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6.28 10:04
국립극단 '아버지' ·'어머니' 제작발표회
파리 핫작가 젤레르 신작 아시아 첫 무대
"어떤 역을 연기할 때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보다, 그 배역을 살려내는데 성공했다 실패했다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권위적이었던 아버지가 가족으로부터 사랑을 갈망하게 되죠. 이중성, 고발성이 있는 작품이에요. (영화 '장수상회'에 이어) 치매 연기를 하게 됐는데 그의 내면에 이해할 수 없는 모든 상황들이 표현됩니다. 배우의 연기 폭을 넓혀주는데 굉장히 좋은 작품입니다."(박근형)
"안느는 평생 가족을 위해 애써온 것이 희생이 아니라 즐거움이었어요. 그런데 남편과 아들에게 여자가 생긴 뒤 혼자라고 생각하게 되죠. 잘해줄 상대가 없어 행복할 거리가 없는 거죠. 빈둥지증후군에 걸린 거예요. 어떻게든 남편과 아들의 사랑을 되찾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있죠."(윤소정)
배우 박근형(76)이 연극 '아버지'에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 '앙드레', 윤소정(72)이 '어머니'에서 빈둥지 증후군을 앓는 어머니 '안느'를 연기한다. 두 사람은 27일 오전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아버지'·'어머니' 제작발표회에서 자신들이 맡은 배역에 대해 "눈물이 날 정도 공감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근형은 "대본에서 치매라는 것 때문에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윤소정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애들은 부모에게 관심이 없어요. 저 역시 그랬죠. 당연한 건데 그 상황에서는 견딜 수 없는 것이죠"라고 했다.
국립극단이 표방하는 배우 중심의 연극에 걸맞는, 연기력으로 내로라하는 노년의 배우들이다. 특히 '아버지'는 올해 영국 올리비에상 연기상, 미국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받아 한국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박근형은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대한민국 배우 박근형으로서 충실하게 배역을 연기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국립극단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리는 두 작품은 프랑스의 떠오르는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37)의 최신작이다. '아버지'는 2012년, '어머니'는 2010년 파리에서 첫 선을 보였다.
두 작품 모두 90분 내외의 짧은 희곡이지만 노령화, 치매, 빈둥지증후군, 우울증 등 현대사회의 사회·심리적 병인들을 다룬다. 윤소정은 빈둥지증후군을 다루는 '어머니'를 본 관객들이 "어떤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을 가져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박근형과 윤소정 모두 노년에도 연극에 대한 사랑으로 똘똘 뭉쳤다. 1958년 연극을 시작한 박근형은 1964년 국립극단에 입단, 1967년까지 이 극단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이후 TV, 영화로 보폭을 넓힌 그는 2012년 '3월의 눈'으로 국립극단을 다시 찾았다. '아버지'로는 40년 만에 명동예술극장 무대를 밟게 된다. 그는 "연극이 밑바닥에 있었던 시절에서 상업극으로 가는 교차점에서 함께 했다"며 "배우인 나를 만들어준 밑거름이자 모태다. 배우 하나 만드는데 50년이 걸린다고 하더라. 일흔살이 넘었지만 이제 배우를 시작하는 과정이다. 내 몸 안에는 연극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윤소정은 2013년 명동예술극장 '에이미' 이후 3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온다. '어머니'가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라 출연을 결정했는데, 신경성 위염에 걸려서 소화가 안 될 정도로 스트레를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연극은 이런 불가능에 매력이 있다. 이런 고통이 없으면 작업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같은 소재를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기존 작품들과 궤를 달리한다. 관점의 변화를 통해 주인공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현실과 인간 관계에 무게가 쏠린다.
이들 작품의 연출가들도 이들 내면의 시선을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다룬다. '아버지'를 연출하는 박정희(극단 풍경 대표) 연출은 "작가가 대본을 1인칭 화법으로 썼는데 시간을 퍼즐처럼 맞춰야 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메멘토'처럼 많이 쪼개났는데 인간의 정체성이 어떻게 구축되는지랑 연결된다. 던져주는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고 봤다.
'어머니'를 연출하는 이병훈(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연출은 "현실과 환상을 오간다. 작가가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연출을 하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현실이 점점 붕괴되는 과정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그린다"고 살폈다.
국립극단은 다른 해에 발표된 '어머니'와 '아버지'가 형식과 주제 면에 있어서 닮은꼴이라고 판단, 두 작품을 7월13일부터 8월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교차 공연한다. 같은 무대를 번갈아 사용한다. 2013년 국립극장이 국립발레단의 '지젤'과 국립무용단 '춤, 춘향'을 해오름극장에서 교차 공연한 바 있으나 연극계에서는 이례적이다.
