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6.06 09:41
"여기저기서 (문)지영이가 워낙 잘한다고 들었다. 이번에 처음 대면했지만 같은 남평 문씨라 벽이 있다기보다는 친근하게 느껴지더라. 개인적으로 몰랐을 때도 콩쿠르 우승이라는 좋은 소식을 듣고 뿌듯했다."(문태국)
"제일 좋아하는 현악기가 첼로다. 첼로 반주를 워낙 좋아한다. (문)태국 오빠랑 같이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많이 부러워했다. 오빠의 연주 동영상을 찾아서 봤는데 너무 좋더라."(문지영)
첼리스트 문태국(22)과 피아니스트 문지영(21)이 15일 오후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펼치는 듀오 리사이틀은 올해 상반기 기대를 모으는 무대 중 하나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의 클래식 음악축제 '디토 페스티벌'의 뉴 페이스이 등용문인 '디토 프렌즈' 2016시즌 첫 번째 주자들이다. 차세대 한국을 대표할 새 듀오를 가늠할 수 있다.
이름만 보고 두 사람이 남매인 줄 아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또래보다 성숙한 연주력,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 고심이 배인 말투 등 공통점이 많은 만큼 첫 협업에도 화음의 끈끈함은 남매 못지않아 보인다.
서로에 대한 기대감으로 눈빛이 초롱초롱한 두 사람을 2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문태국은 "대가분들이랑 연주할 때는 좋아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의견을 제시하고 맞추기보다는 동의하고 배우는 것이 크다. 지영이와는 비슷한 또래라 의견을 제시하면서 서로 맞춰갈 수 있다. 그러면서 배우고 부족한 느낌을 채울 수 있어 시너지가 클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수줍게 문태국의 의견에 동의한 문지영은 30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황금 듀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68)와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75) 같은 거장들의 협업을 봐오면서 좋았다고 했다. "어렸을 때 다양하게 주어지는 기회에 많은 연주자와 같이 해보고 잘 맞으면 함께 긴 음악 활동을 하는…, 그런 음악적인 동반자들의 연주가 좋게 보이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최근 내로라하는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가장 뜨거운 연주자로 급부상했다. 문태국은 '2014 파블로 카살스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스페인 첼로 거장 파블로 카살스(1876~1973) 이름을 딴 이 대회는 루이스 클라렛, 안너 빌스마, 리슬리 파나스, 미클로스 페레니 등 세계적인 첼리스트를 배출한 최고 권위의 콩쿠르다.
문지영은 지난 60년간 한국인 우승자가 없었던 콧대 높은 '2015 부소니 콩쿠르'에서 1위 낭보를 전했다. 역대 부소니 콩쿠르 우승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자리에서 거둔 쾌거다. 부소니 콩쿠르 전 김선욱, 손열음이 우승한 독일 에틀링겐 콩쿠르에서도 1위를 거머쥐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내년에 첼로 부문을 신설한다고 예고한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참가를 고민 중인 문태국은 "퀸 엘리자베스든 무엇이든 평생 음악을 할 거면 무엇이든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콩쿠르 우승 뒤 안일하게 마음을 놓고 긴장을 풀기보다는 무엇인가 계속 쌓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본래 도전적인 성향도 있기는 하다.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콩쿠르는 기회가 생긴다면 당분간 도전해볼 여지가 있다."
문지영은 더 이상 콩쿠르 출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콩쿠르에 나가는 이유는 연주 기회를 더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번 얻은 연주 기회를 잘 살리면 또 다른 연주가 왔다"는 판단이다. "지금껏 콩쿠르 준비 역시 연주회 하듯이 했다. 리사이틀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했다. 그래서 연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그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지 콩쿠르 자체에는 부담이 없었다." 문지영과 콩쿠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박쥐다.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린 제60회 부조니 콩쿠르 결선 2라운드. 연주에 집중한 문지영 앞으로 검은 물체가 휙 지나갔다. 그녀는 '새인가'라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알고 보니 환풍구로 들어온 박쥐였다. 문지영은 "깜짝 놀랐다"고 웃었다. 현지에서 길조로 여기는 이 박쥐가 날아다니는 동안 그녀는 우승자가 됐다.
