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희극 어디 가고 폼만 잔뜩 잡았나

입력 : 2016.06.23 00:55

[연극 리뷰] 갈매기
연기파 배우들 캐스팅 좋았으나 지나치게 장중한 연출 역효과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큰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이 오랜만인 데다, 배우 이혜영이 4년 만에 연극에 나온다는 점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달 개막한 국립극단 연극 '갈매기'(사진·연출 펠릭스 알렉사)는 두 시간 넘는 공연 시간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 작품이었다.

캐스팅은 좋았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등장해 각자의 인생을 축약해서 드러내는 체호프 극에 어울리게 오영수, 이승철, 이명행, 이창직, 박완규 같은 연기파 배우들이 나왔고, 주인공 어머니 아르카지나 역을 맡은 이혜영의 연기도 선명했다.

/국립극단
/국립극단

문제는 지나치게 장중한 연출에 있었다.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모차르트 '레퀴엠'처럼 익숙한 음악으로 분위기를 잡은 연극은 돌연 극장 조명기 전체를 아래로 내려오게 하고, 작가가 된 주인공 트레플례프를 위해 무수한 종이를 흩날리게 하거나 여주인공 니나가 '목이 마르다'고 하면 천장에서 물을 쏟아붓는 등 과도한 효과를 심었다. 주인공이 자살했다는 대사가 나오는 원작과는 달리 트레플례프는 홍콩 누아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유혈이 낭자하게 죽는다. 극 전체가 파멸로 향해 쉴 새 없이 질주하는 듯했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질한 모습이 오히려 희극적이고, 여기서 삶을 긍정하는 메시지가 나오는 체호프 극의 사실주의적인 특징은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다른 배우들을 화석처럼 의자에 앉힌 채 트레플례프와 니나만 극을 진행하게 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남녀 주연을 맡은 신인 배우들의 역량이 미숙했기 때문이다. 체호프 극은 폼을 잡는 순간 망가지기 쉽다는 교훈을 줬다고나 할까.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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