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코펜하겐' 배우 남명렬, 주연 닐스 보어役 세 번째 맡아
"용어 어려워 과학책 펴 들어… 인간관계의 본질 관한 이야기"
"그건 천연 우라늄-238일 때의 계산이었어. 나와 필러가 핵분열은 우라늄-235에서만 일어난다는 걸 증명하지 않았나?" "사실 그 계산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는데, 산란 단면적은 6×10²⁴㎠이고 평균 자유 행로는…."
이런 대사가 등장하는 연극이 다음 주 개막한다. 20세기 물리학의 주요 학자인 보어와 하이젠베르크가 등장하는 '코펜하겐'(마이클 프레인 작, 윤우영 연출)이다. 배우 남명렬(57)은 2009년과 2010년에 이어 세 번째로 이 작품에서 주인공 닐스 보어 역을 맡았다. "용어가 너무 어려워서, 연극 연습이 처음에는 학술 세미나 같았습니다. 6년 만에 다시 하려니 다 잊어버려 과학책을 펴 들었지요."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의 바둑 스승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남명렬은 '지식인 전문 배우'라 할 만하다. 진중하고 지적인 학자풍 외모를 지닌 그는 이번 '코펜하겐'까지 최근 2~3년 동안 잇달아 출연한 연극 6편에서 모두 지식인 역할을 맡았다. "일부러 지식인처럼 보이려 연기하지는 않습니다. 더 애쓰는 대신 대본을 철저히 분석합니다. 제 대사와 남의 대사 속에 힌트가 다 있거든요."
그 연극에서 그가 맡은 '지식인'은 무척 다채로운 모습이었는데, 그걸 다 자연스럽게 소화해 냈다. '알리바이 연대기'에선 진실하지만 소극적인 반골 지식인이었고, '숲귀신'에선 겉으론 불편부당한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허위에 찬 지식인이었다.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에선 자의식이 무척 강해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지식인이었는가 하면, '아버지와 아들'에선 스러져 가는 구세대를 대변하는 애틋한 모습의 지식인이었다. '달빛 안갯길'의 일본인 식민사학자 역은 자신의 신념에 철저한 냉정한 모습의 지식인이었다.
새 작품 '코펜하겐'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이 여섯 명의 지식인 중에서 가장 열려 있는 인물이다. "타인과의 협력을 추구하는 인간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건 보어가 내놓았던 물리학의 '상보성(相補性) 원리'하고도 통하더라고요."
충남대 임학과를 나와 제약회사를 다니던 남명렬은 32세 때인 1991년 회사를 나와 연극판에 뛰어든 늦깎이 배우지만 '불의 가면' '바다와 양산' '한스와 그레텔' 등에서 호평을 얻으며 대표적인 연극배우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숱한 연극에 출연했던 그에게도 가장 어려운 작품은 역시 '코펜하겐'이었다. 그는 이 연극에 대해 "용어에 부담 갖지 말고 '인간관계의 본질'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서 봐 달라"고 말했다.
▷14~31일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 010-7705-3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