김 예술감독은 "고통 받는 모성애와 부성애가 대위법적으로 나란히 쓰여진 듯하다"며 "다른 기간에 따로 공연되는 것보다 한번에 두 작품을 경험하는 것이 강렬할 것이라 봤다"고 밝혔다. "무대미술가인 여신동 감독에게도 이것이 가능한지를 물었고 두 연출자에게 동의를 받았다. 젤레르 작가도 이런 기획에 대해 흥미롭고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2~5만원. 1644-2003
파리 핫작가 젤레르 신작 아시아 첫 무대
"어떤 역을 연기할 때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보다, 그 배역을 살려내는데 성공했다 실패했다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권위적이었던 아버지가 가족으로부터 사랑을 갈망하게 되죠. 이중성, 고발성이 있는 작품이에요. (영화 '장수상회'에 이어) 치매 연기를 하게 됐는데 그의 내면에 이해할 수 없는 모든 상황들이 표현됩니다. 배우의 연기 폭을 넓혀주는데 굉장히 좋은 작품입니다."(박근형)
"안느는 평생 가족을 위해 애써온 것이 희생이 아니라 즐거움이었어요. 그런데 남편과 아들에게 여자가 생긴 뒤 혼자라고 생각하게 되죠. 잘해줄 상대가 없어 행복할 거리가 없는 거죠. 빈둥지증후군에 걸린 거예요. 어떻게든 남편과 아들의 사랑을 되찾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있죠."(윤소정)
배우 박근형(76)이 연극 '아버지'에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 '앙드레', 윤소정(72)이 '어머니'에서 빈둥지 증후군을 앓는 어머니 '안느'를 연기한다. 두 사람은 27일 오전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아버지'·'어머니' 제작발표회에서 자신들이 맡은 배역에 대해 "눈물이 날 정도 공감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근형은 "대본에서 치매라는 것 때문에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윤소정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애들은 부모에게 관심이 없어요. 저 역시 그랬죠. 당연한 건데 그 상황에서는 견딜 수 없는 것이죠"라고 했다.
국립극단이 표방하는 배우 중심의 연극에 걸맞는, 연기력으로 내로라하는 노년의 배우들이다. 특히 '아버지'는 올해 영국 올리비에상 연기상, 미국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받아 한국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박근형은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대한민국 배우 박근형으로서 충실하게 배역을 연기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국립극단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리는 두 작품은 프랑스의 떠오르는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37)의 최신작이다. '아버지'는 2012년, '어머니'는 2010년 파리에서 첫 선을 보였다.
두 작품 모두 90분 내외의 짧은 희곡이지만 노령화, 치매, 빈둥지증후군, 우울증 등 현대사회의 사회·심리적 병인들을 다룬다. 윤소정은 빈둥지증후군을 다루는 '어머니'를 본 관객들이 "어떤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을 가져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박근형과 윤소정 모두 노년에도 연극에 대한 사랑으로 똘똘 뭉쳤다. 1958년 연극을 시작한 박근형은 1964년 국립극단에 입단, 1967년까지 이 극단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이후 TV, 영화로 보폭을 넓힌 그는 2012년 '3월의 눈'으로 국립극단을 다시 찾았다. '아버지'로는 40년 만에 명동예술극장 무대를 밟게 된다. 그는 "연극이 밑바닥에 있었던 시절에서 상업극으로 가는 교차점에서 함께 했다"며 "배우인 나를 만들어준 밑거름이자 모태다. 배우 하나 만드는데 50년이 걸린다고 하더라. 일흔살이 넘었지만 이제 배우를 시작하는 과정이다. 내 몸 안에는 연극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윤소정은 2013년 명동예술극장 '에이미' 이후 3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온다. '어머니'가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라 출연을 결정했는데, 신경성 위염에 걸려서 소화가 안 될 정도로 스트레를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연극은 이런 불가능에 매력이 있다. 이런 고통이 없으면 작업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같은 소재를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기존 작품들과 궤를 달리한다. 관점의 변화를 통해 주인공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현실과 인간 관계에 무게가 쏠린다.
이들 작품의 연출가들도 이들 내면의 시선을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다룬다. '아버지'를 연출하는 박정희(극단 풍경 대표) 연출은 "작가가 대본을 1인칭 화법으로 썼는데 시간을 퍼즐처럼 맞춰야 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메멘토'처럼 많이 쪼개났는데 인간의 정체성이 어떻게 구축되는지랑 연결된다. 던져주는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고 봤다.
'어머니'를 연출하는 이병훈(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연출은 "현실과 환상을 오간다. 작가가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연출을 하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현실이 점점 붕괴되는 과정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그린다"고 살폈다.
국립극단은 다른 해에 발표된 '어머니'와 '아버지'가 형식과 주제 면에 있어서 닮은꼴이라고 판단, 두 작품을 7월13일부터 8월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교차 공연한다. 같은 무대를 번갈아 사용한다. 2013년 국립극장이 국립발레단의 '지젤'과 국립무용단 '춤, 춘향'을 해오름극장에서 교차 공연한 바 있으나 연극계에서는 이례적이다.
김 예술감독은 "고통 받는 모성애와 부성애가 대위법적으로 나란히 쓰여진 듯하다"며 "다른 기간에 따로 공연되는 것보다 한번에 두 작품을 경험하는 것이 강렬할 것이라 봤다"고 밝혔다. "무대미술가인 여신동 감독에게도 이것이 가능한지를 물었고 두 연출자에게 동의를 받았다. 젤레르 작가도 이런 기획에 대해 흥미롭고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2~5만원. 164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