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같은' 문웅휘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 도전"

입력 : 2016.08.30 13:49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멤버
9월 1일 재능문화센터서 솔로 공연

“바흐는 한 악장만 가지고 이틀을 연습해도 계속할 수 있어요. 군더더기가 없죠. 꼭 필요한 것으로만 음을 만들어서 마음 깊은 곳까지 와 닿아요.”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은 첼리스트에게 성서로 통한다. 그 만큼 큰 도전이다.

한국 실내악의 역사를 쓰고 있는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멤버이자 솔로 연주자인 첼리스트 문웅휘(28)에게도 마찬가지다.

최근 혜화동에 위치한 재능문화센터(JCC)에서 만난 문웅휘는 “연주하기가 쉽지 않아서 계속 연구하고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같은 날 리허설을 지켜봤는데, 그는 첼로와 내밀한 대화를 하듯,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문웅휘는 9월1일 오후 8시 이 공연장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3번과 4번, 펜데레츠키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연주한다. 국내에서 공식적인 솔로 공연은 2년6개월 만이다.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 전곡 연주는 일찌감치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다른 연주자들처럼 6개의 모음곡 전체를 한 자리에서 연주하는 방안도 생각했다.

하지만 젊은 연주자답게 “조금은 다르게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꿈틀댔다. “바흐의 영향을 받은 현대음악을 함께 연주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2013년 작곡된 펜데레츠키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더해졌다. 펜데레츠키는 모음곡마다 한 조성을 갖추는 등 바흐의 영향을 받았다.

공연 타이틀은 ‘비욘드(Beyond-)’. 사전적인 정의는 ‘저편에’ ‘(특정한 시간을) 지나’ ‘그 너머에’ 등이다.

“바흐가 살아생전, 미래의 음악가들이 자신의 영향을 받고 자신의 곡의 완성도에 도전할 것이라 상상을 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한국에서까지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고 공부할 거라는 생각은 더 못했겠죠. 바흐와 펜데레츠키의 활동시기 역시 250년 가량이 차이가 나죠. ‘비욘드’가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문웅휘는 노부스 콰르텟 멤버로서 뿐 아니라 솔리스트로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정명화·박노을 사사), 함부르크 국립음대(아르토 노라스 사사), 뮌헨 국립음대(크리스토프 포펜·하리올프 슐리히티히)을 거쳤다. 드레스덴 국립음대에서 단쥴로 이시자카를 사사하고 졸업했다. 지난해 오스카 & 베라 리터 장학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됐고 함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어릴 때 피아노를 연주하던 그가 첼로를 켜기 시작한 건 비교적 늦은 나이인 만 12세. “피아노도 물론 훌륭한 악기였어요. 근데 제 생각에는 그 때 당시 첼로가 저한테 맞는 악기라는 생각이 들었죠. 연습할 때마다 그간 발견하지 못한 테크닉 등을 발견하고 깨닫는 것이 너무 즐거웠죠.”

하지만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했다. 학생에서 연주자의 문턱에 들어갈 때였다.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프로 연주자로서 자신의 것을 소화해야 하니 처음에는 마인드 컨트롤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첼로의 매력은 연주 기법과 레퍼토리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지 모르는데 있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 작곡가들이 도전적인 곡들도 많이 만들어요. 그 만큼 첼로의 스펙트럼이 넓어질 가능성이 크죠.”

올해 어느덧 결성 9주년을 맞은 노부스 콰르텟은 문웅휘를 비롯해 바이올린 김재영·김영욱, 비올라 이승원으로 구성됐다. 수많은 콩쿠르에서 한국 사중주단으로는 처음으로 입상을 하며 실내악의 부흥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세계 실내악 거물들이 대거 출연한 일본 산토리홀 실내악 가든 축제에 참여하며 이름을 드높였다.

최근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쇼스타코비치 레터포리로 전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정밀한 연주로 유명한 노부스 콰르텟은 쇼스타코비치의 현악사중주 작품 중 8번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며’에서 기존과 달리 거친 에너지와 기괴한 사운드를 내는 등 점차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멤버들끼리 작년부터 10주년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청춘을 다 바쳐서 감회가 새롭죠.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죠. 멤버들이 개인적으로 희생하고 참은 부분도 있고. 음악하는 사람들이 민감할 수 있는데 다들 성격이 좋아 양보하고 이해를 해서 여기까지 왔죠.”

노부스 콰르텟 팀 전체가 성장해온 만큼 문웅휘도 부쩍 자랐다. “예전에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욕심이 컸거든요. 이제는 제가 가지고 있는 걸 발전시키자는 생각을 더 하고 있죠.”

묵직한 첼로같은 문웅휘는 날렵한 테크닉으로 항상 '감성적인 연주자'라는 평이다. "이제는 가슴보다 머리로 연주하고 싶아요. 조금 더 지적인 연주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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