문태국에게도 길조가 있냐고 물었더니 꿈 이야기를 건넸다. 성경의 요셉 같은. "어렸을 때부터 중요한 콩쿠르를 앞두고 꿈을 꿨다. 파블로 카살스 콩쿠르 파이널을 이틀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는데 하마만한 사자가 막 품에 달려왔다. 놀랐는데 나를 핥는 등 사랑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하셨다. 하하."
행운을 몰고 다니는 젊은 피들의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 역시 듣는 이들에게는 귀 호강이다. 문태국의 스승인 로런스 레서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와 문지영의 스승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가 두 사람의 음악적 색깔을 고려해 프로그램에 조언을 줬다.
문태국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 BWV 1009를 솔로로 들려준다. 문지영은 슈만의 유머레스크와 바흐-부조니의 코랄 프렐류드 '깨어나라 부르는 소리 있어'(BWV645), '성도들이여, 이제 예수 안에서 하나 되자'(BWV734a)를 홀로 선보인다.
협연 곡은 올해 '디토 페스티벌'의 주제인 베토벤이다. 모차르트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첼로 소나타 3번 A장조, 작품 69다. 특히 베토벤 첼로 소나타는 두 사람에게 각별하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첼로의 구약성서라면, 베토벤의 첼로소나타는 첼로의 신약성서로 통하는데 문태국은 "인간적인 감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신앙적인 특별한 것이 배어 있다"고 했다. 문지영은 이 곡에 대해 "피아니스트들에게 숙명적인 곡이다. 그만큼 많은 내용이 들어 있고, 어렵기도 하다. 3번을 처음 들었을 때 느낌을 잊을 수 없는데 이번에 풀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문태국과 문지영에게서 특기할 만한 점은 음악을 대하는 진중한 자세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연주에 어울리는 깊이감을 간직한 문태국은 "도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지만 섣불리 나서는 모습보다 깊이감이 좀 더 쌓였을 때 연주 하고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피아노 연주를 '어떻게 선보이겠다'고 문장 식의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는 문지영은 "음악은 음악 자체다. 연주는 말로 할 수 없다"고 수줍게 웃었다. 4~6만원. 클럽발코니. 1577-5266
"제일 좋아하는 현악기가 첼로다. 첼로 반주를 워낙 좋아한다. (문)태국 오빠랑 같이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많이 부러워했다. 오빠의 연주 동영상을 찾아서 봤는데 너무 좋더라."(문지영)
첼리스트 문태국(22)과 피아니스트 문지영(21)이 15일 오후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펼치는 듀오 리사이틀은 올해 상반기 기대를 모으는 무대 중 하나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의 클래식 음악축제 '디토 페스티벌'의 뉴 페이스이 등용문인 '디토 프렌즈' 2016시즌 첫 번째 주자들이다. 차세대 한국을 대표할 새 듀오를 가늠할 수 있다.
이름만 보고 두 사람이 남매인 줄 아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또래보다 성숙한 연주력,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 고심이 배인 말투 등 공통점이 많은 만큼 첫 협업에도 화음의 끈끈함은 남매 못지않아 보인다.
서로에 대한 기대감으로 눈빛이 초롱초롱한 두 사람을 2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문태국은 "대가분들이랑 연주할 때는 좋아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의견을 제시하고 맞추기보다는 동의하고 배우는 것이 크다. 지영이와는 비슷한 또래라 의견을 제시하면서 서로 맞춰갈 수 있다. 그러면서 배우고 부족한 느낌을 채울 수 있어 시너지가 클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수줍게 문태국의 의견에 동의한 문지영은 30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황금 듀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68)와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75) 같은 거장들의 협업을 봐오면서 좋았다고 했다. "어렸을 때 다양하게 주어지는 기회에 많은 연주자와 같이 해보고 잘 맞으면 함께 긴 음악 활동을 하는…, 그런 음악적인 동반자들의 연주가 좋게 보이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최근 내로라하는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가장 뜨거운 연주자로 급부상했다. 문태국은 '2014 파블로 카살스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스페인 첼로 거장 파블로 카살스(1876~1973) 이름을 딴 이 대회는 루이스 클라렛, 안너 빌스마, 리슬리 파나스, 미클로스 페레니 등 세계적인 첼리스트를 배출한 최고 권위의 콩쿠르다.
