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바흐 全曲과 홀로 서는 두 여인

입력 : 2016.05.23 03:00

정경화 - 40년전 녹음 이래 첫 전곡 연주
김수연 - 1부 후엔 특별하게 1시간 휴식

음악은 연주가 끝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허무한’ 음악을 향해 두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위)와 김수연이 전력 질주한다. /크레디아·아트앤아티스트 제공

1720년 '음악의 아버지' 바흐가 작곡한 무반주 소나타 세 곡과 파르티타 세 곡은 둘 이상의 현을 동시에 누르거나 화음이 복잡하게 얽혀 곡 전부를 바이올린 혼자 소화하려면 고도의 테크닉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기교를 겨우 익힌다 해도 깊은 해석이 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바닥을 드러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이 곡은 장년의 연주자들이 삶의 희로애락과 연륜을 주름처럼 몸에 새긴 뒤에야 비로소 실제 연주에 도전한다. 방대한 양 때문에 이틀 혹은 사흘에 걸쳐서 연주하기도 한다. 그런데 전곡(6곡)을 하루 저녁에 내리닫이로 선보이는 흔치 않은 연주회가 올해 두 차례나 열린다. 이 시대의 비르투오소인 정경화(68)와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29)이 그 주인공이다.

홀로 선 연주자는 '고독한 마라토너'

무대 위엔 바이올린 하나뿐. 연주자는 피아노 반주도 없이 손에 쥔 작은 악기만을 벗 삼아 거대한 건축과도 같은 불멸의 역작을 정교하게 쌓아올려야 한다.

정경화가 전곡 일부분을 연주하거나 녹음한 적은 있지만 녹음만 해도 벌써 40여 년 전의 일.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악기를 놓았다가 2010년 재기한 이래 그녀는 입버릇처럼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전곡을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월 런던에서 녹음한 음반도 오는 9월 워너클래식을 통해 발매할 예정이다.

"2년 전 이탈리아 스트레자 페스티벌에서 하루에 여섯 곡을 다 해봤는데 빈틈없이 꽉 짜인 집중력을 몇 시간씩 끌고 가는 게 짜릿했다"는 김수연은 "그날만큼은 여섯 개의 순수한 바흐에 빠지는 것"이라 했다.

온 영혼을 바쳐 도전하는 바흐

김수연의 이번 연주회는 국내 공연 사상 드물게 1부 후 휴식 시간이 1시간이나 이어진다. 오후 4시에 시작해 1부에서 소나타 1번·파르티타 1번을 연주한 뒤 10분 쉬고, 이어 소나타 1번을 연주한 뒤 1 시간 동안 중간 휴식 시간을 갖는다. 2부가 시작되면 파르티타 3번과 소나타 3번을 연주한 뒤 역시 10분간 휴식하고, 마지막으로 파르티타 2번을 연주한다. 연주 시간만 2시간 10분, 휴식 시간을 더하면 총 3시간 반 동안 바흐에 취하는 셈이다. 국내 공연 단체로는 2013년 가을 국립오페라단이 바그너 악극 '파르지팔'을 공연하면서 1막 후 1시간 동안 휴식 시간을 준 적이 있다. 긴 감상에 지친 관객은 1부가 끝난 뒤 공연장 로비에서 '공짜'로 비치된 초콜릿을 집어먹으며 떨어진 당(糖)을 보충할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해 공연장 근처에서 간단히 요기하거나 도시락을 먹을 수도 있다. 중간 휴식을 두 차례 갖는 정경화는 각 15분씩 쉴 예정이다.

39년의 나이 차를 넘어 이미 독보적 경지에 오른 대(大)선배와 자신의 그림을 막 그려내기 시작한 까마득한 후배는 어떤 바흐로 서울의 밤을 물들일까. 설렘 가득한 선택은 이제 당신의 몫으로 다가왔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바흐 무반주 전곡 리사이틀=29일 오후 4시 LG아트센터, 070-8879-8485

정경화 바흐 무반주 전곡 리사이틀=11월 19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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