쭉한 목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르페오 김준수 “남성답게 하겠다”
격정과 서정을 동시에 보여주겠다고 장담한 김준수는 “이소연 씨가 로맨틱하다고 했는데 남성답게 하려고 한다. 지금 부족한 모습을 채우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르페오 유태평양 “나도 로맨틱하다”
자신도 로맨틱함을 갖추고 있다고 역시 너스레를 떤 유태평양은 “김준수 씨보다 조금은 더 남성적일 거”라며 더블 캐스팅된 김준수와 농이 섞인 신경전을 벌였다. “오르페오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 젊은이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성녀 예술감독 “창극이라는 새 르네상스 만들겠다”
5년 째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김 감독은 “안호상 극장장님이 국립극장의 얼굴은 창극이다, 라고 해서 팍팍 밀어주셨는데 성공적”이라며 “위대한 유산인 판소리를 다양하게 요리를 해서 여러 멋과 맛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창극이라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안호상 극장장 “창극, 한국의 대표 음악극”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을 열 때마다 걱정이 컸다는 안 극장장은 이번 ‘오르페오전’이 오프닝이라 기대가 크다고 했다. 김준수, 유태평양 같은 신진 단원들이 주역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 극립극장, 국립창극단이 성장하는 단적인 증거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음악극이 오페라, 뮤지컬로 끝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 예술의 중심이 결국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데 한국의 대표 주자로 음악극이 논의 될 때 창극이 그 사명을 담당할 것”이라고 봤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거나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런 레퍼토리의 다양성으로 창극을 국민들이 무의식적으로 공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신화이자 대표적인 오페라인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원전으로 삼아 눈길을 끈다. 오페라·연극·무용 등 여러 장르로 꾸준히 재탄생됐으나 창극으로 옮겨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다뤘다. 지하의 세계에서 지상의 문턱으로 나아가는 도중 뒤돌아보지 말라는 명령을 어겨,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놓친 오르페우스의 안타까운 이야기다. 가장 오래된 오페라인 몬테베르디 ‘오르페오’(1607), 오페라 음악의 개혁을 이룬 글루크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1762)로 유명하다.
'오페라의 창극' 시도는 국립창극단의 외연 확장이다. 이를 위해 ‘공연계 어벤저스’로 통하는 창작진들이 대거 뭉쳤다. 지난해 ‘적벽가’로 호평 받은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 전 국립오페라 단장이 다시 전면에 나서고 국립창극단의 김성녀 예술감독, 안호상 극장장이 손을 잡았다.
31일 오전 연출가와 출연자들을 만나 오르페우스가 ‘오르페오전’으로 어떻게 변화는지를 들어봤다.
◆ 이소영 연출 “창극의 혼, 동서 경계 넘겠다”
“창극의 혼이 동서의 경계를 넘나드는 쪽으로 시도하려 한다. 제목에 ‘전(傳)’자를 붙인 이유는 판소리 마당에 덧붙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르페우스를 선택한 계기는, 우주 돛단배를 띄운다는 기사를 봤다. 마침 같은 날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도 봤다. 인간의 꿈과 좌절 안에서 건강한 일상의 회복은 이룰 수 없는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소영 연출은 오르페우스 신화가 한국의 전통 설화와 근원적 정서의 맥이 맞닿아 있음을 발견했다. 작품의 주제인 ‘뒤돌아봄’이 그것이다. 한국의 ‘장자못 설화’가 그 예인데, 뒤에서 아우성치고 있는 식구가 걱정이 된 며느리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스님과의 약속을 어기고 뒤를 돌아보자 돌이 됐다는 이야기다.
2007년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국내 초연하는 등 ‘오르페오’ 관련 세번의 프로덕션을 선보인 이 연출은 “삶과 죽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 주제”라고 했다. 다만 “저승을 천국과 지옥으로 나누지 않는다. 이승과 저승을 위아래라는 물리적 관념적으로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이 연출은 앞서 ‘적벽가’로 수평선을 연상케 하는 무대와 병풍 같은 스크린의 조합, 덩그러니 놓인 부채 모양의 구조물로 미니멀리즘 무대 미학을 선보였다. 이번에도 또 다른 세계를 선보인다. 해오름 무대가 곧 방패연의 형상을 갖는다. 연의 배꼽(방구멍)에 해당하는 무대 중앙은 국내 최대 규모의 원형 회전무대를 지닌 해오름극장의 특징을 살린다.
