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 쾰른 챔버 오케스트라와 내한
제자 클라라 주미 강과 협연 "음악, 쇼맨십 아닌 소리가 중요"
내한에 앞서 홍콩 신포니에타를 객원 지휘하기 위해 홍콩을 찾은 그를 22일 오후 빅토리아 항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포시즌스 호텔에서 만났다. 180㎝가 넘는 큰 키에 하얗게 센 머리를 단정히 빗어 넘긴 그는 언제나 '레이디 퍼스트', 배려가 몸에 배 있었다. 2006년 도이치 라디오 필하모닉(DRP)에 초대 음악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구조조정부터 해야 했던 사연을 물었다.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나가달라는 말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여러모로 참 난감했다"며 당시를 떠올린 그는 "사실 나가라고 종용하는 것보다 수석 주자에게 제2, 제3주자를 하라고 권하는 게 더 어려웠다"고 했다. "DRP는 자르브뤼켄과 카이저스라우테른이라는 두 오케스트라가 합병해 탄생한 통합 악단이었어요. 이 때문에 겹치는 자리가 많았죠. 드물게 반감을 표한 단원들도 있었는데 그럴 땐 푸르트할레 앞 맥도널드에 데리고 갔어요. '함께 음악을 만들자'고 설득했어요."
독일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스물두 살 때 케루비니 현악사중주단을 꾸려 3년 만인 1981년 에비앙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89년 데트몰트 챔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지휘자로 전향했다. 이어 뮌헨 챔버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을 지내면서 낯선 현대음악을 정교하게 세공한 앙상블을 선보여 악단의 역량을 쑥쑥 키워주는 지휘자란 평을 들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10년 6·25 60주년을 기념해 참전국 등 20여 개국 단원들이 모인 임시 악단을 지휘했고, 우리나라 노부스 콰르텟도 그가 아끼는 제자다.
1923년 창단한 쾰른 챔버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실내악단이자 25명 정도로 이뤄진 '작은' 오케스트라다. "작다(small)는 건 특별하다(exclusive)는 뜻이기도 하다"고 그가 말했다. "사람들은 대형 오케스트라 보는 걸 더 좋아해요. 심벌즈 크게 치고 큰북도 울리니까. 그런데 눈을 감고 귀로만 음악을 들어보세요. 음악은 액션을 통한 쇼맨십이 아니라 소리가 제일 중요해요. 풀 사이즈 오케스트라가 네 종류의 다른 악기로 풍성한 색채를 만들어낸다면 챔버 오케스트라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 하나를 가지고 네 가지 다른 색깔을 만들어냅니다. 더 많은 색깔이 압축돼 있고 맛깔나죠."
다음 날인 23일 저녁 홍콩시청 콘서트홀. 청중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 포펜은 그날 연주곡인 하이든 교향곡 100번 '군대'에 대해 큰 목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이든 곡 가운데 가장 사랑받은 이 곡은 별칭처럼 단순한 선율이 행진곡처럼 흘러 경쾌하고, 곳곳에 유머가 가득 담겨 있어 신이 납니다. 트럼펫과 트라이앵글, 큰북이 기세등등하게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플루트와 오보에는 달콤하게 스며들어서 듣는 재미가 쏠쏠해요. 곡이 끝날 즈음이면 여러분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필 겁니다." 그가 지휘봉 쥔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클라라 주미 강&쾰른 챔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29일 오후 8시 인천종합예술회관 대공연장, 3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52-2505