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영어 교사의 늦깎이 꿈 '시낭송·수필가'

입력 : 2016.06.15 09:51
전남 영암 삼호고교 김숙희 영어 교사
김소월 백일장서 산문·시낭송 동시수상
"50대에도 시와 수필, 시낭송가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거에요"

전남 영암의 50대 영어교사가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던 문학소녀의 감성을 뒤늦게 발산해 '김소월 백일장'에서 글짓기와 시낭송 부문 동시 수상해 눈길을 끌고 있다.

문학계는 14일 "한 사람이 글짓기와 낭송 동시 수상은 드문 경우이다"며 영어교사를 주목하고 있다.

전남 영암 삼호고등학교 김숙희(53) 영어교사. 김 교사는 지난 달 21일 서울 현충원에서 열린 김소월 백일장 대회에 출전했다.

산문 부문에 현충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 느꼈던 감성을 표현한 수필 작품을 제출한데 이어 신석정 시인의 작품을 낭송했다.

대회 출전에 의미를 두고 수상은 꿈도 꾸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로 복귀한 그는 본업에 충실했다.

그러나 최근 산문(준장원)과 낭송(은상) 동시 수상이라는 뜻밖의 결과가 발표되자 김 교사는 "이제서야 꿈에 한발짝 다가서게 된 것 같다"며 기뻐했다.

김 교사는 중학교 시절 학교 대표로 영어 스피치 대회에 나갔던 경험을 토대로 영어 교사로 교단에 섰다.

가슴 깊은 곳에서는 '소 달구지' '목화 밭' 등 어릴적 살았던 정겨운 시골 모습을 글로 표현해 보고 싶은 욕망이 가득했지만 일상에 치여 꿈을 이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간혹 학교 홈페이지나 지인들과 통화를 할 때 듣는 "글 잘쓰네요. 목소리가 예뻐요"라는 칭찬과 칠판에 써놓은 장문의 글을 본 학생들이 환호를 해 주는 것에 만족하며 40대를 보냈다.

그러나 김 교사는 지난해 힘든 일을 겪을 때 시낭송을 하며 고비를 넘겼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어릴적 책 속에서 보았던 시를 암기하고 수백개의 시낭송 동영상을 반복해 보며 50대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게됐다.

그리고 대회 출전의 꿈을 꾸며 60여개의 시를 암기할 만큼 연습을 반복해 지난해 9월에 열린 상록문화제 주최 심훈 전국시낭송대회에 출전, 대상을 수상했다.

또 올해 4월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된 천상병 대회 등 이번 대회까지 여덟번째 수상과 함께 지난 2월에는 월간 문학세계에 낭송문인으로 등단했다.

김 교사는 꿈에 한발짝 다가선 만큼 지금 부터는 낭송음반 발매와 함께 수필가와 시 동시 등단을 노리고 있다.

무엇보다 낭송가로서 자신의 재능을 교육계에 활용하고 강연도 하고 싶은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 교사는 "시낭송은 단순히 시를 읽는 수준을 넘어 시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를 읽으며 온몸으로 느꼈던 감성을 거짓없이 말과 글로 표현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목소리만 들어도 '김숙희'를 떠올릴 수 있는 독특한 낭송법을 만들어 무대에 서서 50대에도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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