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보물섬' 연출가 이대웅
동명 세계명작 압축해 올려… 음악·무대, 뮤지컬 방불케 해
"예, 어른들 보라는 연극 맞아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중인 연극 '보물섬'의 연출가 이대웅(37)이 웃으며 말했다. 초등학생도 볼 수야 있지만, 원래 성인 관객을 타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양정웅 서울예대 교수가 이끄는 극단 여행자에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정글북' 같은 소극장 연극을 연출해 주목받은 신진 연출가다. 이대웅이 예술의전당 무대에 작품을 올린다는 말에 "아, 드디어"란 반응을 보인 사람이 많았다.
어린 시절 계림문고와 계몽사 세계문학전집을 닥치는 대로 읽었던 그가 연극에 관심을 가진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피터팬'을 보는데, 어린이 관객이 박수를 치니까 주인공으로 나온 가수 이선희가 갑자기 하늘을 날았다. "그건 마술이었어요…." 그의 눈가가 돌연 촉촉해졌다. 용인대 연극학과를 나온 뒤 연출가 문삼화의 조연출을 거쳐 2008년 '창문에서 당신이 보입니다'로 데뷔했다.
옛 '계몽사 소년'답게 최근 들어 계속 세계 명작을 원작으로 한 연극을 만들었고, 이번에는 '보물섬'이다. 영국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쓴 '보물섬'의 제목은 편집자가 붙인 일종의 '낚시'고, 우리는 그 안에 들어있는 진짜 내용을 봐야 한다고 했다. "짐 호스킨스라는 주인공 소년의 성장통(成長痛)을 다룬 얘기예요. 섬에 도착한 짐은 어른들이 물질적인 욕망 앞에서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짧은 시간 원치 않는 생로병사를 겪게 되는 거죠."
마임을 넘어 아크로바틱에 가까울 정도로 배우들이 몸을 많이 쓰고, 뮤지컬을 방불케 할 만큼 음악을 많이 사용하는 이대웅의 연출 스타일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게다가 소극장으로선 꽤 공간이 넓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의 무대장치가 '보물'처럼 주어졌는데, 그곳을 마치 거대한 놀이동산처럼 꾸며 술집과 배와 섬으로 순식간에 변하도록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만들었다"는 그의 말처럼, 배보람(짐 역), 김도완(실버 역) 등 배우 9명은 해설과 대사를 넘나들고 춤추고 노래하며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 무대를 휘젓는다. '성인에게 픽션이란 아이들의 놀이와 같다'고 했던 스티븐슨의 말이 무대에서 실현되는 듯한 모습이다.
이대웅은 다음 작품으로 '걸리버 여행기' '로빈슨 크루소' 같은 모험과 항해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다고 했다. "동시대 이야기보다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가치를 지닌 고전(古典)에서 담론을 찾아내고 싶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빈티지(유서 깊은) 물건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 아니겠어요?"
▷연극 '보물섬'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