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명의 아티스트, 15만 명의 관객 동원… '울트라 코리아 2016'이 남긴 것들
공연의 질, 관객의 수준 모두 높았던 최고, 최대의 EDM 축제
잠실 운동장 전체를 비추는 엄청난 밝기의 조명이 커졌을 때 아직 열기 가득한 수만 명의 관객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남은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었다. 자정이 채 되지 않은 시간, 평소 해가 뜰 때까지 즐기는 클러버들에게는 너무나 이른 타이밍에 축제가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두 질서정연하게 운동장을 빠져 나가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떼창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내년을 기약했다.
5주년을 맞은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2016(Ultra Music Festival, 울트라 코리아)은 모든 면에서 작년보다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이었다. 매해 여름 잠실벌을 뜨겁게 달구는 세계적인 EDM 축제는 올해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돼, 총 15만여 관객 동원에 성공하며 아시아 최고의 뮤직 페스티벌로 발돋움했다. 이중에는 2만 5천명 이상의 외국인 관객이 포함되어 있어 그 의미를 더했다.
울트라 코리아의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가장 먼저 최강 아티스트 라인업과 알찬 무대를 들 수 있겠다.
5주년인 올해는 아비치, 아민 반 뷰렌, 데드마우스, 나이프파티, 마틴 개릭스 등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DJ들이 총 출동했다. 그저 미사여구가 아니라 DJ 순위 1위에서 10위까지가 모두 한 무대에서 공연을 펼쳤다. 외국인 관객은 대부분 이들 유명 DJ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고, 그중 반 수 이상이 EDM이 유독 인기가 많은 일본 관객이었다.
메인 스테이지를 비롯하여 총 네 개의 무대로 꾸려진 울트라 코리아는 관객의 취향을 저격하는 다양하고 알찬 무대를 많이 선보였다. 모든 무대가 국내외 최정상급 아티스트가 나서는 만큼 어느 무대할 것 없이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최고의 공연이 펼쳐졌다. 메인 무대는 10층 높이의 초대형 규모로 환상적인 조명과 그래픽이 압도적이었다. 실내에 펼쳐진 언더그라운드 무대는 DJ와 관객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며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무대였다. 또다른 야외 무대는 해변과 휴식을 콘셉트로 꾸며져 낮부터 많은 관객들이 모여들어 마치 한강 시민공원을 연상시키는 휴식과 만남의 장이 됐다.
특히 올해 클로징 무대는 관객과 아티스트 모두에게 최고의 순간으로 기록될 듯하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공연 중단을 선언한 아비치(Avicii)가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그의 이번 울트라 코리아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연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팬과 아비치 모두 아쉬움이 큰 만큼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가 하나 되는 감동적인 무대였다. 아비치는 마지막 트랙을 틀기 전 "이번이 내 마지막 울트라다. 그 동안 고마웠다"라고 말하며 그를 세계에 알린 트랙 'Levels'를 트랙에 올렸다. 수많은 관객이 아비치를 향해 손을 뻗으며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장면은 난립한 EDM 페스티벌 중 울트라 코리아가 이토록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운영면에서도 기존에 아쉬웠던 부분을 대폭 보완했다. 먼저 관람객의 반 수를 차지하는 여성 관객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여성전용구역을 선정하고 여성 보안 요원들을 축제현장 곳곳에 배치했다. 또 하나뿐이었던 메인 무대 출입구를 여러 곳에 분산 배치, 이동을 원활케 해 사고의 위험을 줄였다. 부족했던 음식 코너도 대거 확충해 2박3일 동안 쉬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급했다.
울트라 코리아 2016은 약 15만 명의 관객 동원 외에도 포털 사이트를 통한 현장 생중계로 전 세계 약 73만 명이 영상을 시청했다. 중계사이트는 100만에 가까운 시청자를 모집할 수 있었고, 울트라 코리아는 추가 비용 없이 공연 현장 중계만으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둔 셈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너무 빨리 끝난다는 점이다. 공연 종료 시간은 오후 11시 30분. 클러버들은 이제 몸 좀 풀렸구나 하고 생각할 때다. 워낙 엄청난 소음이 발생하는 탓에 주변 주민들의 항의가 큰 탓이다. 부족한 주차장도 문제다. 주말의 경우 대중교통이 대부분 11시면 운행을 종료하기 때문에 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해 잠실주경기장 주변은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한국에도 이제 전용 아레나가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올림픽을 위해 만든 경기장을 임시변통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용 공연장이 아닌 탓에 늘 안전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비라도 오는 날엔 하루 10만 원이 넘는 티켓값의 반도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