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서 동창회모임 하는 '극장 마님' 는다

입력 : 2016.07.15 03:00   |   수정 : 2016.07.15 03:52

[중·장년층 공연 관객 매년 증가]

40대 이상 관객 비율, 2010년 14%→2015년 24%로
경제력 바탕으로 공연시장 진입… 관람 문화도 상당히 개선

"극장에서 동창회 모임 있나?" 주말인 지난 9일 오후, 서울 대학로 거리를 지나가던 20대 여성 한 명이 수현재씨어터 건물을 흘긋 쳐다보고 말했다. 극장 입구와 계단, 로비에 50대 이상 중장년 관객이 많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한 말이었다. 전노민·이일화 등이 출연하는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를 공연 중인 250석 규모의 이 극장은 이날 관객 중 절반 이상이 중장년 연령층이었다. 여성 관객 김모(58)씨는 "한 달에 한 번쯤 동창들과 연극을 보러 온다"며 "다음 달엔 '햄릿'을 보러 국립극장에 갈 것"이라고 했다.

40대 이상 관객, 5년 새 14%→24%로

20~30대 젊은 관객이 주류였던 공연 시장에 중장년 관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신작이 많지 않은 여름 시즌이지만 ▲유인촌·윤석화·손숙·박정자·정동환·전무송·김성녀·손봉숙·한명구 등 이해랑연극상 수상 배우 9명이 출연하는 연극 '햄릿'(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각각 박근형·윤소정 주연으로 같은 무대에서 하루씩 번갈아 공연하는 국립극단의 프랑스 연극 '아버지'와 '어머니'(명동예술극장) 등 굵직한 작품에 이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햄릿'의 40대 이상 예매율은 45%에 육박할 정도다.

/김성규 기자
/김성규 기자
공연계의 '중장년 관객 증가'는 수치상으로도 확인된다. 본지가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에 의뢰해 2010년 이후 전체 공연 예매자 중 40대 이상의 비율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비율은 2010년 14%에서 2013년 19.8%, 2014년 20.9%, 2015년에는 24%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 관객 규모가 5년 만에 1.7배로 성장했으며, 2012년 소폭 감소한 것을 빼고는 매년 증가세를 유지한 것이다. 인터넷에 익숙한 자녀 세대가 대신 표를 예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중장년 관객 비율은 4분의 1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예매한 공연 분야는 뮤지컬·콘서트·연극·클래식 순으로, 전체 순위와 차이가 없었다.

"지금 젊은 관객이 계속 관객으로 남아야"

중장년 관객 증가는 물론 우리나라의 연령별 인구 분포상 40대(17.2%)가 1위, 50대(16.2%)가 2위(2015년 행정자치부)인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이들의 '문화 소비 다양화 현상' 역시 주목할 만하다. 안방에서 TV 드라마를 '본방 사수'하거나 집 근처 영화관을 찾기 일쑤였던 중장년층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공연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공연 관람 문화도 바뀌고 있다. '황금연못' '경숙이, 경숙아버지' 등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 연극을 제작한 수현재컴퍼니의 박정미 이사는 "3~4년 전만 해도 무대 위 배우에게 '안녕하세요' '자리가 불편하니 바꿔 줘요'라며 말을 거는 관객이 있었는데, 지금은 휴대전화 소리가 전혀 울리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올 초까지 꾸준히 상연된 연극‘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공연장에 몰린 중장년 관객들. /신시컴퍼니
2013년부터 올 초까지 꾸준히 상연된 연극‘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공연장에 몰린 중장년 관객들. /신시컴퍼니
중장년 관객 확보가 불황을 맞은 공연 시장의 사실상 유일한 활로라는 시각도 있다. 20~30대 여성 위주인 기존 관객층으로는 이제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국립극단(전화 예매만 해당)과 뮤지컬 '위키드'가 만 65세 이상 관객에게 티켓 값을 50% 할인해 주는 것도 이 같은 관객층 확장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에도 우리나라 공연 관객의 주류는 20~30대였다"며 "이들이 나이 든 뒤에도 이탈하지 않고 계속 관객으로 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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