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통공연 입문용으로 안성맞춤… 정동극장 '가온'

입력 : 2016.04.27 15:50
정동극장의 새 전통창작 공연 '가온: 세상의 시작'은 창작진들의 장점을 잘 살려냈다.

현대무용가 차진엽의 안무는 직선과 곡선의 접점을 보여준다. 직선은 현대무용의 속성이요, 곡선은 한국무용의 성질인데 조합이 야무지다.

초인적 능력을 갖게 된 소년 '가온'이 천상의 낙원 미리내의 왕인 '백미르'의 딸인 '초아'와 추는 2인무가 특히 그렇다. 발레의 파드되(2인무)를 떠올리게 하는 우아함, 신체의 무게 중심이 아래로 쏠리는 현대무용의 모던함에 한국무용의 차분함이 녹아들어간다.

마임 전문가인 임도완 연출의 특징도 부각된다. 이야기를 표현하는 무용수들의 신체 움직임에 드라마가 포함된다. 뮤지컬 '신과 함께' 등을 통해 실감나면서도 몽환적인 영상을 보여준 정재진 영상 디자이너는 '가온'의 판타지 세계에 그로테스크함을 더한다.

다만 줄거리의 개연성이 다소 부족한 것이 흠이다. 어느 날 초인적 능력을 갖추게 된 가온이 미리내를 구하고 영웅이 돼 가는 과정에만 초점을 맞춘다. 가온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도움을 주는 세 요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 마치 극작술에서 긴박한 국면을 초자연적인 힘으로 타개하는 걸 가리키는 '기계 장치의 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싸움 등 박진감 넘치는 볼거리에 치중한 인상이다. 그럼에도 무예, 연희, 소리 등 전통 표현양식을 공연 한 편에 담은 건 높이 살 만하다. 전통하면 떠오르는 고전문학 대신 국적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접근이 가능한 판타지 장르를 선택한 것 역시 새롭다. 판소리 서사 구조를 차용, 소리꾼을 활용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으로 부담 없이 우리 장르임을 명확히 했다. 전통 공연 입문용으로 안성맞춤이다.

'가온'은 정동극장이 전통상설공연의 새로운 브랜드 'YOULL: 율'을 론칭하면서 선보이는 작품이다. 오픈런으로 공연하고 있다. 작 윤혜선, 연출 임도완, 작곡 조용욱, 무대 황수연, 영상 정재진, 조명 신호, 의상 정경희. 러닝타임 70분. 4만~6만원. 정동극장. 02-751-1500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