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심청' 한상이 "부상 슬럼프 공연보며 풀었죠"

입력 : 2016.06.07 09:46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한상이(31)는 싱그러운 기운을 뽐내면서도 종종 눈시울을 붉혔다. 유니버설발레단 간판 레퍼토리 '심청'으로 전막 발레 주역 데뷔를 앞둔 만큼 설렘과 함께 뭉클함을 한아름 안고 있었다.

한상이는 2000년대 발레계의 유망주였다. 귀족적인 마스크와 안정된 비율(167㎝)을 갖춘 그녀는 비교적 뒤늦은 나이인 초등학교 6학년 때 발레를 시작했다. 이후 탁월한 성장세를 보이며 예원학교 입학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영재 입학했다.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2004년 모나코 댄스포럼 오디션에 참가했다, 모나코 왕립 몬테카를로 발레단원으로 발탁됐다. 이 발레단 첫 한국인 단원이었다. 이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김지영 등이 몸담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을 거쳐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의 러브콜을 받고 귀국, 청운의 꿈을 안고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상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오른쪽 발등이 피로골절된 것이다. 그해 10월 예정된 '라 바야데르' 주역 데뷔도 무산됐다. 그냥 골절이면 빠른 시간에 회복이 가능했다. 하지만 피로가 누적된 골절이라 휴식을 취하며 재활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틈 나면 연습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휴식과 복귀를 오가길 3번, 2014년부터 기복 없이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멀티플리시티'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등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시동을 위한 예열을 가했다.

최근 광장동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만난 한상이는 문 단장이 올해 초 심청 역을 제안했을 때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슴이 벅차서 참을 수가 없었다"고 활짝 웃었다. "'백조의 호수' 연습으로 매일 같이 강행군이었는데 힘이 불끈 솟아났다"고 했다.

"부상 때문에 무용수로서 꽃 피워야 할 시기를 그냥 보내니, 인생의 슬럼프가 왔다. 단장님을 비롯해 발레단에서 더 안타까워해주셨다. 앞으로 어떡해야 될 지 막막하고…(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런데 신기하게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잊게 됐다."

오히려 힘든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발레가 완전히 내 것이라고 더 느꼈다"는 마음이다. "발레가 싫어질 수도 있었던 시기다. 하지만 발레를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더라. 쉬는 동안 공연을 더 많이 봤다. 무대 위의 긴장감이 더 느껴지고, 중독성이 강해진 시기다."

평소 가장 출연하고 싶었던 '심청'에 대한 마음이 특히 간절했다. "춤 동작이 정말 아름다운 발레 작품이다. 동작, 연기, 몸짓이 음악과 섬세하면서도 절묘하게 맞닿는다."

'심청'은 '발레 한류'의 선봉장으로 통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이 2011년부터 지속 중인 월드투어의 메인 레퍼토리다. 3년간 13개국 40여개 도시를 돌며 호평 받았다. 서양 발레에서 찾아보기 힘든, 부모를 위해 자식이 헌신하는 '효 사상'이 공감을 샀다. 해외 공연에 여러번 참여한 한상이 역시 현지 반응을 전했다. "가는 곳마다 기립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국 반응과는 다른 느낌이 와닿더라."

심청과 본인이 닮은 점을 묻자 되돌아온 대답 역시 '효'다.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말하면서 그렁그렁한 눈망울을 살짝 닦았다. "우여곡절이 많은 무용수인 만큼 지켜보시기 힘드셨을 거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리지만 강한 마음을 지닌 심청처럼 보답해드리고 싶다. 부모님에 '네 인내심에 감탄했다'고 하시더라. 외유내강이라고 할까"라며 이내 활짝 미소지었다. "결국 '심청'은 역경을 딛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니까. 마음이 따듯해지는 작품이다. 이 '심청'처럼 앞으로 밝고, 좋은 것 위주로 받아들이고 싶다."

'심청'으로 발레 인생의 제2막이 오르지 않겠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정말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 무대에서 워낙 긴장을 해 컨디션의 기복이 컸고 아픔도 있었다. 지금은 정말 건강하고 긴장감도 확 줄어들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강미선·김나은, 솔리스트 홍향기가 한상이와 함께 심청을 번갈아 연기한다. 또 문훈숙 단장을 비롯해 서울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 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선희·전은선·강예나 등 역대 '심청'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10~1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러닝타임 2시간15분(3막 4장·인터미션 2회 포함), 1~10만원.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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