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도 "손드하임의 뮤지컬 무서우면서 재미있네요"

입력 : 2016.08.22 10:15
■ 뮤지컬 '스위니 토드' 러빗 부인役
블랙유머 조승우·양준모와 찰떡궁합

“작업을 할 때 꼼수 부린 적은 없어요. 결과는 두고 보더라도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배우 전미도의 변함없는 초심이다. 그녀가 매 출연작마다 발군의 연기력과 정점의 에너지를 발휘한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10월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전미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자신의 가정을 파탄시킨 터핀 판사에게 복수를 하며 광기의 살인을 저지르는 이발사 ‘스위니 토드’를 사랑하는 파이 가게의 ‘러빗 부인’의 옷을 완벽하게 입었다. 러빗 부인역은 옥주현과 번갈아 맡았다. 고기 살 돈이 없어 토드가 저지른 살인 뒤 인육 파이를 만들어내는 억척스럽고 그로테스크한 이 역에 귀여움을 불어넣는다.

이 뮤지컬을 바탕으로 만든 동명 영화에서 같은 역을 헬레나 본햄 카터에서 맡은 것에서 보듯, 본래 노련한 배우들이 이 역을 맡는다. 2007년 한국 초연 역시 박해나, 홍지민이 이 캐릭터를 연기했다.

“외국 영상 등을 살펴보니 러빗이 스릴러 장르이 이 뮤지컬에서 릴렉스를 담당하고 있더라고요. 아줌마스럽고 수다스런 톤 역시 그런 의미에서 찾은 것이었고요.”

토드를 사랑하는 동시에 보통의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욕망에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결국 파멸한다. “귀여운 면모도 넣으면서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여자로도 그리고 싶었어요. 욕망과 사랑의 접점을 찾고자 했죠.”

전위적이면서 위대한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로 노래는 불협화음으로 구성됐다. 편안하게 멜로디만 따라 부르는 넘버가 드물다. 캐릭터에 제대로 된 감정이입을 해온 전미도에게도 쉽지 않다.

“노래가 자동으로 나오는 날이 없어요. 긴장을 놓칠 수가 없거든요. 한번 리듬과 템포를 놓지면 끝날 때까지 꼬이거든요. 무서우면서도 재미있어요. 호호.”

‘스위니 토드’에서 유명한 장면 중 하나는 1막의 마지막. 토드와 러빗 부인이 시체를 가지고 파이를 만들기로 결심하는 부분이다. "선거철에 별미인 정치인 뱃살은 뻔한 맛" 등 풍자가 가득한 블랙유머가 한아름이다. “배우로서 묘한 쾌감이 있다”고 웃었다.

이 장면은 또 토드(조승우·양준모)와 러빗 부인의 찰떡궁합 호흡으로 눈길을 끈다. ‘닥터지바고’ ‘베르테르’ ‘맨오브라만차’ 등에 함께 출연한 조승우와는 ‘뮤지컬계 최불암 김혜자’로 통할 정도로 호흡이 척척이고 ‘영웅’에서 함께 한 양준모와는 그로테크스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것이 전미도의 강점이기도 하다.

“파트너십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사적으로도 친해지려고 노력하죠. 이번에는 다행히 친한 사람들이 많아서 걱정이 없었어요.”

극단 맨씨어터 소속 배우로 대형 뮤지컬과 소극장 연극을 어색하지 않게 오가는 대학로의 드문 배우로도 유명하다.

‘스위니 토드’ 직전 연극 ‘흑흑흑 희희희’에도 나온 그녀는 김광보 연출(서울시극단 예술감독)과 새 연극에 들어간다. “연극은 가능하면 무조건 하려고 해요. 뮤지컬과는 다른 매력이 있죠.” 스케줄이 없을 때 맨씨어터 작품을 하느 날 프런트에서 팸플릿을 팔고 안내해주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2006년 데뷔 이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원스’, 연극 ‘갈매기’ 등에 출연하며 빈틈을 보여온 적이 없는 이 배우에게도 힘든 때가 있다. “무슨 작품이든 초반이 가장 힘들다”는 것이다. “초반에 제 한계를 느껴요. 특히 선생님들이 함께 출연하시는 연극들을 볼 때마다 제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거든요.”

‘스위니 토드’는 생각보다 뮤지컬 관계자들과 관객의 반응이 좋아 다행이라고 힘이 더 난다. "작품이 끝날 때 자신이 성장해 있는 걸 깨닫는다"고 했다. “어려운 작품을 만나는 것이 성장하는 기회”라는 의연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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