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5.30 09:52
26일 국내 첫선을 보인 '민중의 적'은 내용이 연극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한다. 형식과 태도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노르웨이 걸출한 극장가 입센이 1882년 발표한 사회문제극이다. 세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48) 예술감독이 이끄는 독일 베를린 샤우뷔네 극장이 사회토론극으로 탈바꿈시켰다.
스토크만 박사가 대중을 상대로 연설하는 극의 클라이맥스에서 관객들을 토론자로 끌어들인다. 젊은 아내와 갓난아이를 둔 그는 마을의 온천수가 근처 공장 폐수에 의해 오염된 사실을 알고 언론을 통해 폭로하려 한다.
기사화를 약속했던 신문기자들은 스토크만 박사의 형이자 시의원인 피터의 회유로 이를 포기한다. 피터가 준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사만 내보낸다. 스토크만 박사는 결국 진실을 밝히기 위해 대강당에서 연설을 한다. 이때 객석의 조명이 켜지면서 관객들이 연극에 참여하게 된다.
2012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이후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호주 등을 투어하며 관객과 배우들 사이에 열정적인 토론이 펼쳐졌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어 공연(한국어 자막)인 데다가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음에도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작품 속 시민이 처한 상황이 남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손을 번쩍 든 여성 관객은 옥시 사태를 예로 들었다. 도의적 책임이 있으나 이를 회피한 정부와 정치인, 이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 언론, 그리고 이익을 위해 이를 묻어둔 특정 다수가 공모한 사태다. '민중의 적' 상황과 겹쳐진다. 그녀는 수질 오염을 이야기하며 4대강 이야기도 꺼냈다.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연극보다 더 연극적인 대한민국 현실에서 이 같은 논쟁이 벌어지게 한 '민중의 적'의 태도와 형식이 반가웠다.
언론사 사장이 스토크만 박사를 선동꾼으로 몰지만, 이 작품은 선동극이 아니다. 그는 강연이 끝난 뒤 되려 비웃음을 사고 투석을 당한다. 온라인에서 익명에 기대어 댓글로 연예인 논란이나 가십 뉴스에 성난 댓글로만 사회에 대해 분풀이하는 이 시대, 공론의 장에서 건강한 토론이 벌어지는 것은 얼마 만인가.
더 특기할 만한 점은 '민중의 적'이 정치극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스터마이어는 매번 공연을 매진시키는 상업성도 갖췄다. 구자혜 연출이 이끄는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이 최근 남산예술센터에서 업그레이드해 선보인 연극 '커머셜, 데피니틀리(commercial, definitely) - 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에서 그를 '핫한 연극계 흐름'으로 끌어들일 정도로 트렌디함도 갖췄다. 더구나 이번 작품의 주인공들은 원작보다 훨씬 젊은 30대 베를린의 힙스터다.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청년 세대가 힙스터다. 젊은이들의 의식과 사회 문제 등을 절묘하게 범벅한 이 극은 자체만으로 또 다른 연극 장르가 된다. 세트를 과감히 걷어내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검은색 거대한 칠판을 벽으로 사용, 스토크만 부부가 사는 집의 가구며 언론사의 사무실로 시시각각 변경하는 초연함은 어떤가.
날스 바클리의 '크레이지(Crazy)', 데이비드 보위의 '체인지스', '더 클래시'의 '건스 오브 브릭스톤(Guns of Brixton)' 등 노랫말이 극 중 상황과 겹쳐지면서 흘려들을 수 없게 만드는 곡들이 내내 울려 퍼진다. 28일까지 역삼동 LG아트센터. 러닝타임은 2시간30분으로 인터미션이 없다. 4~8만원. 02-2005-0114
스토크만 박사가 대중을 상대로 연설하는 극의 클라이맥스에서 관객들을 토론자로 끌어들인다. 젊은 아내와 갓난아이를 둔 그는 마을의 온천수가 근처 공장 폐수에 의해 오염된 사실을 알고 언론을 통해 폭로하려 한다.
기사화를 약속했던 신문기자들은 스토크만 박사의 형이자 시의원인 피터의 회유로 이를 포기한다. 피터가 준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사만 내보낸다. 스토크만 박사는 결국 진실을 밝히기 위해 대강당에서 연설을 한다. 이때 객석의 조명이 켜지면서 관객들이 연극에 참여하게 된다.
2012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이후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호주 등을 투어하며 관객과 배우들 사이에 열정적인 토론이 펼쳐졌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어 공연(한국어 자막)인 데다가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음에도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작품 속 시민이 처한 상황이 남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손을 번쩍 든 여성 관객은 옥시 사태를 예로 들었다. 도의적 책임이 있으나 이를 회피한 정부와 정치인, 이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 언론, 그리고 이익을 위해 이를 묻어둔 특정 다수가 공모한 사태다. '민중의 적' 상황과 겹쳐진다. 그녀는 수질 오염을 이야기하며 4대강 이야기도 꺼냈다.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연극보다 더 연극적인 대한민국 현실에서 이 같은 논쟁이 벌어지게 한 '민중의 적'의 태도와 형식이 반가웠다.
언론사 사장이 스토크만 박사를 선동꾼으로 몰지만, 이 작품은 선동극이 아니다. 그는 강연이 끝난 뒤 되려 비웃음을 사고 투석을 당한다. 온라인에서 익명에 기대어 댓글로 연예인 논란이나 가십 뉴스에 성난 댓글로만 사회에 대해 분풀이하는 이 시대, 공론의 장에서 건강한 토론이 벌어지는 것은 얼마 만인가.
더 특기할 만한 점은 '민중의 적'이 정치극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스터마이어는 매번 공연을 매진시키는 상업성도 갖췄다. 구자혜 연출이 이끄는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이 최근 남산예술센터에서 업그레이드해 선보인 연극 '커머셜, 데피니틀리(commercial, definitely) - 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에서 그를 '핫한 연극계 흐름'으로 끌어들일 정도로 트렌디함도 갖췄다. 더구나 이번 작품의 주인공들은 원작보다 훨씬 젊은 30대 베를린의 힙스터다.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청년 세대가 힙스터다. 젊은이들의 의식과 사회 문제 등을 절묘하게 범벅한 이 극은 자체만으로 또 다른 연극 장르가 된다. 세트를 과감히 걷어내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검은색 거대한 칠판을 벽으로 사용, 스토크만 부부가 사는 집의 가구며 언론사의 사무실로 시시각각 변경하는 초연함은 어떤가.
날스 바클리의 '크레이지(Crazy)', 데이비드 보위의 '체인지스', '더 클래시'의 '건스 오브 브릭스톤(Guns of Brixton)' 등 노랫말이 극 중 상황과 겹쳐지면서 흘려들을 수 없게 만드는 곡들이 내내 울려 퍼진다. 28일까지 역삼동 LG아트센터. 러닝타임은 2시간30분으로 인터미션이 없다. 4~8만원.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