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7.21 03:00
오태석 희곡 첫 뮤지컬化… 이지나 연출 '곤 투모로우'
"앞으로 선생님 작품은 제가 뮤지컬로 만들어서 올릴게요. 저한테 독점권을 주세요, 네?" 2000년 대학로의 한 술집에서 30대 여성 연출가가 초로의 남성 옆에서 계속 조르고 있었다. 묵묵히 술잔을 기울이던 남성이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네가 다 해라."
남자는 거장(巨匠)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태석(76), 여자는 이제 국내 대표적 뮤지컬 연출가로 성장한 이지나(52)였다. 16년 전의 그 약속이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 오태석 희곡 '도라지'를 원작으로 이지나가 각색·연출을 맡은 대형 뮤지컬 '곤 투모로우'가 오는 9월 개막하는 것. 오태석 희곡 중 최초로 뮤지컬화(化)되는 이 작품은 혁명가 김옥균과 그를 암살하려는 프랑스 유학파 지식인 홍종우가 주인공이다. 강필석·임병근(김옥균 역), 김무열·김재범(홍종우 역), 김민종(고종 역), 김수로·강성진(호위무사 와다 역) 등 화려한 남성 출연진을 갖췄다.
남자는 거장(巨匠)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태석(76), 여자는 이제 국내 대표적 뮤지컬 연출가로 성장한 이지나(52)였다. 16년 전의 그 약속이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 오태석 희곡 '도라지'를 원작으로 이지나가 각색·연출을 맡은 대형 뮤지컬 '곤 투모로우'가 오는 9월 개막하는 것. 오태석 희곡 중 최초로 뮤지컬화(化)되는 이 작품은 혁명가 김옥균과 그를 암살하려는 프랑스 유학파 지식인 홍종우가 주인공이다. 강필석·임병근(김옥균 역), 김무열·김재범(홍종우 역), 김민종(고종 역), 김수로·강성진(호위무사 와다 역) 등 화려한 남성 출연진을 갖췄다.

이들은 그때 왜 그런 약속을 했던 것일까? 영국 미들섹스대에서 공연 연출을 공부하던 이지나는 스승인 연극학자 존 러셀 브라운으로부터 "넌 한국인이니 당연히 오태석을 알겠지"란 말을 들었다. 잘 모른다는 대답에 브라운이 정색을 하고 "내가 소개서를 써줄 테니 돌아가면 그 위대한 연극인부터 찾아가라"고 했다.
"참 당돌한 친구였고, 실험 정신이 살아 있더라"고 오태석은 회고했다. 그의 희곡 '태(胎)'를 이지나가 연출해 무대에 올린 걸 보고 오태석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였어요. 난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 '대학로 술집 밀약 사건'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어났다.
'먼 미래의 일'로 여기고 잊어버린 듯했던 두 사람이 다시 뮤지컬 얘기를 꺼낸 건 이지나가 뮤지컬 '광화문 연가' '에비타' 등의 연출로 각광을 받던 5년 전부터였다. "선생님 작품 중에서 영화에 어울리는 작품이 '자전거'라면, 뮤지컬은 단연 '도라지'예요. 갈등 구조 명확하고, '레미제라블'처럼 혁명이 등장하는 스케일 큰 이야기죠."(이지나) "그걸 쓴 게 1994년이었어요. 이 나라가 분단 이후에 섬나라처럼 됐는데, 대륙의 기상을 안고 두루마기 휘날리던 풍운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패기 없는 요즘 젊은이들이 보고 '아, 저런 사람들도 있었구나' 깨달을 수 있게."(오태석)
오태석은 "지식인들이 부화뇌동하지 말고 자기 소신을 지키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고, 이지나는 "뮤지컬에선 지식인을 넘어서서 '국민들이여, 정신 차리고 일어서자'는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했다. "요즘엔 통 뮤지컬은 본 적이 없지만 말이야, 춤하고 노래가 어떻게 역동적으로 나올지 기대돼."(오태석) "잘 나올 거예요."(이지나)
무척 함축적이고 비약이 심한 오태석의 희곡은 뮤지컬을 만드는 데 골머리를 앓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선생님, 가사 몇 줄만 써 주시면 안 될까요? 작품이 성공해야 로열티를 조금이라도 챙겨 드릴 텐데…." 맥주잔을 기울이던 오태석이 무심한 듯 한마디 했다. "아, 시끄러워요."
"참 당돌한 친구였고, 실험 정신이 살아 있더라"고 오태석은 회고했다. 그의 희곡 '태(胎)'를 이지나가 연출해 무대에 올린 걸 보고 오태석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였어요. 난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 '대학로 술집 밀약 사건'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어났다.
'먼 미래의 일'로 여기고 잊어버린 듯했던 두 사람이 다시 뮤지컬 얘기를 꺼낸 건 이지나가 뮤지컬 '광화문 연가' '에비타' 등의 연출로 각광을 받던 5년 전부터였다. "선생님 작품 중에서 영화에 어울리는 작품이 '자전거'라면, 뮤지컬은 단연 '도라지'예요. 갈등 구조 명확하고, '레미제라블'처럼 혁명이 등장하는 스케일 큰 이야기죠."(이지나) "그걸 쓴 게 1994년이었어요. 이 나라가 분단 이후에 섬나라처럼 됐는데, 대륙의 기상을 안고 두루마기 휘날리던 풍운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패기 없는 요즘 젊은이들이 보고 '아, 저런 사람들도 있었구나' 깨달을 수 있게."(오태석)
오태석은 "지식인들이 부화뇌동하지 말고 자기 소신을 지키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고, 이지나는 "뮤지컬에선 지식인을 넘어서서 '국민들이여, 정신 차리고 일어서자'는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했다. "요즘엔 통 뮤지컬은 본 적이 없지만 말이야, 춤하고 노래가 어떻게 역동적으로 나올지 기대돼."(오태석) "잘 나올 거예요."(이지나)
무척 함축적이고 비약이 심한 오태석의 희곡은 뮤지컬을 만드는 데 골머리를 앓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선생님, 가사 몇 줄만 써 주시면 안 될까요? 작품이 성공해야 로열티를 조금이라도 챙겨 드릴 텐데…." 맥주잔을 기울이던 오태석이 무심한 듯 한마디 했다. "아, 시끄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