이 연출은 “방패연은 우리나라만 갖고 있는 귀중한 자산”이라며 “세계의 수많은 연 가운데 가운데 구멍이 뚫린 것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 구멍은 배꼽이라 부르는데 실제 탯줄과도 연결이 되지 않나. 사후 세계를 나가는 출입구로 상징된다”고 설명했다.
◆황호준 작곡가 “장단 해체하겠다”
황 작곡가과 국립창극단과 작업하는 건 이번이 네 번째. 이 연출가는 두 번째다. 그녀가 국립오페라단 단장으로 재직 당시 창작 오페라 ‘아랑’을 함께 했다. 당시 작업을 한국적 오페라의 양식화에 대한 제안이었다고 돌아본 황 연출은 ‘오르페오전’이 이전의 오페라와는 분명한 다른 지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창극은 창극적 서사로 일컫어지는 특유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 있다. 과잉되다시피 확장하고 그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다시 과장된 이야기를 하는. 이야기꾼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역량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창극적 서사다. 반면 오르페오는 오페라적 서사, 즉 이야기 확장을 자제하고 압축적이고 은유적인 것으로 표현한다. 창극은 말맛과 운율을 살리는 등 장단의 지배를 받는 필연적 구조인데 ‘오르페로전’은 내적 정서 위주로 간다. 그러니까 장단을 해체하는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
◆김보람 안무가 “몸짓으로 사후 세계 구현”
‘오르페오잔’ 개막날인 9월23일 이튿날 결혼한다는 김 안무가는 “결혼 때문에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고전이 심도가 깊더라. 창극과 만나 어떤 작품이 나올 지 궁금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예비 아내에게 허락을 받고 이번 작업에 참여했다고 웃은 그는 “노래를 하시는 분들이 몸짓까지도 사후 세계나 현실을 구현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애울 이소연 “사랑을 넘어선 연을 그린 작품”
이소연은 “표면적으로 보면 남녀 사랑이 아닌가 생가했는데 연습하면서 남녀간의 사랑을 넘어선 연을 그린 작품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봤다. 본인은 원캐스트로 상대역인 김준수는 로맨틱함, 유태평양은 남성적인 리더십이 강하다고 여겼다. 이와 함께 판소리에 걸쭉한 목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르페오 김준수 “남성답게 하겠다”
격정과 서정을 동시에 보여주겠다고 장담한 김준수는 “이소연 씨가 로맨틱하다고 했는데 남성답게 하려고 한다. 지금 부족한 모습을 채우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르페오 유태평양 “나도 로맨틱하다”
자신도 로맨틱함을 갖추고 있다고 역시 너스레를 떤 유태평양은 “김준수 씨보다 조금은 더 남성적일 거”라며 더블 캐스팅된 김준수와 농이 섞인 신경전을 벌였다. “오르페오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 젊은이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성녀 예술감독 “창극이라는 새 르네상스 만들겠다”
5년 째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김 감독은 “안호상 극장장님이 국립극장의 얼굴은 창극이다, 라고 해서 팍팍 밀어주셨는데 성공적”이라며 “위대한 유산인 판소리를 다양하게 요리를 해서 여러 멋과 맛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창극이라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안호상 극장장 “창극, 한국의 대표 음악극”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을 열 때마다 걱정이 컸다는 안 극장장은 이번 ‘오르페오전’이 오프닝이라 기대가 크다고 했다. 김준수, 유태평양 같은 신진 단원들이 주역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 극립극장, 국립창극단이 성장하는 단적인 증거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음악극이 오페라, 뮤지컬로 끝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 예술의 중심이 결국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데 한국의 대표 주자로 음악극이 논의 될 때 창극이 그 사명을 담당할 것”이라고 봤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거나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런 레퍼토리의 다양성으로 창극을 국민들이 무의식적으로 공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