문지영은 지난 60년간 한국인 우승자가 없었던 콧대 높은 '2015 부소니 콩쿠르'에서 1위 낭보를 전했다. 역대 부소니 콩쿠르 우승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자리에서 거둔 쾌거다. 부소니 콩쿠르 전 김선욱, 손열음이 우승한 독일 에틀링겐 콩쿠르에서도 1위를 거머쥐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내년에 첼로 부문을 신설한다고 예고한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참가를 고민 중인 문태국은 "퀸 엘리자베스든 무엇이든 평생 음악을 할 거면 무엇이든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콩쿠르 우승 뒤 안일하게 마음을 놓고 긴장을 풀기보다는 무엇인가 계속 쌓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본래 도전적인 성향도 있기는 하다.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콩쿠르는 기회가 생긴다면 당분간 도전해볼 여지가 있다."
문지영은 더 이상 콩쿠르 출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콩쿠르에 나가는 이유는 연주 기회를 더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번 얻은 연주 기회를 잘 살리면 또 다른 연주가 왔다"는 판단이다. "지금껏 콩쿠르 준비 역시 연주회 하듯이 했다. 리사이틀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했다. 그래서 연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그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지 콩쿠르 자체에는 부담이 없었다." 문지영과 콩쿠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박쥐다.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린 제60회 부조니 콩쿠르 결선 2라운드. 연주에 집중한 문지영 앞으로 검은 물체가 휙 지나갔다. 그녀는 '새인가'라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알고 보니 환풍구로 들어온 박쥐였다. 문지영은 "깜짝 놀랐다"고 웃었다. 현지에서 길조로 여기는 이 박쥐가 날아다니는 동안 그녀는 우승자가 됐다.
문태국에게도 길조가 있냐고 물었더니 꿈 이야기를 건넸다. 성경의 요셉 같은. "어렸을 때부터 중요한 콩쿠르를 앞두고 꿈을 꿨다. 파블로 카살스 콩쿠르 파이널을 이틀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는데 하마만한 사자가 막 품에 달려왔다. 놀랐는데 나를 핥는 등 사랑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하셨다. 하하."
행운을 몰고 다니는 젊은 피들의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 역시 듣는 이들에게는 귀 호강이다. 문태국의 스승인 로런스 레서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와 문지영의 스승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가 두 사람의 음악적 색깔을 고려해 프로그램에 조언을 줬다.
문태국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 BWV 1009를 솔로로 들려준다. 문지영은 슈만의 유머레스크와 바흐-부조니의 코랄 프렐류드 '깨어나라 부르는 소리 있어'(BWV645), '성도들이여, 이제 예수 안에서 하나 되자'(BWV734a)를 홀로 선보인다.
협연 곡은 올해 '디토 페스티벌'의 주제인 베토벤이다. 모차르트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첼로 소나타 3번 A장조, 작품 69다. 특히 베토벤 첼로 소나타는 두 사람에게 각별하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첼로의 구약성서라면, 베토벤의 첼로소나타는 첼로의 신약성서로 통하는데 문태국은 "인간적인 감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신앙적인 특별한 것이 배어 있다"고 했다. 문지영은 이 곡에 대해 "피아니스트들에게 숙명적인 곡이다. 그만큼 많은 내용이 들어 있고, 어렵기도 하다. 3번을 처음 들었을 때 느낌을 잊을 수 없는데 이번에 풀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문태국과 문지영에게서 특기할 만한 점은 음악을 대하는 진중한 자세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연주에 어울리는 깊이감을 간직한 문태국은 "도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지만 섣불리 나서는 모습보다 깊이감이 좀 더 쌓였을 때 연주 하고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피아노 연주를 '어떻게 선보이겠다'고 문장 식의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는 문지영은 "음악은 음악 자체다. 연주는 말로 할 수 없다"고 수줍게 웃었다. 4~6만원. 클럽발코니.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