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5.18 09:56
배우 박은석(32)에게 '연극계 아이돌'이라는 수식은 이제 새롭지 못하다. 그는 훤칠한 외모에 기반을 둔 스타성이 아닌, 쟁쟁한 연기로 빛을 발한 배우다.
1년 만에 다시 연기하는 연극 '엘리펀트송'의 '마이클'이 증명한다. 2004년 캐나다에서 첫선을 보인 뒤 지난해 국내 초연한 이 작품의 마지막은 관객들의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 찬다.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마이클은 정신이 아닌 큰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간다. 마땅히 부모에게서 받아야 할 애정에 대한 결핍으로 가득 찬 마이클은 끝내 자신이 눈앞에서 본 코끼리의 슬픈 운명을 따라간다. 하지만 그 끝은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결연한 의지다.
'박은석의 마이클'은 지난해보다 애잔함이 더 깊어졌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박은석은 "초연 때는 8년 동안 감금된 마이클이 엄마를 이야기할 때 덤덤하면 더 그립거나 슬프지 않을까 했는데 이번에는 감정선을 놓고,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억지로 우는 신파적인 것을 싫어했다. 초연 때는 끝에 선 아이의 두려움과 외로움 북받치는 감정들이 신파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이성적인 조정이 (감정을 끌어내는데)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다. 이번에 온전히 마이클을 느끼고 싶었다."
어머니의 죽음에 상처를 받은 마이클을 정신병자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이 병원에 어떻게 들어왔고, 어떤 억울함이 있고, 반복되는 삶에 지쳐 있고, 선입견이 없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원하고. 그의 억울함과 안타까움을 꺼내고 싶었다. 환자복을 입고 정신 변동에 갇힌 환자복을 입고 나오는 아이가 아니라 평범해서 너무 여리고 상처를 받는 아이로 그리고 싶었다."
초반에는 경계하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게 되는 원장의 그린버그가 막판에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극이 진행되면서 그린버그가 진심을 갖게 된다. 마이클도 그런 원장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완결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마이클'은 박은석이 그간 맡아온 연극의 캐릭터와 세심한 결이 다르다. '수탉들의 싸움' '히스토리 보이즈' '프라이드' '레드'에서 그의 에너지는 발산됐다. "'이 역과 저 역을 맡은 사람이 같은 배우야'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 0부터 100까지, 극단적인 선에서부터 악까지를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박은석의 다채로운 캐릭터는 목소리 색깔에도 기반을 둔다. 저음인 듯하지만 피치가 높은 그의 발성은 모호한 감정선까지 잡아낸다. "처음에는 대사의 뚜렷함에 크게 신경을 썼는데, 캐릭터마다 톤의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닫고 중간선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눈을 빛냈다.
초등학교 입학 전 미국에 이민 간 박은석은 10여 년을 현지에서 살았다. 미국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하다가 연기에 꿈을 품고 귀국했다. 서울예술대 방송연예과를 거쳐 2012년 연극 '옥탑방 고양이'로 데뷔했다. 이후 '수탉들의 싸움' '히스토리 보이즈' '프라이드' '레드' '히스토리 보이즈' 등 몇 년 사이 대학로에서 작품성을 높게 평가받은 연극은 모조리 섭렵했다. 지난해 SBS TV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통해 인지도도 높아졌다. 하지만 더욱 연극 무대를 갈망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연기하는 것인데 잘 알지 못하는 작품은 출연하고 싶지 않다. 물론 TV와 영화도 좋지만 단계가 있고, 좋은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은석은 순수함이 좋은 배우라고 여긴다. "그만큼 많은 아픔이 있고 밑바닥까지 내려갈 여지가 크다. 그러면 사람을 더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이클 역시 순수해서 너무 아픈 사람이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있을 때도 가만히 있으면 눈물이 난다. 마이클의 여운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2년전 보다 "더 많은 걸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불안감, 기대, 목표들을 조금 더 내려놓았다. 전에는 말로는 내려놓았다고 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지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대신 연기에 대한 신념은 더 굳어졌다. "너무 생각이 굳거나 내 정의만으로 가득 차 있으면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존중하는 바를 가지고 배우로서 한 걸음씩 내딛는 것도 중요하다."
