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야수같은 멜로디 쾌감…크레머 vs 드바르그

입력 : 2016.06.13 09:57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장조, 작품 134' 2악장이 야수 같은 멜로디로 치달을때였다.

기돈 크레머(69)의 바이올린 활 털 일부가 퉁~ 끊어져나갔다.

긴장감. 아는지 모르는지 크레머는 빠른 리듬을 거침 없이 타며 연주해나갔다. 뤼카 드바르그(25)의 피아노 타건 역시 속도가 붙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경쟁하듯 어우러지며 선사한 질주감은 묘한 쾌감을 안겼다.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크레머와 신성 피아니스트 드바르그가 12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빚어낸 화음은 44년 세월 차가 무색할 만큼 견고했다. 두 연주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 드라마틱한 변화에 안전하게 탑승했다.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장조, 작품 134'는 1악장의 불안함이 깃든 멜로디를 비롯해 3악장 내내 롤러코스터 같은 역동적인 변화의 곡이다.

현을 손가락으로 튕겨 연주하는 주법인 피치카토로 3악장을 연 크레머는 이 악장의 마지막에 신중한 숨을 토해냈고, 드바르그는 이를 지긋이 받아 조용하게 퍼트렸다.

이후 협연한 라벨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 G장조'는 크레머의 농익은 솜씨, 드바르그의 한창 물이 오르고 있는 기교가 함께 동심원을 그리며 청중에게 가닿았다.

재즈와 블루스의 화성, 동시에 두가지 조성이 공존하도록 작곡하는 방법인 복조성 등 새로움을 적극 끌어들인 이 곡에서 크레머와 드바르그는 마음껏 달렸다.

특히 3악장에서 같은 길이의 빠른 음표를 반복하는 무궁동(無窮動)에서 뿜어져나온 두 사람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곡의 마무리에서 자연스럽게 청중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앙코르로 들려준 프랑스 소나타 4악장 역시 본 공연 못지 않게 펄펄 끊는 기운으로 넘쳐났다.

크레머는 그동안 여러 차례 내한했지만 한국에서 리사이틀을 선보인 건 1994년 아르헤리치와의 공연 이후 22년 만이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선택한 신예와 뜨거운 순간을 선보이며 여전히 젊은 음악적 기운을 뽐냈다.

지난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드바르그는 괴짜로 알려졌는데, 연주하는 내내 거장을 눈으로 좇으며 배움의 자세를 취했다. 연주를 끝낸 뒤 맞잡은 두 사람의 손은 믿음의 다른 표상이었다.

한편, 듀오 무대에 앞선 1부에서 크레머는 바인베르크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3번, 작품 126'으로 정중동, 드바르그는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로 몽환의 미학과 독주자로서의 매력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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