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식이 나보다 잘하냐" 뒤틀린 욕망속 멜로인듯 스릴러 인듯

입력 : 2016.08.23 09:52
■ 연극 '클로저' 연습 현장 가보니
'앨리스' 박소담 "복잡한 인간관계 다뤄"
영화 '연애의 온도' 노덕 감독 연출 맡아

# 1. 피부과 의사 '래리' 역의 배성우의 태연한 표정과 눈빛이 섬뜩하다. 출장에서 돌아온 그는 송유현이 연기한 사진가이자 자신의 아내 '안나'가 부고 전문기자 '댄'과 묘한 관계라는 걸 안다. 오히려 출장지인 뉴욕에서 자신이 창녀랑 잔 사실을 고백한다. 안나가 마침내 댄과의 사이를 털어놓자 "그 자식이 나보다 잘하냐"며 뒤틀린 욕망을 폭발시킨다.

# 2. 김선호가 연기한 댄은 자신의 애인이자 동거녀인 미국 뉴욕 출신 스트리퍼이자 박소담이 연기하는 앨리스에게 이별을 고한다. 자신과 안나가 그렇고 그런 사이임을 고백한다. 앨리스는 자신에게 의존하는데, 안나는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끌렸단다. 앨리스는 댄에게 나쁜 자식이라고 욕하지만 그를 쉽사리 떠나지 못한다.

연극 '클로저'의 6장은 시시각각 변하는 남녀의 심리를 세련되게 담아낸 명장면이다. 특히, 남성들의 짐승 같은 심리를 까발리는 것이 찔리면서도 통쾌하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에 위치한 악어컴퍼니 연습실에서 3년 만에 돌아오는 연극 '클로저'의 장면을 미리 엿봤다. 연습 장면임에도 앨리스, 댄, 안나, 래리 등 4명의 엇갈린 사랑과 그로 인한 심리적 갈등이 날이 서있다.

이민기·김민희 주연의 영화 '연애의 온도'(2012)를 통해 연애의 현실을 공감 있게 그린 노덕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번 시즌은 단지 연애 감정을 넘어 인간 내면의 소통과 진실에 한발자국 더 다가선다. 영국 극작가 패트릭 마버의 대표작인 '클로저'는 1997년 5월 영국 왕립국립극장의 코트슬로 소극장에서 초연했고 2004년 내털리 포트먼·주드 로·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동명 영화로 옮겨졌다.

노덕 연출은 "영화 '클로저'는 멜로에 무게가 실렸는데 연극 '클로저'는 멜로의 부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의 감정적인 부분을 날카롭게 파고든다"고 봤다.

올해 초 동명영화가 바탕인 '렛미인'으로 프로 연극에 데뷔한 뒤 '클로저'를 두 번째 무대작으로 택한 박소담 역시 '클로저'가 인간 관계를 다룬다고 봤다.

"사랑으로 표현됐을 뿐이지 인간 관계로 생기는 감정들을 풀어놓는다"면서 "그 감정들이 너무 솔직하다 보니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처절하기도 하다. 뭐라고 단정할 수 없는 복잡한 인간 관계를 사랑에 빗대어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극중에서 가장 어린 앨리스는 자신의 감정에 가장 솔직한 인물이다. "어리다고 해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이 아닌 것은 아니다"라며 "살아가도 보면 감당하고 부딪혀야 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사랑이 다가 아닌 순간들이 찾아오는데 (그 직전 상황인) 앨리스가 그래서 자신의 사랑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한예종 재학 중인 스무살때 '클로저'의 장면 연습을 하며 중년에 접어들기 직전인 안나를 연기하기도 한 박소담은 "지금도 어떻게 그 때 안나를 연기했지라는 생각이 든다. 앨리스는 많은 걸 재지 않을 수 있는 상태죠. 그래서 다른 누군가보다는 희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호, 이동하와 함께 댄을 번갈아 연기하는 박은석은 막 30대에 접어들었는데 "20, 30, 40대 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조금 더 어렸을 때 댄을 연기했을 때 감정이 어려워 위험할 수 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07년 '클로저' 한국 초연 당시 꾸준히 이 작품에서 래리를 맡고 있는 배성우는 "극중 인물들의 감정이 나이가 먹을수록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다"며 "개인으로서의 특별한 날로 받아들여지더라. 그래서 더 많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앨리스는 박소담과 함께 이지혜가 연기한다. 래리는 배성우와 함께 김준원과 서현우, 안나는 김소진·송유현이 연기한다. 9월6일부터 11월13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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