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8.02 03:00
[블라디보스토크 '제1회 마린스키 국제 극동 페스티벌']
'음악계의 차르' 게르기예프, 환태평양 예술가 모아 축제 열어
조성진 공연에 한국 관객 붐벼… 강주미·임선혜·손열음 등도 참여
"낮 관광, 밤 공연으로 알찬 여행"
지난 31일 저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골든혼만(灣)가에 자리한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 무대'. 거장 발레리 게르기예프(63)가 이끄는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던 조성진(22)의 이마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 곡은 36세의 라흐마니노프가 미국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자신의 모든 기교와 역량을 쏟아부어 완성한 작품이기에 노련한 연주자에게도 쉽지 않다. 하지만 조성진은 연주 내내 건반을 쑥 잡아당겼다 단숨에 톡 튕겨내는 듯한 신들린 타건을 선보이며 청중을 매료시켰다. "브라보! 브라비!" 쏟아지는 갈채에 말갛게 웃던 젊은 피아니스트는 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녹초가 돼 쓰러졌다.
다음 날인 1일 연푸른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선 이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9)이었다. 올해 탄생 125주년인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를 기리기 위해 그의 작품으로만 꾸민 특별 무대에서 그녀는 젊은 시절 러시아 혁명을 피해 유랑을 거듭했던 작곡가가 40대 중반 고백록처럼 쓴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절제된 선율, 차분한 흐느낌 가운데서도 언뜻 장난스러운 유머를 곁들인 연주는 객석의 환호를 끌어냈다.
◇환태평양 스타 예술가들 한데 모아
게르기예프가 초대 예술감독을 맡아 진두지휘한 '제1회 마린스키 국제 극동(Far East) 페스티벌'이 지난 30일 화려하게 개막했다. 오페라, 발레, 콘서트 등 총 27개 공연이 오는 10일까지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 무대에서 펼쳐진다. 프로코피예프 오페라 '수도원에서의 결혼'을 시작으로 세계 정상급 발레리나인 디아나 비시노바와 그리스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등 쟁쟁한 음악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국 음악가로는 조성진·강주미를 비롯해 지휘자 정민(32)이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을 이끌고, 소프라노 임선혜(40)는 몽골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와 '오페라의 스타들'에 선다. 피아니스트 손열음(30)은 게르기예프가 이 축제를 위해 특별히 꾸린 '마린스키 극장과 연해주 무대 합동 오케스트라'와 함께 축제 대미를 장식한다. 환태평양 지역 스타 예술가들을 한데 모은, 유례가 없던 음악축제가 탄생했다.
◇음악계 차르, 동토에 클래식 꽃피우다
축제가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는 옛 소련 태평양함대 사령부 주둔기지였고 1991년까진 외국인 출입이 통제될 만큼 '폐쇄된 요새'였다. 2009년 러시아 정부가 특별법을 만들어 블라디보스토크가 있는 연해주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숨이 트이기 시작했다.
◇환태평양 스타 예술가들 한데 모아
게르기예프가 초대 예술감독을 맡아 진두지휘한 '제1회 마린스키 국제 극동(Far East) 페스티벌'이 지난 30일 화려하게 개막했다. 오페라, 발레, 콘서트 등 총 27개 공연이 오는 10일까지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 무대에서 펼쳐진다. 프로코피예프 오페라 '수도원에서의 결혼'을 시작으로 세계 정상급 발레리나인 디아나 비시노바와 그리스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등 쟁쟁한 음악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국 음악가로는 조성진·강주미를 비롯해 지휘자 정민(32)이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을 이끌고, 소프라노 임선혜(40)는 몽골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와 '오페라의 스타들'에 선다. 피아니스트 손열음(30)은 게르기예프가 이 축제를 위해 특별히 꾸린 '마린스키 극장과 연해주 무대 합동 오케스트라'와 함께 축제 대미를 장식한다. 환태평양 지역 스타 예술가들을 한데 모은, 유례가 없던 음악축제가 탄생했다.
◇음악계 차르, 동토에 클래식 꽃피우다
축제가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는 옛 소련 태평양함대 사령부 주둔기지였고 1991년까진 외국인 출입이 통제될 만큼 '폐쇄된 요새'였다. 2009년 러시아 정부가 특별법을 만들어 블라디보스토크가 있는 연해주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숨이 트이기 시작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총감독이자 뮌헨 필 수석 지휘자, 차이콥스키 콩쿠르 조직위원장인 게르기예프는 '음악계의 차르'로 불린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돈독한 그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축제를 만든 건 강대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 '신(新)동방정책'을 내세우며 극동으로 진출하려는 푸틴을 보조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지난 1월 마린스키 극장이 공연장을 인수해 스타급 연주자들이 나선 축제를 만든 것은 그였기에 가능했다. 게르기예프는 "환태평양 지역에 사는 음악가들과 음악 팬들을 한자리에 모아 클래식의 정수를 즐기게 하고 싶었다. 앞으로 매년 축제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공연장 채운 한국인들
31일 대극장(1356석)에서 열린 조성진 공연은 전체 관객의 3분의 1이 한국인이었다. 2시간 전부터 한국 관객들로 로비가 붐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박혜련(27)씨 등 세 명은 이날 처음 본 사이. "각자 예매했는데 숙소인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공연장까지 같이 왔다"며 웃었다.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김종환(39)씨는 아내만 연주홀에 들여보내고 여섯 살 딸과 공연장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아내가 이 공연을 꼭 와서 보고 싶다고 했다. 낮엔 관광하고, 밤엔 공연 보니 알차다"고 했다.
"정명훈도 저 나이 땐 저렇게 못 쳤는데. 젊은 친구가 아주 실해!" 퇴장하는 조성진을 보며 지난해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이세방(63)씨가 기분 좋게 외쳤다. "나 혼자 여기까지 온 걸 알면 아들·며느리가 주책맞다고 혼낸다"며 한사코 이름을 밝히지 않은 78세 주부는 연주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았다. 그녀는 "연주 잘하는 교향악단 협연을 보고 있으면 혈관과 세포, 인체의 모든 기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건강한 몸을 들여다보는 듯해 아름답다"고 했다. 페스티벌 홈페이지는 Prim.marinsky.ru
◇블라디보스토크 공연장 채운 한국인들
31일 대극장(1356석)에서 열린 조성진 공연은 전체 관객의 3분의 1이 한국인이었다. 2시간 전부터 한국 관객들로 로비가 붐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박혜련(27)씨 등 세 명은 이날 처음 본 사이. "각자 예매했는데 숙소인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공연장까지 같이 왔다"며 웃었다.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김종환(39)씨는 아내만 연주홀에 들여보내고 여섯 살 딸과 공연장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아내가 이 공연을 꼭 와서 보고 싶다고 했다. 낮엔 관광하고, 밤엔 공연 보니 알차다"고 했다.
"정명훈도 저 나이 땐 저렇게 못 쳤는데. 젊은 친구가 아주 실해!" 퇴장하는 조성진을 보며 지난해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이세방(63)씨가 기분 좋게 외쳤다. "나 혼자 여기까지 온 걸 알면 아들·며느리가 주책맞다고 혼낸다"며 한사코 이름을 밝히지 않은 78세 주부는 연주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았다. 그녀는 "연주 잘하는 교향악단 협연을 보고 있으면 혈관과 세포, 인체의 모든 기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건강한 몸을 들여다보는 듯해 아름답다"고 했다. 페스티벌 홈페이지는 Prim.marinsky.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