6월26일까지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러닝타임 90분. 3만5000~5만5000원. 나인스토리·수현재컴퍼니. 02-3672-0900
1년 만에 다시 연기하는 연극 '엘리펀트송'의 '마이클'이 증명한다. 2004년 캐나다에서 첫선을 보인 뒤 지난해 국내 초연한 이 작품의 마지막은 관객들의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 찬다.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마이클은 정신이 아닌 큰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간다. 마땅히 부모에게서 받아야 할 애정에 대한 결핍으로 가득 찬 마이클은 끝내 자신이 눈앞에서 본 코끼리의 슬픈 운명을 따라간다. 하지만 그 끝은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결연한 의지다.
'박은석의 마이클'은 지난해보다 애잔함이 더 깊어졌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박은석은 "초연 때는 8년 동안 감금된 마이클이 엄마를 이야기할 때 덤덤하면 더 그립거나 슬프지 않을까 했는데 이번에는 감정선을 놓고,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억지로 우는 신파적인 것을 싫어했다. 초연 때는 끝에 선 아이의 두려움과 외로움 북받치는 감정들이 신파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이성적인 조정이 (감정을 끌어내는데)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다. 이번에 온전히 마이클을 느끼고 싶었다."
어머니의 죽음에 상처를 받은 마이클을 정신병자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이 병원에 어떻게 들어왔고, 어떤 억울함이 있고, 반복되는 삶에 지쳐 있고, 선입견이 없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원하고. 그의 억울함과 안타까움을 꺼내고 싶었다. 환자복을 입고 정신 변동에 갇힌 환자복을 입고 나오는 아이가 아니라 평범해서 너무 여리고 상처를 받는 아이로 그리고 싶었다."
초반에는 경계하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게 되는 원장의 그린버그가 막판에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극이 진행되면서 그린버그가 진심을 갖게 된다. 마이클도 그런 원장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완결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마이클'은 박은석이 그간 맡아온 연극의 캐릭터와 세심한 결이 다르다. '수탉들의 싸움' '히스토리 보이즈' '프라이드' '레드'에서 그의 에너지는 발산됐다. "'이 역과 저 역을 맡은 사람이 같은 배우야'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 0부터 100까지, 극단적인 선에서부터 악까지를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박은석의 다채로운 캐릭터는 목소리 색깔에도 기반을 둔다. 저음인 듯하지만 피치가 높은 그의 발성은 모호한 감정선까지 잡아낸다. "처음에는 대사의 뚜렷함에 크게 신경을 썼는데, 캐릭터마다 톤의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닫고 중간선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눈을 빛냈다.
초등학교 입학 전 미국에 이민 간 박은석은 10여 년을 현지에서 살았다. 미국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하다가 연기에 꿈을 품고 귀국했다. 서울예술대 방송연예과를 거쳐 2012년 연극 '옥탑방 고양이'로 데뷔했다. 이후 '수탉들의 싸움' '히스토리 보이즈' '프라이드' '레드' '히스토리 보이즈' 등 몇 년 사이 대학로에서 작품성을 높게 평가받은 연극은 모조리 섭렵했다. 지난해 SBS TV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통해 인지도도 높아졌다. 하지만 더욱 연극 무대를 갈망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연기하는 것인데 잘 알지 못하는 작품은 출연하고 싶지 않다. 물론 TV와 영화도 좋지만 단계가 있고, 좋은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은석은 순수함이 좋은 배우라고 여긴다. "그만큼 많은 아픔이 있고 밑바닥까지 내려갈 여지가 크다. 그러면 사람을 더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이클 역시 순수해서 너무 아픈 사람이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있을 때도 가만히 있으면 눈물이 난다. 마이클의 여운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2년전 보다 "더 많은 걸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불안감, 기대, 목표들을 조금 더 내려놓았다. 전에는 말로는 내려놓았다고 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지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대신 연기에 대한 신념은 더 굳어졌다. "너무 생각이 굳거나 내 정의만으로 가득 차 있으면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존중하는 바를 가지고 배우로서 한 걸음씩 내딛는 것도 중요하다."
6월26일까지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러닝타임 90분. 3만5000~5만5000원. 나인스토리·수현재컴퍼니. 02-3672-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