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로 돌아온 元老들, 여전한 실력을 보여주다

입력 : 2016.06.09 00:31

26일까지 열리는 '원로연극제'… '딸들의 연인' '태' 등 관객 몰려

"어머!" 객석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졌다. 여자 주인공 명희가 애증이 교차하는 남자 주인공 영수의 뺨을 갈기는 장면 직후였다. 놀랍게도 뺨을 맞은 남자가 독한 표정과 함께 서서히 소매를 걷으며 "나는 미국식은 모르겠고 한국 남자야"라고 내뱉더니 여자한테 뺨을 되 갈긴다. 지난 3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원로연극제' 중 '딸들의 연인'(12일까지 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의 한 장면이다.

이 작품은 작가 하유상(88)이 1957년에 쓴 작품을 구태환 연출로 새롭게 무대에 올린 것. 그는 "그때는 여자가 남자 뺨을 갈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내가 참 앞서갔던 셈"이라고 했다. 자유연애 풍조가 막 생겨나던 1950년대의 상황이 무대에서 맛깔나게 펼쳐지자 젊은 관객들은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원로연극제'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원로들을 무대로 모시자는 취지로 연극 4편을 공연하는 이번 연극제가 각각 개성 넘치는 색깔로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 김정옥(84) 작·연출의 '그 여자 억척어멈'(1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사진)의 지난 3일 객석 점유율은 99.1%, 오태석(76) 작·연출 '태(胎)'(1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의 지난 5일 점유율은 85.3%에 달했다.

'그 여자 억척어멈'은 현재 시점의 여배우, 6·25 전쟁 당시 월남해서 연극 공연을 준비하는 여배우, 브레히트 연극 속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억척어멈 등 3명의 인물이 중첩돼 저항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모노드라마다.

9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태'는 조선 세조 때 계유정난이 배경이다. 사육신 박팽년의 후손을 보호하기 위해 하인이 자기 자식을 대신 희생시키는 이야기로, 죽음을 넘어 이어지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담았다. 원로 배우 오현경과 극단 목화 출신의 손병호·성지루가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천승세(77)씨는 소설 '신궁'을 희곡으로 각색해 오는 17~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초연 무대를 연다. 문의 (02)3668-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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