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목소리, 유럽의 여름밤에 울려퍼지다

입력 : 2016.06.23 03:00   |   수정 : 2016.06.23 10:43

[올여름, 유럽 각지 오페라 페스티벌 무대 오르는 한국 성악가들]

김석철, 한국인 테너 최초로 獨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참여
박지응, '투란도트' 주연 맡아
소프라노 임세경은 '나비부인'
사무엘 윤, 루체른서 독창자로

해마다 여름이면 유럽의 밤은 한국에서 날아든 성악가들의 숨결로 두근댄다.

올해 62번째를 맞은 이탈리아의 푸치니 페스티벌, 바그너 애호가들의 성지(聖地)로 꼽히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과 알프스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싼 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 등 세계 유수의 여름 축제에 한국 성악가들이 오른다.

호수 너머로 해가 지고 서늘한 밤이 내려앉으면 축제는 시작된다. 알프스 산맥 아래 호수를 무대로 야외 오페라를 선보이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보랏빛 신비로운 풍광과 낭랑한 노랫소리, 환상적인 무대 장치가 맞물려 여름 한 달 오페라 관객만 20만명 넘게 불러 모은다. 사진은 지난 2014년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올린 오페라‘마술 피리’의 한 장면. /브레겐츠 페스티벌
호수 너머로 해가 지고 서늘한 밤이 내려앉으면 축제는 시작된다. 알프스 산맥 아래 호수를 무대로 야외 오페라를 선보이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보랏빛 신비로운 풍광과 낭랑한 노랫소리, 환상적인 무대 장치가 맞물려 여름 한 달 오페라 관객만 20만명 넘게 불러 모은다. 사진은 지난 2014년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올린 오페라‘마술 피리’의 한 장면. /브레겐츠 페스티벌
테너 박지응(39·현지명 루디 박)은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마을 토레델라고의 호숫가에서 열리는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투란도트' 주인공 '칼라프'(7월 23·30일)로 진가를 발휘할 예정이다. 강렬하고 화려한 음악,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일품인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는 테너의 유명한 아리아 '네순 도르마'(공주는 잠 못 이루고)가 백미다. 박지응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이 아리아로 이탈리아 현지 관객들을 맞는다.

테너 김석철(42)은 이번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파르지팔'(7월 25일, 8월 2·6·15·24·28일) 조역인 세 번째 시종을 맡았다. 1988년 베이스 강병운이 동양인 최초로 이 축제에 선 이후 2년 전엔 베이스 연광철과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이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나란히 주역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인 테너가 무대에 서는 건 바그너가 1876년 이 페스티벌을 만든 지 140년 만에 처음이다.

(왼쪽부터)사무엘 윤, 김석철, 임세경.
(왼쪽부터)사무엘 윤, 김석철, 임세경.
테너 김우경(39)은 독일의 대표적 오페라 축제인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라 보엠'(7월3·6일) 주역 로돌포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7월 19·22일)의 에릭으로 네 차례 무대에 선다. 2012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대타(代打)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주역으로 올랐다가 지난해까지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던 사무엘 윤(45)은 올해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8번(8월 12~13일)에 독창자로 선다.

지난해 이탈리아 베로나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한국 소프라노 최초로 주역을 맡았던 임세경(41)은 스위스 아방시 페스티벌(6월 30일, 7월2·7·9·12·15일)에 '나비부인'으로 나선다. 소프라노 캐슬린 김(41·한국명 김지현)은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브리튼 오페라 '한여름밤의 꿈'(8월 11~28일) 속 '티타니아'로 나선다.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라 페스티벌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에서 티타니아를 맡은 소프라노 캐슬린 김.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라 페스티벌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에서 티타니아를 맡은 소프라노 캐슬린 김.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오스트리아 서쪽 끝 호반 도시 브레겐츠에서 올리는 오페라 '투란도트'엔 테너 김경호(34)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핑, 팡, 퐁' 삼총사 중 퐁(7월 21~24·26·29~31일, 8월 2·4~7·9·11~14·16·19~21일)으로 나서 반가움을 더한다. 린츠극장에서 '마술피리' 주역 타미노 왕자로 출연해 밝고 찬란한 음색과 능숙한 연기로 인정받았던 그는 2년 연속 브레겐츠 축제에 발탁되면서 '투란도트' 속 명품 조연으로 자리 잡았다.

대구시향 상임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61)는 지난주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아이다'(6월 25·30일, 7월 3·7·14·17·24일)와 '카르멘'(7월 9·13·16일, 8월 17·20·23·27일)을 나눠 지휘하기 위해서다. 김대진(54)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수원시향은 독일 헤렌킴제 페스티벌(7월14일)에 나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과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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