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전 카메라에 담긴 춤, 봉산탈춤 연구 밑거름 되다

입력 : 2016.08.22 23:36

스웨덴 학자 촬영 봉산탈춤 공연… 31일 '1936 사리원' 행사서 공개

1936년 8월 31일 황해도 사리원, 한 서양인이 16㎜ 카메라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영상으로 담고 있었다. 그 옆에는 30대의 조선인 학자 두 명이 보였다. 민속학자 임석재(1903~1998)와 송석하(1904~1948)였다. 그들이 지켜보던 공연은 봉산탈춤이었다.

1936년 8월 31일 황해도 사리원에서 열린 봉산탈춤 공연 중 사자놀이 장면. /한국문화재재단
1936년 8월 31일 황해도 사리원에서 열린 봉산탈춤 공연 중 사자놀이 장면. /한국문화재재단
백중날을 맞아 열린 이 특별 공연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송석하는 백두산을 방문하러 조선에 온 스웨덴 조류학자 스텐 베리만의 발길을 사리원으로 돌렸고, 조선총독부 관방문서과에서도 촬영을 했다. 밤에는 경성방송국에서 라디오 생중계를 했다. 이 전설적인 공연으로 인해 봉산탈춤의 뼈대가 되는 송석하본·임석재본 등의 대본이 발행됐고, 훗날 가면극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총독부 촬영 영상은 현재 찾을 수 없지만, 베리만의 영상은 임석재가 1969년 입수해 소장했다. 공간사랑 등에서 한두 차례 공개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잊힌 이 희귀 영상을 임석재의 딸인 임돈희 동국대 석좌교수가 공연 80주년을 맞아 다시 공개한다. 오는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리는 '1936 사리원' 행사다. 오후 1시 30분에는 조동일·서연호·채희완 등의 학자가 참여하는 학술 대회가, 오후 7시 30분에는 봉산탈춤 완판 공연이 열린다. 1936년 베리만의 영상은 세미나와 공연에서 두 차례 공개된다. (02)3011-17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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