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때 벗는 로마 콜로세움… 외관 복원 사업 1단계 완료]
한 해 600만 관광객 몰려 오염돼 근처 지하철 진동에 훼손 우려도
표면 먼지·그을음 벗겨 本色 찾고 南北쪽 출입문도 다시 만들어
伊 토즈社 등 문화재 보수 지원
이날 음악회는 고대 로마제국의 영화(榮華)와 웅장함을 상징하는 세계적 문화유산 콜로세움이 2000년 묵은 때를 벗고 원래 색깔을 되찾은 걸 기념하는 자리였다. 음악회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2013년 10월 시작된 콜로세움 복원 사업의 1단계 완료를 공식 선포하는 행사가 열렸다. 마테오 렌치 총리와 다리오 프란체스치니 문화부 장관 등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와 콜로세움 복원 사업을 지원한 신발 및 가방 업체 토즈그룹의 디에고 델라 발레 회장 등이 참석했다. 렌치 총리는 "이탈리아인의 자부심이자 정체성의 큰 부분인 콜로세움 복원이 앞으로 진행할 이탈리아 전역의 수많은 다른 문화유산 복원의 전조등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콜로세움은 서기 70년 무렵 로마제국의 아홉 번째 황제인 베스파시아누스(재위 69~79년)가 공사를 시작해 80년 그의 아들인 티투스(재위 79~81년) 황제 때 준공됐다. 높이 48m, 둘레 500m의 거대한 원형 석조 건물 안에 길이 87m, 폭 55m의 경기장이 마련됐다. 내부는 4층으로 돼 있어 5만명이 넘는 사람을 수용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검투사들이 결투를 벌이거나 사자·호랑이 등 맹수들과 목숨을 건 승부를 보여주었다. 또 고전극을 상연하는 연극 무대로도 활용됐고, 바닥에 물을 채워 해상전투를 재연하기도 했다.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뒤에도 608년까지 경기장으로 이용됐지만 그 후에는 군사 요새, 성당이나 궁전에 사용되는 석자재를 공급하는 채석장 등으로 쓰였다. 이곳에서 초기 기독교 신자들이 많이 순교했다는 전설이 만들어지면서 기독교의 성지로도 널리 알려졌다.
로마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전 세계로부터 한 해 6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드는 콜로세움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대리석이 오염으로 더러워지고 부근을 지나는 지하철의 진동에 흔들려 훼손 우려가 커져 왔다. 하지만 복원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지 못한 이탈리아 정부는 민간에 지원을 호소했고, 2011년 1월 토즈그룹이 2500만유로(약 320억원)를 내놓았다. 이어 펜디가 트레비 분수 보수에 200만유로, 불가리가 스페인 계단 수리에 150만유로를 내놓는 등 기업들의 문화재 복원 지원이 이어졌다. 디에고 델라 발레 회장은 "문화유산이 어느 나라보다 중요한 이탈리아인으로서 다른 기업들에 모범을 보인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콜로세움 역사상 첫 번째 전면 수리인 이번 복원 사업의 1단계는 1만3600㎡에 이르는 대리석 표면의 먼지와 그을음을 벗겨 내 원래 색깔을 되찾도록 하는 것이 주된 부분이었다. 10명의 숙련된 문화재 전문 기술자들이 상온의 깨끗한 물을 표면에 뿌리고 섬세한 붓질로 오염물질을 제거하면서 시간의 흔적은 보존했다. 또 북쪽과 남쪽 출입문을 새로 복원하고, 아치 부분의 잠금 시설을 문과 난간으로 교체하는 등 그동안 훼손된 부분의 복원과 보강도 이뤄졌다. 2단계 복원 사업은 앞으로 2년여에 걸쳐 검투사들과 맹수들이 경기 전에 있었던 지하 시설을 복원하는 것이 핵심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