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평(三視世評)] 도발적인 댄스가 흥겹긴 한데… 왜 자꾸 찢기만 하는 거야

입력 : 2016.08.05 03:00   |   수정 : 2016.08.05 06:19

- 여성 전용 19禁쇼 '치펜데일 쇼'
노출 수위 낮춰 한국서 첫 공연… 비슷하게 반복되는 연출은 지루

여성 전용 '19금(禁) 쇼'로 불리는 '치펜데일 쇼'를 보러 가면서 무대 위보다 아래가 더 궁금했다. 남성들이 옷을 벗어 던지며 조각 같은 몸을 보여주는 파격적인 공연엔 어떤 여자들이 모일까. 머리를 샛노랗게 물들인 20대 여성부터 퇴근길에 들른 듯한 30대 여성, 친구들끼리 함께 온 40~50대 여성들이 객석 3분의 1 정도를 채우고 있었다.

조용히 앉아있던 여성들은 남성 9명이 무대에 오르자 폭발적인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돌변하는 모습이 놀라울 정도였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남성들은 긴바지에 재킷까지 차려입고 등장해 강렬한 비트에 맞춰 춤을 추면서 한 겹씩 벗어던졌다. 일제히 뒤로 돌아 엉덩이를 보여줄 땐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치펜데일(Chippendales)'은 35년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해왔다. 100여 국 1억명 넘는 여성이 관람했고 공연 중 찢은 셔츠만 120만장이 넘는다고 한다. LA의 망해가는 나이트클럽을 되살리려 시작했던 쇼는 안무와 음악을 접목한 뮤지컬처럼 진화했다. 당시 나이트클럽에 곡선 많고 장식적인 치펜데일 스타일 가구가 많아 공연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남성 스트립쇼를 최초로 상업화·브랜드화한 치펜데일의 첫 한국 공연은 큰 관심을 모았다. 한국 관객을 고려해 수위를 낮췄다는 공연 분위기는 밝고 가볍고 유머러스해 거부감이 적었다. 경쾌한 댄스 음악이나 로큰롤에 맞춰 발랄한 춤을 추는 가운데 옷을 벗는 식이었다.

3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치펜데일 쇼’공연 장면. 출연자 케빈 코넬은 "여성들을 위한 디즈니랜드 같은 쇼"라고 했다. /다온이엔티
3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치펜데일 쇼’공연 장면. 출연자 케빈 코넬은 "여성들을 위한 디즈니랜드 같은 쇼"라고 했다. /다온이엔티
양복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 힙합 보이, 제복 차림의 해군, 해머를 짊어지고 나온 일꾼, 권투선수, 카우보이 등이 차례로 등장했다. "미국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한국 여성들의 취향이나 관심사와는 동떨어진 듯하다. 요즘 트렌드를 반영했다면 셰프도 등장했을 텐데."(변희원 기자)

콘셉트와 의상은 다양했지만 남성 출연자들이 하는 행동은 똑같았다. 두 시간 동안 줄기차게 쫄쫄이 민소매 티셔츠를 찢어 객석으로 던지고, 뒤돌아 눈 깜짝할 새 엉덩이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인간의 욕망은 한계가 없는 것이어서, 서너 차례 반복되니 벌써 지겨워졌다. "왜 걸그룹들 노출 수위가 점점 더 올라가는지 이해가 되더라. 의사가 환자 바라보는 심정 비슷해졌다."(정유진 기자) 중간중간 긴 머리 남성이 등장해 서정적인 발라드를 부르며 로맨틱한 감정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이 공연의 열쇠는 사실 무대 위 옷 벗는 남성이 아니라 무대 아래 여성들이 쥐고 있었다. 이따금 남성들이 관중석을 향해 뛰어내려 오면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함께 춤을 췄다. 여성들은 즉석에서 무대에 오르기도 했는데, 밋밋한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들이 사회자 요청을 받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격렬하고 도발적인 댄스를 선보였다. 최수현 기자의 심경이 복잡해졌다. "성적 욕망이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금기로 여겨지는 한국 여성들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니 통쾌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좀 겁이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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