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 정명훈· 시향·세계적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잇따라

입력 : 2016.07.04 09:48
8월18일 롯데콘서트홀(2034석) 개관으로 강북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강남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강 체제인 국내 클래식 공연장 구도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종문화회관이 다목적홀인만큼 사실상 예술의전당과 경쟁 체제다.

1500억원이상 투입 최고급·최고 음향시설을 자랑하는 롯데콘서트홀은 클래식음악 향유 계층을 늘리고 대중과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크다. 기획 공연은 티켓 가격을 최대한 낮출 계획이다. 2017년부터는 대관도 받는다. 앞서 12월까지 자체 기획 공연으로 개관 페스티벌을 연다. 20여개 프로그램 중 주목할 만한 공연들을 뽑았다.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역동적인 시너지

정명훈 전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시향 공연이 롯데콘서트홀 개관을 알린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시향 송년 대표 레퍼토리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이후 정 전 감독과 서울시향이 8개월 만에 호흡을 맞추는 자리다.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인 진은숙의 세계 초연곡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을 선보인다. 혼성 합창단과 어린이합창단, 오르간이 포함된 대 편성 관현악곡이다. 영국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리고 롯데콘서트홀이 공동 위촉했다. 유니버설이 녹음, 음반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1988년 내한 이후 처음 한국을 찾는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정명훈 지휘, 8월 29·31일)도 눈길을 끈다. 베르디, 로시니, 푸치니 등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 작곡가들의 오페라를 초연한 극장에 소속된 단체들이다. 이탈리아 오페라 공연의 적자로 통한다. 에바 메이(소프라노), 미셸 브리트(메조소프라노), 마이클 샤데(테너), 데트레프 로스(베이스)는 내로라하는 성악가들이 함께 한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과 한국에서는 듣기 어렵지만 베르디의 최고 명작 중 하나로 통하는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 콘체르탄테를 선보인다.

구스타프 말러의 '천인교향곡'(임헌정 지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 8월 25·27일)도 빼놓을 수 없다. 초연당시 1000명이 넘는 연주자가 참여, '천인교향곡'이라 불리는 이 음악을 위해 롯데콘서트홀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을 비롯해 전국 18개 합창단으로부터 500여 명의 성인 합창단과 350여 명의 어린이 합창단을 섭외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천인교향곡'을 두 차례 지휘한 경험이 있는 '말러 스페셜리스트' 임헌정이 지휘봉을 잡는다.

◇웅장한 오르간 사운드의 경험

'악기의 제왕'이라 불리는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한국 첫 클래식 음악 전용홀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된다. 5000여 개의 파이프가 구현하는 68가지(68스탑) 소리가 기대를 모은다.

개관기념 공연을 담당한 서울시향(8월 18~19일)과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9월23일)가 생상스의 교향곡 3번 c단조 Op.78 '오르간'을 연주한다. 한국에서 흔히 감상할 수 없는 레퍼토리로 다른 개성의 사운드를 가진 두 교향악단의 다른 해석을 감상할 수 있다.

금세기 최고의 오르가니스트 장 기유의 리사이틀(9월20일)도 빼놓을 수 없다. 연주가 겸 오르간 제작자로도 명성이 뛰어난 장 기유는 그만의 독특하면서도 풍부한 음색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또 최고의 오르가니스트 중 한명으로 통하는 원전연주의 대가 톤 쿠프만과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9월28일) 무대도 빼놓을 수 없다. 하이든의 오르간을 위한 협주곡 1번과 '눈뜨라 부르는 소리 있어'를 비롯한 바흐의 유명 코랄들을 오르간 독주로 연주한다.

◇섬세하고 미묘한 시대악기로 들려주는 '원전 연주'

1990년대 이후 시대악기를 다루는 여러 해외 명문 악단이 내한했다. 하지만 이들이 제대로 소리를 구현하기는 힘들었다. 모던 악기보다 울림이 적고 유약하며 미묘한 사운드를 가진 시대악기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공연장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자연 울림이 좋은 롯데콘서트홀 내 원전 연주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이번에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9월28일), 레자르 플로리상(10월5일), 앙상블 마테우스(10월23일)는 바로크 음악 애호가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단체들이다.

1979년 톤 쿠프만이 창단한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10여년에 걸쳐 진행한 바흐 칸타타 전집 녹음을 통해 바흐 음악 전문 악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활기찬 음색과 실용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악단이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비롯해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코랄 등 바흐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꾸민다.

레자르 플로리상은 아르농쿠르, 가디너, 호그우드, 사발과 함께 20세기에 고음악 르네상스를 일으킨 주역 윌리엄 크리스티가 창단한 원전연주 단체다.

1993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공연을 한 이후 23년 만의 내한이라 눈길을 끈다. 지난해 롯데콘서트홀과 같은 빈야드 스타일로 개관한 프랑스 필하모니 드 파리의 파트너 앙상블로, 가장 역동적인 원전 연주 단체 중 하나로 통한다.

악단 이름은 '꽃 피는 예술'이란 뜻이다. 프랑스 작곡가 샤르팡티에의 동명의 오페라 제목에서 따왔다. 연주단체의 기원에서 알 수 있듯 기악위주의 다른 원전연주단체와 달리 성악과 기악이 함께 가미된 프로그램을 추구한다. 이번 '목소리의 정원'은 윌리엄 크리스티가 발굴 복원한 이탈리아 바로크 창법의 신세계를 극무대와 함께 선보인다.

또 다른 프랑스 체임버 오케스트라 앙상블 마테우스는 1991년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유명한 지휘자 장-크리스토프 스피노시가 창단한 악단이다. 현대악기와 시대 악기 양쪽 모두를 섭렵하며 레퍼토리 스펙트럼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번 내한공연에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에 빛나는 '한국 성악계의 혜성' 소프라노 황수미가 협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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