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5.26 03:00
고등어
열다섯 살 지호(정지윤)는 착하고 평범한 여중생이고, 늘 헤드폰을 끼고 다니는 같은 반 경주(정새별)는 사내애처럼 거칠다. 친구가 된 둘은 답답한 학교생활을 벗어나 살아서 펄펄 뛰는 고등어를 보기 위해 무작정 바다로 떠난다. 엄마의 전화가 걸려오자 당황하던 지호는 통화 거부 버튼을 누르며 말한다. "우리 엄만 참는 거 좀 배워야 돼!"
국립극단의 올해 청소년극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고등어'(사진·배소현 작, 이래은 연출)는 청소년이거나 한때 청소년이었던 사람을 위한 매혹적인 연극이다. 줄거리만 보면 십 대의 일탈과 성장을 그린 여행극 같지만, 실제로 십 대들의 '감수'를 거쳤다는 대사는 생선처럼 살아 팔딱거린다. 양쪽이 곡선으로 휘어진 나무판 형태의 무대는 거대한 배를 표현한 것인데, 배우들은 여기서 달리거나 천천히 미끄러지며 미묘한 심리를 표현한다.
이들은 따분한 삶에 싫증 난 철부지가 아니다. 황폐해진 가정환경, 억압적인 학교, 서로 질시하는 급우들로 둘러싸인 현실 속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 하는 전사들이다. "아닌 척해봐도 결국 혼자인 것 같아. 그냥 적당히 적응해야 되는 걸까"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알기 전으로 못 돌아갈까 봐 무섭고, 근데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나 답답하고" 같은 토로가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했다. 마침내 배에 올라타는 뒷부분은 '우리 모두는 시궁창 속에 있지만 그중 몇몇은 별빛을 바라본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시(詩)를 연상케 했다. 하얀 고등어 떼가 쏟아지는 모습을 표현한 장면은 신선했고, "고등어 등이 파란 이유는 사는 게 엄청 '빡세'서 죽을 만큼 몸부림을 치기 때문"이란 깨우침은 긴 여운을 남겼다.
▷29일까지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 공연 시간 80분, 1644-2003
이들은 따분한 삶에 싫증 난 철부지가 아니다. 황폐해진 가정환경, 억압적인 학교, 서로 질시하는 급우들로 둘러싸인 현실 속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 하는 전사들이다. "아닌 척해봐도 결국 혼자인 것 같아. 그냥 적당히 적응해야 되는 걸까"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알기 전으로 못 돌아갈까 봐 무섭고, 근데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나 답답하고" 같은 토로가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했다. 마침내 배에 올라타는 뒷부분은 '우리 모두는 시궁창 속에 있지만 그중 몇몇은 별빛을 바라본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시(詩)를 연상케 했다. 하얀 고등어 떼가 쏟아지는 모습을 표현한 장면은 신선했고, "고등어 등이 파란 이유는 사는 게 엄청 '빡세'서 죽을 만큼 몸부림을 치기 때문"이란 깨우침은 긴 여운을 남겼다.
▷29일까지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 공연 시간 80분, 164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